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승룡은 시종일관 장난이 끊이질 않는다. 바닥에 엎드린 배수지의 깜찍한 포즈를 유심히 보고서는, 카메라 슛이 들어가자마자 고대로 따라한다. 자리에 앉으려는 배수지의 의자를 흔들어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커버 촬영을 하는 내내 웃음을 유발하려는 그의 시도가 멈추질 않는데, 배수지는 이런 류승룡의 장난에 조금은 익숙해진 눈치다. “아무리 노력해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변명인데, 덕분에 지독한 감기로 힘든 배수지는 잠깐이나마 기운을 얻고, 스탭들 역시 웃음을 선물받는다. <도리화가>의 촬영현장은 오늘의 이 분위기와 연결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두 배우는, 촬영은 고됐지만 합이 잘 맞은 덕에 100%가 아닌 120% 즐거웠던 현장으로 <도리화가>를 기억한다.
<도리화가>는 조선 후기 판소리를 집대성한 당대 최고의 판소리 대가 신재효, 그리고 남자만이 소리를 할 수 있었던 당시의 금기를 깨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 된 진채선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역사에 기록된 몇줄로는 다 담을 수 없었던 그 시대를 향한 용기 있는 저항과 도전의 스토리다. 영화의 제목 ‘도리화가’는 신재효가 진채선의 아름다움을 복숭아꽃과 자두꽃이 핀 봄경치에 빗대어 지은 것으로 알려진 단가 <도리화가>의 노랫말에서 비롯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