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AFF 37.5]
[STAFF 37.5] “마술과 영화 오가는 작업 해보고 싶다”
2016-01-15
글 : 이예지
사진 : 오계옥
<조선마술사> 박종국 마술감독

드라마 <킬리만자로의 표범>(1998) 마술 자문

영화 <조선마술사>(2015) 마술감독 <박쥐>(2009) 마술 지도 <연애술사>(2005) 마술감독 <남남북녀>(2003) 마술 자문

<조선마술사>는 마술을 통해 드라마를 극대화하는 영화다. 마술은 조선 최고의 마술사인 환희(유승호)와 청나라 왕자빈으로 간택된 청명(고아라)과의 사랑을 위험에 빠뜨리는 요소이자 극복해내는 수단이다. 영화에 빠져서는 안될 마술을 감독한 박종국 마술감독은 <조선마술사> 속 모든 마술들을 기획하고 감독했다. “영화 속 마술들은 대부분 라이브로 진행했다. 편집은 들어갔지만 CG의 힘은 살짝만 빌린 정도다.” 현장에서 선보인 마술들은 “공 마술, 비둘기 마술, 배우를 인형과 바꿔치기하는 마술 등” 다양하다. 심지어 “물 위를 걷는 마술도 실제로 한 마술”이란다. “비밀은 단순하다. 유리판을 보이지 않게 설치하는 기술이다.” 그는 영화 속 마술을 자연스럽게 표현하기 위해 마술사 환희 역의 유승호를 두달간 집중적으로 지도했다. “유승호가 대역 없이 모든 마술을 소화했다. 공 마술을 특히 잘하는데, 대회에 나가면 수상할 만한 수준이다. 손바닥이 작고 손가락이 긴, 마술사의 손이더라.”

그와 마술의 연은 깊다. 초등학교 2학년 때 시장에서 본 약장수를 스승으로 모시며 마술에 푹 빠지고, TV 예능 <명랑 운동회>에 최연소 꼬마 마술사로 출연하고 학교에서 표창장까지 받았다. 그 후 쭉 마술을 독학하고 장비도 직접 만들어왔다니 정하지 않아도 마술의 길을 걷고 있던 셈이다. 영화에 마술 자문을 하던 그는 영화 <연애술사>로 첫 마술감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영화 속 마술 공연을 기획했다. 이후 <박쥐>에서는 송강호가 극중 소아환자들을 상대로 펼치는 마술을 지도했고, <아가씨>에서 사기꾼 역의 하정우에게 담배케이스가 사라졌다가 나타나게 하는 기술을 지도했다.

자칭 “영화광”이기도한 그는 영화에서 마술이 할 수 있는 몫이 더 많아지길 기대한다. “할리우드에선 영화에 마술과 마술 장비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와일드 와일드 웨스트>(1999)에서 하체가 없는 악당이 나온다. 마술 장비를 만드는 ‘빌더’에게 요청해 앉으면 하체가 보이지 않는 휠체어를 제작해 사용했다더라.” 그가 말하는 마술만의 방식은 이렇다. “벽을 걸어가는 남자가 필요하다면 영화에선 와이어를 달고 걸은 뒤 CG로 지운다. 하지만 마술사라면 와이어를 안 보이게 달 거다. 제작비 절감 차원에서 마술을 활용하길 권한다.(웃음)” 그는 마술사가 도둑으로 등장하는 영화의 시나리오를 쓰는 중이다. “마술과 영화를 오가는 작업을 해보고 싶다. 뮤지컬로 마술 공연을 보여주고, 후편으로 영화를 제작하려 한다. 캐스팅은, 뛰어난 마술 습득력을 보여준 유승호 씨에게 러브콜을 보내고 싶다. (웃음)”

마술장비 자료집

“9년 전, 해외의 빌더들에게 직접 구했다. 일반 유통되는 책이 아니라 빌더끼리 교류하며 공유하는 자료집 같은 건데, 한국엔 이런 게 없어 귀중한 자료다. 마술 도구의 기능과 그 안에 숨는 마술사들의 포즈, 노하우 등이 담겨 있다. 이 책으로 독학하며 구체적인 지식을 얻었고, 지금도 영감을 받는다. <조선미술사> 미술팀과 세트팀에게도 빌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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