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다섯개 키워드로 살펴본 디즈니 신작 <주토피아>
2016-02-04
글 : 안현진 (LA 통신원)
디즈니 애니메이션 신작 <주토피아>, 노스 할리우드의 투훙가 스튜디오를 가다
<주토피아>의 배경인 레인포레스트.

<아기 코끼리 덤보>(1941), <밤비>(1942), <정글북>(1967), <로빈훗>(1973), <라이온 킹>(1994)으로 이어진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동물 애니메이션의 계보에 또 한편이 더해진다. 3월에 개봉하는 <주토피아>다. <주토피아>는 온갖 종류의 포유류가 모여사는 대도시 ‘주토피아’에서 펼쳐지는 네오 누아르 어드벤처 버디무비로, 얼핏 동물들의 낙원으로 넘겨짚기 쉬운 제목이지만, 이 세상 모든 도시가 그러하듯 <주토피아>도 사건이 있고 사고가 있다. 도시의 평화와 균형을 깨뜨리는 범죄를 막기 위해 나선 주인공은 토끼 ‘주디 홉스’로, 이제 막 경찰학교를 졸업해 열의와 패기로 똘똘 뭉친 신참 경찰관이다. 그리고 주디 홉스의 수사를 돕는 조력자는 대동강 물도 퍼다 팔 만한 달변의 사기꾼인 여우 ‘닉 와일드’다. 서로 내키지는 않지만 둘은 파트너가 되어 ‘수달 실종사건’을 해결해야 한다.

지난 1월14일,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는 소수의 기자들을 <주토피아>의 실제 작업이 이뤄지는 노스 할리우드의 투훙가 스튜디오로 초대해 영화의 일부를 상영하고 프로덕션에 대해 설명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날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꼽아낸 다섯개 키워드를 통해 디즈니의 55번째 애니메이션 <주토피아>를 미리 살펴본다. 공동감독인 바이런 하워드와 리치 무어가 함께한 인터뷰도 정리해 전한다.

<주토피아>

1.1만4400km를 날아서 떠난 리서치 여행

디즈니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수장인 존 래시터가 영화 만들기에서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리서치다. 어떤 영화를 만들어야겠다는 컨셉이 정해지면 이때부터 길고 철저한 조사가 시작된다. <라푼젤>(2010)을 막 마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구상하던 바이런 하워드 감독은 “셔츠와 팬츠를 입은 동물들이 말하고 두발로 걸어다닌다”는 컨셉만 정해진 영화를 위해 리서치를 시작했고, 그 기간은 18개월이나 이어졌다. 방대한 양의 동물 다큐멘터리를 감상하는 것으로 출발해, 플로리다의 디즈니 월드 안에 자리잡은 디즈니 애니멀 킹덤을 직접 찾아가 포유류의 움직임을 관찰했다. 하지만 <주토피아>팀의 리서치는 거기서 멈추지 않았다. 1만 4400km을 날아서 아프리카 대륙의 케냐로 떠났다. 프로듀서 클라크 스펜서는 케냐에서의 시간이 단연코 영화의 가장 커다란 영감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육식동물과 초식동물이 질서 있게 어우러져 생활하는 모습은 주토피아의 밑그림이 됐다.” 그렇게 <주토피아>에는 50종의 동물들이 살아 움직인다. 종마다 4종류씩 다른 생김새를 한 캐릭터들이 만들어졌고, 모두 실제 동물의 습성을 연구한 움직임을 갖게 됐다.

2. 실제 비례를 스크린으로

<주토피아>의 가장 큰 특징은 실제 비례에 따른 동물 캐릭터의 묘사와 그를 반영한 주토피아 내6개 구역의 구상이다. “동물들이 직접 도시를 설계했다면 어떤 모습이었을지 생각해봤다.” 바이런 하워드 감독은 <주토피아>에서 도시 설계의 가장 기본이 된 제1 원칙을 이렇게 말했다. 이를테면 생쥐의 키를 1이라고 하면 기린의 키는 95다. 인간의 도시에서라면 이토록 키 차이가 큰 두 종은 한 도시에서 같이 살 수 없지만 <주토피아>에서는 가능하다. 영화에서 세 가지 사이즈로 고안된 지하철 출입구가 열리는 장면은 <주토피아>가 지향하는 바를 보여주는 순간이며 <주토피아>를 지금까지 만들어진 동물 애니메이션과 확연하게 구분 짓는다. 주인공인 토끼 주디 홉스와 여우 닉 와일드가 화면의 가운데에 올 때, 코끼리, 코뿔소, 기린, 사자 같은 동물들은 하반신 혹은 발 부분만 클로즈업된다.

3. 주토피아

주토피아는 애니메이션 <주토피아>의 무대다. 언뜻 이름만으로는 동물의 낙원처럼 생각되지만, 유럽에서는 <주트로폴리스>라는 제목으로 개봉한다고 하니 유토피아보다는 동물들의 메트로폴리스에 더 가깝겠다. 주토피아는 사바나 센트럴, 사하라 스퀘어, 툰드라타운, 레인포레스트, 버니버로 그리고 리틀 로덴샤라는 6개 구역으로 나뉜다. 각각의 구역은 기후와 습성에 따라 다른 특성을 지닌다. 우선 사바나 센트럴은 모든 동물들이 모이는 주토피아의 중심이다. 크기가 다른 동물들이 모두 불편 없이 생활할 수 있도록 다양한 크기의 공공시설이 도시 안에 융합됐다. 현대의 유명한 건축물들에 동물을 상징하는 터치가 더해져 주토피아만의 독특한 색채를 가진 도시로 탄생했다.

툰드라 타운.

사바나 센트럴이 다종다양한 동물들의 요구를 반영해 세심하게 만들어졌다면, 사하라 스퀘어, 툰드라타운, 레인포레스트는 기후로 나뉜 구역들이다. 이름이 알려주듯이 툰드라타운은 얼음으로 덮인 동토이고 사하라 스퀘어는 사막이다. 이 두 구역은 거대한 에어컨 철벽을 사이에 두고 나뉘었는데, 에어컨의 한쪽에서는 냉풍이, 다른 한쪽에서는 열풍이 불어나오는 원리를 이용해 기후를 조절한다. 사막 지역의 동물들이 대부분 야행성인 데 착안해 사하라 스퀘어는 두바이 같은 밤문화의 중심지로, 해가 짧은 툰드라타운은 마피아의 은신처로 묘사됐다. 반면 리틀 로덴샤와 버니버로는 특정 동물들의 습성에 따라 만들어진 구역으로, 리틀 로덴샤는 생쥐처럼 작은 동물들을 위한 미니어처 도시이고, 버니버로는 개체수가 계속해서 늘어나는 토끼의 습성을 고안해 300마리 이상이 한집에서 살 수 있도록 만들어진 토끼 마을이다.

각 구역은 애니메이션 한편의 배경으로도 손색이 없을 만큼 정성 들여 디자인됐고, 여러 단계의 컴퓨터그래픽 작업을 통해 현실감을 얻었다. “관객이 빨리 이야기에 몰입하기 위해서는 눈에 띄지 않는 디테일도 현실에 가깝게 보여야 한다.” 여섯 구역의 디자인을 총괄한 마티아스 레치너의 말이다. 열대우림 속 다양한 잎사귀의 질감이나 오래된 아스팔트에 생기는 미세한 균열, 얼음 위를 덮은 눈 위의 그림자까지도 놓치지 않은 덕분에 <주토피아>의 무대들은 모두 두드러짐 없이 자연스럽게 배경이라는 제 역할을 해낸다. 각 구역의 특징을 이용한 놀이공원식 액션 장면이 펼쳐지는 것은 물론이다.

<주토피아>

4. 미션: 수달 부인을 찾아라

버니버로가 낳은 최초의 경찰관인 주디 홉스(지니퍼 굿윈)는 청운의 꿈을 안고 주토피아 경찰국에 입성하지만, 덩치 큰 코끼리, 버펄로, 호랑이들로 구성된 경찰들과의 생활이 쉽지 않다. 게다가 주디에게 맡겨진 첫 임무는 주차단속이다. 하지만 주차단속원으로 경찰 생활을 마칠 수는 없었던 주디는 48시간 안에 실종된 수달 부인을 찾지 못하면 경찰 배지를 반납하라는 케이프 버펄로 경찰국장 보고(이드리스 엘바)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주디에게 주어진 단서는 단 하나, 수달 부인이 실종 전에 만난 교활한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제이슨 베이트먼)다. 여우는 절대 믿지 말라고 배웠지만 어쩔 수 없이 주디는 닉에게 도움을 청하고,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닉은 주디의 시간을 훼방놓기로 작정한다. 세상에서 가장 느린 나무늘보들이 근무하는 차량국(DMV)에 데려가 한나절을 허비하더니, 마피아의 은신처 툰드라타운으로 데려가 주디의 목숨을 위태롭게 한다.

5. 버디무비

<주토피아>는 버디무비다. 어울리지 못하는 두 사람이 만나 친구가 되듯, 초식동물인 토끼와 육식동물인 여우가 한팀이 되어 모험을 거치면서 우정을 쌓는다. 흔히 토끼와 여우라는 동물에 대해 가지는 편견 또한 캐릭터에 반영됐다. “나는 무엇이든 될 수 있다”고 믿는 궁극의 낙천주의자 주디와 “모두가 나를 사기꾼이라고 손가락질한다면 최고의 사기꾼이 되겠다”고 말하는 냉소적인 닉이 만나 조금씩 마음을 열고 변해간다.

관련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