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3번째 영화다. 2008년 마블이 자체 제작한 <아이언맨>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이하 MCU) 탄생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지도 거의 20년이 되어간다. 하지만 여전히 이 세계는 무서운 속도로 팽창해나가고 있다. <엔터테인먼트 위클리>와의 인터뷰에서 마블의 수장 케빈 파이기는 MCU를 종결시킬 계획이 전혀 없지만 앞으로 나올 영화들에서는 변화를 모색하겠다고 발표했다.
MCU 페이즈3의 시작을 알리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는 우선 슈퍼히어로들끼리 격돌한다는 데서 지난 작품들과 차별화를 꾀한다. 마크 밀러의 원작과는 다를 것이라 예상했지만 상당히 많은 요소들이 차용되었고, 새롭게 설정된 부분인 아이언맨이 캡틴 아메리카와 격돌하는 이유도 매우 설득력 있고 드라마틱하다. 비슷한 시기에 발표된 또 다른 원작 <데스 오브 캡틴 아메리카>의 여러 요소들도 자연스럽게 융합되어 있다. 무엇보다 선 대 악 내러티브에서 벗어난 새로운 시도였다는 것이 이 영화의 큰 의의일 것이다. 페이즈3의 나머지 작품들도 기존의 MCU 영화들과 다른 길을 가고자 한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얼마 전 공개된 <닥터 스트레인지>(10월 말 국내 개봉예정) 예고편의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비주얼은 지금까지의 마블 영화들에서 보지 못한 것이다.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 깊은 인상을 남긴 블랙 팬서의 솔로 영화화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는데 MCU에서 등장하는 첫 흑인 주인공이기 때문이다. 더욱 기대되는 것은 역시 예정되어 있는 미즈 마블로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진 않았으나 여주인공(캐럴 댄버스)이 등장하는 첫 MCU 영화로 각본도 여성 각본가들이 담당하고 있다. 캐스트와 가제만 정해진 <가디언즈 오브 갤럭시2>(2017)와 <스파이더맨: 홈커밍>(2017)도 페이즈3에서 공개될 작품들이다. 넷플릭스와의 크로스오버도 기대해볼 만하다. 넷플릭스는 데어데블, 제시카 존스, 루크 케이지 등이 팀을 이뤄 등장하는 <디펜더스> 공개 후 MCU와의 크로스오버를 고려하고 있다고 했는데, 페이즈3 도중이 될지 이후가 될지는 모르겠으나 두 세계의 히어로들을 큰 스크린에서 만나는 것도 요원해 보이지는 않는다.
지금까지 마블에서 발표한 계획대로라면 MCU 페이즈3가 종결되는 시점은 2019년 말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2부작이 지금까지 줄거리의 대단원 역할을 할 테니 그 이후가 궁금해지는데, 페이즈2에서 그랬듯 블랙 팬서, 스파이더맨 등 페이즈3에서 새롭게 등장한 캐릭터를 위한 속편이 계속 제작되거나 혹은 어벤져스 같은 새로운 슈퍼히어로팀이 탄생할 수도 있다. 가상현실 기술의 급격한 발전으로 어쩌면 2020년 이후의 영화들은 지금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확실한 것은 슈퍼히어로 장르는 새로운 기술을 접목해 제작자들이 무한한 상상력을 발휘하기 가장 적합한 장르라는 것이다. 무한히 팽창하는 우주처럼 우리는 어쩌면 MCU라는 소우주의 초창기를 살고 있는 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