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증은 있는데 물증은 없다. 코언 형제는 <헤일, 시저!>의 모티브가 된 1950년대 실존 인물들에 대한 질문을 받을 때마다 애매한 답변으로 일관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추측을 멈출 수는 없는 일이다. 영화 속 주요 캐릭터의 면모와 그들의 롤모델이 되었을 거라 짐작되는 1950년대 할리우드 실존 인물들을 함께 소개한다.
캐피틀 영화사의 총괄 프로듀서 에디 매닉스(조시 브롤린)는 그야말로 ‘24시간이 모자란’ 남자다. 촬영 중인 영화의 현장을 둘러봐야 하는 것은 물론 사고뭉치 배우들의 뒤를 봐주고 이미 촬영을 마친 영화의 편집본도 봐야 한다. 1950년대 당시 MGM 스튜디오에서 그와 비슷한 ‘해결사’ 역할을 했던 실존 인물은 동명의 프로듀서 에디 매닉스다. 에단 코언은 그가 “샌디에이고 어딘가에서 술에 취한 배우를 찾아서 그가 저지른 일을 뒤처리하고 성소수자를 결혼시키는 등의 일을 전문으로 했다”고 말한다.
뮤지컬영화 스타 버트 거니는 <매직 마이크>의 매직 마이크와 <스텝 업>의 테일러에 이어 채닝 테이텀의 뮤지컬리티와 리듬감을 만끽할 수 있는 캐릭터다. 할리우드 최고의 댄서였던 진 켈리 이외에 누가 그의 롤모델이 될 수 있을까? 선 굵고 역동적인 춤을 선보였던 진 켈리는 <사랑은 비를 타고>(1952) 등 수많은 명작을 남겼지만 <헤일, 시저!>에서 가장 연상되는 그의 작품은 선원으로 분해 탭댄스를 선보였던 <닻을 올리고>(1945)와 <춤추는 대뉴욕>(1949)이다.
로렌스 로렌츠(레이프 파인즈)는 우아하고 지적인 감독이다. 웬만해선 큰소리 한번 내는 적이 없던 그도 서부극 출신 스타 호비 도일의 ‘발연기’에 이성을 잃고 만다. 캐서린 헵번, 오드리 헵번, 잉그리드 버그먼 등 당대 최고의 배우들과 작업했던 <스타탄생>(1954), <마이 페어 레이디>(1964)의 감독 조지 쿠커가 로렌스의 유력한 롤모델이다. 모든 톱스타들이 완성된 영화 속 모습만큼 현장에서도 완벽하지는 않았을 거다.
수중발레영화로 스타덤에 오른 디애나 모란(스칼렛 요한슨)은 캐피틀의 ‘돈줄’이다. 아름다운 그녀에겐 비밀이 있는데, 바로 누군가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거다. 디애나의 모티브가 된 사람은 전직 수영선수이자 수중 뮤지컬영화 스타였던 에스더 윌리엄스로 짐작된다. 디애나가 물속에서 펼치는 퍼포먼스는 에스더 윌리엄스의 히트작 <백만달러 인어>(1952)와 상당히 흡사하다. 하지만 임신 관련 에피소드는 클라크 게이블의 아이를 비밀스럽게 낳았던 로레타 영을 떠올리게 한다. 그녀는 언론과 대중이 모르게 게이블의 딸을 낳았고, 친딸을 다시 입양했다.
호비 도일(엘든 이렌리치)은 말 타고 총 쏘고 기타치며 노래부르는 모습이 가장 잘 어울리는, 캐피틀의 떠오르는 스타다. 그러나 이미지를 바꾸려는 영화사의 전략에 의해 본격 드라마 장르의 영화에 투입되며 적응에 어려움을 겪는다. ‘노래하는 카우보이’라는 점에서 호비 도일은 컨트리 가수이자 베테랑 서부극 배우였던 로이 로저스를 연상케 한다. 액션과 코미디, 노래를 함께 선보이는 로저스의 모습은 <선셋 세레나데>(1942)와 <텍사스의 달이여 영원하리>(1946) 등의 작품에서 만날 수 있다.
틸다 스윈튼이 1인2역으로 연기하는 일란성쌍둥이 칼럼니스트 테커 자매는 영화사를 넘나들며 스타들의 비밀과 추문을 파헤친다. 언니와 동생을 구분 못해 벌어지는 다양한 에피소드는 <헤일, 시저!>의 중요한 웃음 포인트이기도 하다. 50년대 당시 가십과 스캔들 기사로 악명을 떨쳤던 라이벌 칼럼니스트, 헤다 호퍼와 루엘라 파슨스를 연상케 하는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