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헤이트풀8>를 준비하면서 2014년 4월19일, LA에 위치한 한 극장에서 대본 리딩 라이브 퍼포먼스라는 전대미문의 행사를 열었다. 1600여명의 관중 앞에서 감독과 배우들이 무대에 올라 마치 연극 공연처럼 대본 리딩을 선보인 것이다.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타란티노 감독이 직접 집필한 시나리오가 워낙 소설과 연극적인 요소를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친 타란티노 감독은 약 8개월 후 무사히 영화 제작에 착수할 수 있었고 배우들도 이 영화에 최적화된 연기 연습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타란티노 감독은 실제 촬영에 들어가서도 또 하나의 도전을 하게 된다. 촬영을 맡은 로버트 리처드슨 감독이 파나비전 본사 창고에 먼지가 수북하게 쌓여 있던 울트라 파나비전 70(Ultra Panavision 70) 아카이브를 우연히 발견했는데 타란티노 감독이 고대 유물이 될 뻔한 이 거대한 과거의 렌즈로 영화를 찍기로 결정한 것이다. 파나비전 본사는 과거 <벤허>의 전차 장면을 촬영했던 렌즈를 포함해 총 15개의 렌즈를 창고에서 꺼내 최신 카메라와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게 도움을 줬다. 덕분에 극장에서 만나게 될 <헤이트풀8>에서는 애너모픽 렌즈를 사용한 2.76:1 와이드 비율을 잡아내는 울트라 파나비전 70 덕분에 디지털영화에서는 접할 수 없는 풍부한 색감과 디테일을 즐길 수 있다. 타란티노 감독이 이 포맷을 선택한 이유도 “눈밭을 배경으로 한, 암울한 서부극 배경이야말로 70mm에 완벽한 아름다운 로케이션”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헤이트풀8>는 프랭크 로이드 감독의 <바운티호의 반란>(1935), 조지 스티븐스 감독의 <최고의 이야기>(국내 DVD 출시명 <위대한 생애>), 켄 아나킨 감독의 <발지 대전투>(1965), 배질 디어든 감독의 <카슘 공방전>(1966), 고지삼 감독의 홍콩영화 <부귀핍인>(1987) 등에 이어 울트라 파나비전 70으로 촬영한 11번째 영화가 됐다.
또한 타란티노 감독은 울트라 파나비전 70 촬영뿐만 아니라 지난해부터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J. J. 에이브럼스 감독 등과 함께 회사 코닥이 필름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해주고 있다. 코닥은 그 답례로 <헤이트풀8>에 필름을 지원했다. 북미에서는 12월25일 크리스마스 당일부터 약 2주에 걸쳐 70mm 필름을 상영할 수 있는 100여개의 상영관에서 <헤이트풀8>의 로드쇼 버전이 상영 중이다. 타란티노 감독은 “70mm로 촬영하고 70mm로 개봉한다면, 그게 마땅한 방법이다. 24프레임이 영사기를 통해 넘어가는 순간마다 움직임의 환영을 만들어내는 것이다”라며 영화광다운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또한 로드쇼 버전에서는 엔니오 모리코네가 작곡한 독점 서곡을 들을 수 있으며 러닝타임도 디지털버전인 167분보다 20여분 긴 187분 버전으로 상영된다. 로드쇼 버전의 <헤이트풀8>가 궁금하다면, 당분간은 미국 내 상영관을 찾거나 해당 블루레이 발매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