진희(한지은)는 아버지의 죽음과 이혼으로 실의에 빠진 배우다. 계속되는 슬럼프에 지친 그녀는 꿈만 같은 남자 M(최리호)을 만나면서 새로운 힘을 얻는다. M에 대한 사랑이 점점 깊어지면서 진희는 오랫동안 돌아보지 않았던 자신을 깨닫게 되고 전에 알지 못했던 행복을 경험한다. 하지만 어느 날 M이 다른 여자와 다정히 있는 모습을 보고는 참기 어려운 질투를 느끼면서 다시 방황하기 시작한다.
<나도 때론 포르노그라피의 주인공이고 싶다>는 1999년 성에 대한 솔직한 내용으로 화제를 모았던 서갑숙의 동명 에세이를 토대로 했다. 영화는 하얀 천에 비치는 여자의 몸과 그녀를 만지는 남자의 손, 그리고 그 천 사이를 헤매는 여자가 나오는 꿈으로 시작한다. 이 오프닝은 섹스에 대한 판타지를 그럴싸하게 꾸며놓은 클리셰적인 이미지인 한편, 영화 내내 희뿌옇게 진행되는 서사를 예고하는 것처럼 보인다. M은 진희의 꿈속뿐만 아니라 현실에서도 문득문득 등장하고, 진희는 그 꿈과 환상에 투신한 것처럼 M에게 푹 빠져 사랑을 나눈다. 그리고 두 배우의 섹스 신과 사랑에 대한 잠언 같은 말들이 길게 이어진다. 영화는 현실과 판타지를 오가는 사랑을 다룬다는 걸 강조하듯 온갖 기교를 늘어놓는다. 천 사이사이를 헤매는 장면이 재차 등장하는 건 물론, 같은 신에서 컬러와 흑백을 섞어놓는다. 모래사장을 맨발로 뛰어다니는 남녀와 물에 젖은 모래 위로 서로를 쓰다듬는 두 사람의 손이 교차편집되기도 한다. 뒤섞인 몸을 클로즈업으로 담은 섹스 신 후 전희와 통곡이 미묘하게 이어지는 2분간의 롱테이크는 보는 이에게 난처함을 안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