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8회 아카데미 시상식이 막을 내렸다. 작품상과 각본상은 <스포트라이트>에, 감독상은 <레버넌트: 죽음에서 돌아온 자>(이하 <레버넌트>)의 알렉한드로 곤살레스 이냐리투에게 돌아갔다. 남우주연상은 <레버넌트>의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여우주연상은 <룸>의 브리 라슨, 남우조연상은 <스파이 브릿지>의 마크 라일런스, 여우조연상은 <대니쉬 걸>의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각각 수상했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주요 부문 후보군에 백인 남성만이 포함됐고, <캐롤> 등 여성주인공이 등장하는 영화와 흑인 배우들이 출연하는 영화를 홀대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SNS에선 ‘오스카는 너무 하얗다’(#OscarsSoWhite) 또는 ‘오스카는 너무 남성적이다’(#OscarsSoMale)라는 해시태그가 줄을 이었다. 하지만 미국 내에서 흑인을 제외한 유색인종을 바라보는 시선은 한층 더 차별적이다. “오스카는 백인들의 잔치”라고 쓴소리를 했던 흑인 배우 크리스 록은 아카데미 시상식 투표를 관장하는 회계법인을 언급하며 아시아계 어린이 배우들을 무대에 올려 “그곳의 근면성실한 직원들”이라 소개했다. 아시아인들이 회사에 희생하고 수학을 잘한다는 편견에 기댄 것이다. 뒤이어 “농담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이들이 만든 스마트폰으로 트윗을 보내라”는 말을 덧붙였다. 그 또한 아시아의 아동 노동을 빗댄 것이다. 배우 사샤 바론 코언의 콩트도 빈축을 샀다. 그는 “온몸이 노랗고 조그만 거시기를 가진, 열심히 일하는 이들을 위한 상은 왜 없는 것이냐”는 멘트를 “미니언즈에 대해 말한 것뿐”이라고 일축했다. 사샤 바론 코언이 인종적 편견과 차별을 역설적으로 풍자한 영화 <보랏: 카자흐스탄 킹카의 미국 문화 빨아들이기>(2006)의 주인공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크게 실망스러운 발언이 아닐 수 없다. <매드맥스: 분노의 도로>로 의상상을 수상한 제니 비번은 영화 속 대사를 인용해 “What a lovely day!” 라는 소감을 남겼다. 하지만 모든 인종과 양성이 평등한 ‘Lovely Day’는 여전히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