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도는 좋아 보인다. 언제 죽을지도 모르는 인생의 말년, 노인은 손자가 억압받지 않고 자유로운 사고를 가지고 살아가길 원한다. 72살 노인 딕(로버트 드니로)과 손자 제이슨(잭 에프런)의 좌충우돌 로드무비가 시작된 경위다. 딕은 운전면허 정지를 핑계 삼아 변호사 일로 바쁜 손자를 플로리다 여행에 동참시킨다. 그는 평생 동고동락한 아내의 장례식을 이제 막 마쳤고, 제이슨은 일주일 후 있을 결혼식을 앞두고 정신이 없는 상태다. “예전에는 친했던” 둘의 여행은 이런 혼돈 속에서 시작됐고, 시작부터 삐걱거린다. 바른생활 변호사인 제이슨이 보기에, 손자가 보는 앞에서 자위를 하고, 젊은 여자와의 섹스를 밝히는 딕은 영 구제불능이다.
<오 마이 그랜파>는 외설스런 말을 남발하고, 무리한 요구를 하는 딕의 ‘이상함’을 손자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치환하려 한다. 젊은 시절 직업적인 이유로 자신의 아들과 나누지 못한 소원함을 손자에게만은 반복하지 않겠다는 노인의 의지가 더해진 행동이다. 하지만 재치라고 하기엔 과도하고, 의도로 넘기기에도 진심이 통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플롯은 제이슨의 진정한 사랑찾기로 귀결되는데, 결혼 준비에만 여념이 없는 부잣집 약혼녀 대신 여행길에서 만난 고교 동창과 사귀는 것이 현재의 틀에서 벗어나 삶의 가치를 얻는 것처럼 묘사된다. 애초 단선적인 캐릭터로 여성을 규정하고 있는 탓에 제이슨의 이같은 선택이 설득력을 얻는 건 요원하다. 변호사가 된 것을 성공만을 추구하는 속물적인 선택으로 묘사한 것이나, 그에 반해 포토그래퍼가 되는 것을 자유를 추구하는 삶의 가치에 더 가깝게 묘사하는 것도 되짚어볼 일이다. 2011년, 할리우드에서 영화화되지 않았지만 인기 있는 시나리오인 ‘블랙리스트’에 오른 작품이라는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쉽지 않은 대사를 소화하며 노년의 고충을 드러내는 연기를 한 로버트 드니로의 노력 역시 안타깝게도 그 빛을 잃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