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시(클로이 머레츠)는 평범한 고등학생이다. 좋아하는 남자아이에 대해서 절친한 친구와 문자를 주고받고, 통금을 어기지 않으려 아쉽지만 파티에서 자리를 뜨고, 휴대폰 케이스가 얼마나 예쁜지에 대해서 수다를 늘어놓는 삶에 익숙하다. 그러나 외계인이 지구를 침공하면서 캐시의 안온한 삶은 180도 뒤바뀐다. 외계인들은 네번의 침공을 통해 인류의 99%를 멸망시킨다. 전력을 차단하고, 인류 문명을 단숨에 집어삼키는 천재지변을 일으킨 뒤, 역사상 최악의 바이러스를 살포해 대부분의 인간을 멸종시키고, 인류와 똑같은 모습으로 위장해 사람들 속에 숨어든다. 캐시는 이 네번의 공격을 받으며 집을 잃고, 학교와 친구를 잃었으며, 엄마를 잃었다. 생존자들은 인적이 드문 캠프장에 모여 힘을 모아 살아간다. 어느 날 캠프로 군인들이 찾아오는데, 이날 캐시는 동생 샘과 이별하게 된다. 영화는 캐시가 외계인의 감시를 피해 동생을 찾아가는 여정을 그린다.
릭 얀시가 쓴 동명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제5침공>은 최근 할리우드의 흥행 보증수표로 떠오른 디스토피안 영어덜트 장르의 영화다. 평범한 소녀가 폐허 속에서 여전사로 새롭게 태어나는, 그 와중에 가족애와 하이틴 로맨스가 양념처럼 들어간 그런 이야기 말이다. 바로 그 장르의 소설이 바탕이 됐으니 영화가 보여주는 클리셰를 오롯이 영화의 몫으로 돌릴 수는 없겠지만, <제5침공>은 <트와일라잇> <헝거게임> <다이버전트> <메이즈 러너>가 인기를 얻었던 요소들을 가져와 만든 혼합물 같다. 유행이 지난 장르를 지루하게 답습하는 <제5침공>은 사실 미국 박스오피스에서도 별 재미를 보지 못했다. 제작 당시에는 원작인 3부작 소설을 모두 영화화하는 것을 계획했다고 하는데, 그 계획이 실행으로 이어질 것 같지는 않다. 모든 것이 그러하지만 영화에서도 타이밍이 중요하다.
하지만 <제5침공>의 실패가 타이밍 때문이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할 수 없는 점은 안타깝다. 계절마다 쏟아져나왔던 영어덜트 장르는 대부분 프랜차이즈로 살아남았기에 이 장르의 생명력이 다했다고 단정하는 것은 공정하지 못하다. 그러나 앞서 지적한 것과 같이 장르의 클리셰를 고민 없이 전시하는 점을 포함한 참신하지 않은 연출은 패인으로 꼽을 수 있을 것이다. 컴퓨터그래픽으로 만들어진 대재앙 장면의 스펙터클을 제외하면 굳이 스크린을 찾아 감상해야 할 이유가 없을 만큼 관객에 대한 배려도 부족하다. 클로이 머레츠, 론 리빙스턴, 리브 슈라이버, 마리아 벨로 등 좋은 배우들의 설득력 있는 연기가 영화의 유일한 장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