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스탭들이 말한다 <곡성>의 그 장면들은 어떻게 만들어졌나
2016-05-18
글 : 윤혜지
글 : 이예지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사진 : 백종헌

한편의 굉장한 영화를 만들기 위해선 곱절의 수고와 에너지가 필요하다. 이미 심상찮게 극장가를 달구고 있는 <곡성>의 현장은 얼마나 더 뜨거웠을까. 각자의 영역에서 프로덕션을 진두지휘한 네 사람의 키스탭을 만나 <곡성>의 상세한 면면과 나홍진 감독과의 혹독한 협업에 대해 들어보았다. 임민섭 프로듀서, 채경화 의상감독, 이후경 미술감독, 장영규•달파란 음악감독이 그들이다.

임민섭 프로듀서

<태양은 없다>(1998) 제작부로 영화를 시작해 <페스티벌>(2010), <특수본>(2011), <7번방의 선물>(2012) 프로듀서에 이어 <곡성>(2016) 프로듀서를 맡았다. 나홍진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여태까지 한 작품 중 가장 고생했던 작품이지만, 완성된 영화를 보니 과정은 힘들어도 노력하니 이렇게 좋은 영화가 나오는구나 싶더라”는 그다. 블루트리픽쳐스를 설립해 <채식주의자>(2009)를 제작하기도 했으며, 현재 고영훈 작가의 웹툰 <장마>를 원작으로 하는 이철하 감독의 신작 제작을 준비 중이다.

채경화 의상감독

나홍진 감독과 <추격자>(2008), <황해>(2010), <곡성>을 모두 함께 만들었다. “내 선택에 100% 확신할 수 없는 사람이라 꼼꼼한 나홍진 감독님과의 작업이 무척 잘 맞는다”고. 날마다 각종 편집숍과 의류 매장, 동묘풍물시장을 들락거리는 의상 데이터 수집의 달인. 영화 취향은 “남자배우들이 많이 나오는, 어두운 스릴러”란다. <지상만가>(1997)로 데뷔했고 최근의 대표작으로 <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4), <쎄시봉>(2015) 등이 있다.

이후경 미술감독

홍익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했다. “<로드쇼> <키노>를 방안에 쌓아놓고 보던 형의 영향으로 어릴 때부터 영화를 좋아해” 자연스레 영화미술 세계로 입문했고 <인사동 스캔들>(2009), <퍼펙트 게임>(2011), <7번방의 선물>(2012) 등의 미술을 맡았다. 나홍진 감독과는 <황해>(2010)에 이은 두 번째 작업이고, 현재는 류승완 감독이 연출하는 <군함도>의 미술을 담당하고 있다. 언젠가 <블레이드 러너>(1982)류의 SF영화 미술에 도전하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장영규, 달파란(왼쪽부터).

장영규 음악감독

<반칙왕>(2000)부터 <암살>(2015)까지 수많은 한국영화의 음악을 담당해온 영화음악 감독이자 백현진과 함께하는 ‘어어부 프로젝트’에서 연주와 작곡을 담당하는 밴드 마스터. 이번 <곡성>은 <황해>에 이어 나홍진 감독과 함께한 두 번째 작품이다. 달파란, 방준석, 이병훈과 영화음악그룹 ‘복숭아’로 활동하다 “영화를 보는 눈이 비슷한” 달파란과 함께 공동작업하는 일이 잦아졌고, 이번 <곡성>도 함께 작업하게 됐다. 차기작은 스트레이트하고 장르적인 음악이 사용된 <부산행>(연상호 감독)이다.

달파란 음악감독

시나위 베이시스트이자 삐삐밴드의 멤버였고 현재는 솔로 뮤지션 달파란으로 활동 중이며, 그 역시 <거짓말>(1999)부터 <암살>(2015)까지 수많은 한국영화의 음악들을 만들어왔다. “위아랫집 사는” 장영규 음악감독과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2008), <고지전>(2011), <도둑들>(2012), <곡성>에 이르기까지 여러 영화음악들을 공동작업했다. 차기작 <가려진 시간>(엄태화 감독)에선 보다 밝고 정서적인 음악을 선보일 예정이다.

#종구(곽도원) 집 + 종구

임민섭_<곡성>은 리얼리티를 추구하기 위해 오픈세트를 짓기보단 로케이션을 직접 찾았다. 121회차 중 97회차 분량이 로케이션이었고, 전국 방방곡곡 6개월을 누비며 함양, 철원, 곡성, 구례, 순천, 장성, 해남, 장수 등 다양한 지역에서 촬영을 진행했다. 남부지방을 샅샅이 뒤져 한옥들을 찾던 중, 함양에서 감독님과 홍경표 촬영감독님이 만족할 만한 집을 찾았다. 뒷배경에 산도 있고, 레이어가 많아 풀숏을 잡았을 때 미장센이 좋더라. 그런데 그 집에 거주하는 가족 일원이 목사님인 거다. (웃음) 한달 정도를 찾아뵙고 설득해 간신히 집을 빌릴 수 있었다.

이후경_다만 종구 집과 외지인(구니무라 준) 집 내부, 엔딩의 동굴은 세트다. 집 자체는 가장 흡족한 로케이션은 아니었고 최대한 원하는 모양에 흡사한 곳을 섭외했다. 종구 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건 대문이었다. 전통 가옥처럼 보이면서도 구조가 특이해서 관문을 통과하는, 어떤 경계를 넘어가는 느낌이 들었다. 대문과 집까지의 거리감까지 고려해 섭외한 곳이다.

채경화_집에서나 파출소에서나 종구는 나태해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제복을 입고 있긴 한데 뭘 맡겨도 잘 해결되지 않을 것 같은 느낌? (웃음) 슬리퍼를 신고 일한다든지, 산에 오르는데 구두를 신고 있다든지…. 평상복도 실제로 곡성 시내에서 산 옷들이었다. 어쩐지 그 지역의 느낌을 줄 것 같아서.

장영규_음악감독 입장에서 <곡성>은 이렇게도 저렇게도 해볼 여지가 있는 영화라 음악의 방향성이 여러 번 바뀌었다. 처음엔 사건 중심의 장르적인 음악으로 풀려다가, 나중엔 인물 중심의 음악으로 방향성을 틀었다. 인물 중에서도 특히 주인공인 종구의 감정선을 잘 따라갈 수 있게 해주는 음악을 만들려 했다. 딸을 지켜야겠다는 감정이 강해지는 과정을 따라갔고, 감정을 살릴 때는 바이올린 등 현악기를 많이 썼다. 그외에도 초반부엔 무슨 일이 벌어질 것을 암시하는 듯한 현음악들을 많이 사용했다.

#산속 + 무명(천우희)

임민섭_각 신이 추구하는 느낌이 달랐기 때문에 하나의 산에서 모든 산속 신을 소화하지 않았다. 그중 덕기(전배수)가 외지인이 고라니를 파먹는 것을 목격하는 장면과 종구가 덕기를 앞세워 외지인 집을 찾아가는 장면은 해남 두륜산에서 찍었다. 두륜산은 인적이 드물고 나무 형태도 기괴해 초자연적인 느낌마저 주는 산이다. 해발 500m인 이곳에 비를 뿌리고 번개 조명을 치는 건 도전이었다. 발전차가 그 첩첩산중까지 올라갈 순 없고 발전차와 조명기 사이를 잇는 라인이 필요한데, 일반적으로 가장 긴 게 200m 안팎이다. 그래서 500m짜리 라인을 두꺼운 케이블로 따로 제작했다. 살수차도 현장까지 올라갈 수 없으니, 중간중간에 수조를 만들어 호스로 잇고 펌프로 물을 옮겨가며 비를 뿌린 거다. 일반적으로 PD는 제작여건과 환경을 조율해가며 타협하기도 하는데. 원하는 장면을 뽑아내기 위해 그 모든 것을 초월한 신기한 경험이었다. (웃음) 결과가 원했던 대로 나와 만족스럽다.

채경화_무명은 할머니 옷인지 요즘 옷인지 구분이 안 가는 묘한 옷을 입고 있다. 똑같은 흰옷을 여러 벌 입고 촬영해야 했기 때문에 원단을 끊어다 직접 지어 입혔다. (천)우희씨는 옛날 사람처럼 속옷도 안 입고 러닝셔츠만 입은 채로 의상을 입었고, 감독님은 쭈그려앉을 때나 서 있을 때의 핏까지 세심하게 체크하셨다. 무명이 걸친 군복도 수십년 전 군복을 구해다 입힌 거다.

#외지인 집 + 외지인

임민섭_외지인의 은신처는 곡성에 해발 400m 높이의 산속 폐가를 재정비해 만든 거다. 산들을 뒤지다 몇 가구 안 사는 산속 마을에서 폐가를 발견했다. 곧 밀어버리기로 예정돼 있던 건데 때마침 찾은 거다. 실제 폐가라 사람의 때와 시간의 때가 그대로 남아 있었다. 자문해준 무속인도 이 장소는 유달리 음험한 기운이 느껴진다더라.

이후경_폐가의 반은 내버려두고 반 정도는 새로 지었다. 입구의 돌탑과 뒷마당의 우물은 따로 제작한 거다. 집에 날아드는 까마귀는 CG를 쓸 수밖에 없었다. 새는 통제가 안 되니까. 다른 장면에 나온 까마귀들은 대부분 진짜다.

채경화_여행할 때 체크무늬 셔츠 하나씩은 다들 가져가잖나. 외지인에게 딱 어울리는 걸 찾기 위해 체크란 체크는 다 모았던 것 같다. 구니무라 준이 일본인 옷 같지 않다고 해서 직접 일본에 가 아저씨들의 옷 파는 가게들도 돌아봤는데 결과적으로 큰 차이는 없었다. 놀라운 건 감독님이 모르는 브랜드가 없으시다는 거다. 평소에 얼마나 리서치를 하시는지 의상하는 사람들끼리만 아는 브랜드도 다 알고 계셨다. 외지인이 메고 있는 가방도 일본의 오래된 브랜드인 포터(PORTER) 가방인데 감독님이 그 가방을 꼭 쓰고 싶다고 하셔서 해외에서 직구해다가 택만 떼서 썼다. 외지인이 차고 있는 시계도 오래된 롤렉스 시계인데 그건 감독님이 본인 것을 가져오신 거다. <조디악>(2007)에 나오는 시계를 요구하셨는데 구할 수가 없었다.

달파란_<곡성>의 음악에선 음계보다 톤과 사운드의 질감을 잡는 게 가장 중요했다. 투박하고 음산하며 어두운 톤을 잡았고, 아날로그 신시사이저로 소리를 만들며 사운드 디자인을 했다. 종구가 외지인 집에 첫 방문했을 때부터 불안한 분위기를 조성했고, 두 번째 방문 신에서는 음을 굉장히 미니멀하고 직설적으로 썼다. 한음을 쓸 땐 음계가 아니라 톤이 중요하다. 악기의 소리를 파헤쳐보면 여러 성분이 섞여 있다. 활로 바이올린 현을 긁으면 현이 긁히는 속도와 마찰음 등에 따라 잡소리가 섞여 나온다. 이때 특정 성분을 강조해 기괴하고 섬뜩한 톤을 잡아냈다. 히치콕의 <싸이코>(1960) 같은 영화에서 고전적으로 사용되는 쨍쨍 울리는 신경질적인 사운드처럼 말이다.

이후경_제단을 차린 방에 있는 닭과 물고기 사체도 진짜다. 실제로 썩혀서 거기 둔 거라 구더기도 자연스럽게 생겨났다. 냄새가 하도 심해서 현장에 10분만 있으면 머리가 너무 아팠다. 가부키 가면, 주술책, 조류도감, 춘화집은 모두 감독님이 일일이 요구한 소품이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탈춤에 쓰는 건데 한국인들이 볼 땐 가부키 가면이 좀 무섭고 낯설어 보이잖나. 영화에서 외지인을 상징하는 소품이 아닐까 했다. 조류도감이나 주술책도 성당 신부님과 종구가 대화하는 장면에서 외지인을 묘사할 때 “유명 대학교수란 소문도 있고, 스님이란 얘기도 있고…”라고 쑥덕거리는데 그런 소문들이 사실일지 모른다고 짐작하게 하는 소품들이었다. 외지인 방에 걸린 액자에 대해선 스탭들 사이에서도 말이 많은데 누구의 사진인지 정확하게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감독님이 어디선가 가져오신 거다. 어쨌든 실존했던 누군가의 사진이라고는 하더라.

#일광(황정민)의 첫 등장

임민섭_일광이 첫 등장할 때 산속 도로 부감숏은 전라북도 진안의 모래재 국도를 촬영한 것이다. 일광의 캐릭터를 반영해 뱀이 움직이듯 구불구불한 느낌의 도로를 찾았다. 거기에 산들이 겹겹이 둘러싸고 있는 첩첩산중의 형국이다. 감독님이 로케이션을 헌팅할 때 강조한 ‘레이어’가 충분한 장소였다. 한국에서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2015)의 드론 촬영을 담당했던 에어웍스라는 드론팀에서 이 장면을 드론으로 촬영했다.

장영규_무속인의 등장이니만큼 긴장감을 조성하는 동시에 무속적 느낌을 내려했다. 북, 팀파니, 아프리칸 타악기 등을 사용해 무속 장단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진 않으면서도, 무속적인 느낌이 들 수 있게 만들었다. 한국 악기가 아닌 타악기로 굿 리듬의 변형된 형태를 만든 거다.

달파란_한국 무속음악엔 꽹과리 등 고음을 내는 메탈 악기가 쓰이기 때문에 심벌즈, 메탈 퍼커션을 비롯한 메탈 악기 등도 활용했다. 동양적인 음계에 굵직한 템포로 박력 있게 갔다.

채경화_전체적으로 색감이 어두운 영화라 일광이 처음 등장할 땐 저 사람이 나타난 것만으로 어떤 변화가 생기겠다는 인상을 주고 싶어서 파란 슈트를 입혔다. 그 슈트를 감독님이 정말 싫어하셨다. 은근히 야한 옷인데. (웃음) 소위 잘나간다는 남자 무속인들의 패션을 많이 참고했다. 갤러리아백화점 같은 데 가면 남자 무속인들이 벤츠 타고 희한하게 옷을 입고 오는 걸 볼 수 있다. 개성 있고 엄청 기가 세 보인다. 서울에서 파란 슈트를 따로 피팅하고 사진 찍어서 감독님께 보여드렸는데 마음에 안 드셨는지 “네가 미쳤구나?”라고 하셨다. 얼마나 혼을 내시던지. (웃음) 하지만 이거다 싶어서 굽히지 않았고, 막상 현장에 가서 황정민 배우에게 입혀보니 다들 만족해했다. 심지어 맞춤도 아니고 기성복인데 핏이 마침맞더라. 원래 상상한 일광의 평상복은 블루종을 입은 모습이었는데 그때 황정민 배우가 <베테랑>(2015)을 찍고 있어서 의상 컨셉을 바꾼 거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드는 의상이다. 참고로 나중에 입고 나오는 나이키 트레이닝복은 남편 옷이다. 영화 보고선 “저건 또 언제 갖다 썼어?”라고 할 것 같다. (웃음)

#외지인의 폭포 수련

임민섭_주로 촬영했던 남부지방에선 수심과 스케일 등 원하는 조건을 갖춘 폭포를 찾을 수 없어 철원까지 가서 매월대 폭포를 찾았다. 높고 험한 지대에 위치해 있어, 한 사람도 지나가기 힘든 좁고 울퉁불퉁한 길로 지미집까지 다 실어 날라야 했다. 이번 현장에서는 지게가 요긴하게 사용됐다. (웃음) 스탭들은 장비를, 제작팀은 아이스박스와 도시락들을 날랐다. 9월 중순 촬영이었지만 깊은 산중이라 물이 너무 차가웠다. 구니무라 준이 연세가 있는 배우라 걱정되더라. 고민 끝에 실제로 감독님과 내가 직접 들어가보고, 이 정도면 할 만하다며 그를 안심시켰다. (웃음) 옆에는 텐트와 뜨거운 물을 받아놓은 욕조를 세팅해놓고, 혹시나 모를 상황을 대비해 구급차와 의료팀도 대기시켰다. 구니무라 준이 워낙 프로페셔널한 배우라 잘 소화하더라.

채경화_외지인이 훈도시를 입고 나오는 장면인데 실제 일본에서 훈도시를 사와보니 너무 얇아서 다 비치겠더라. 영화에 쓴 건 삼베를 여러 겹 써서 두껍게 새로 제작한 거다. 처음 구니무라 준에게 피팅을 할 때 일본 분이어서인지 굉장히 스스럼없이 훈도시를 입어주셔서 놀랐던 기억이 난다. (웃음)

#굿

임민섭_낮에 한번, 밤에 한번, 두번의 굿 장면이 있었다. 마을 사람들이 거주하는 함양의 마을에서 몇날 며칠을 북 치고 장구 쳐야 했던지라, 사전에 공들여서 협조를 구했다. 마을 잔치도 열고 이장님부터 주민들까지 마음을 얻고자 노력했다. (웃음) 굿 장면에 있어선 감독님이 시나리오를 쓸 당시부터 자문을 얻어온 울산의 무속인 가족의 도움을 받았다. 일광이 굿을 할 때 돕는 무속인과 연주하는 악사들 모두 실제 그의 제자와 악사들이다. 배우 황정민은 촬영 전 굿당에 가서 실제 굿하는 걸 보고 리허설을 통해 굿을 익혔다. 배우가 한 호흡으로 자유롭게 연기할 수 있도록 굿판을 한번 벌이면 처음부터 끝까지 끊지 않고 갔고, 여러 대의 카메라를 놓고 황정민의 연기를 다양한 각도에서 잡으려 했다. 자문한 무속인들이 황정민의 굿 연기를 보더니 동작이나 눈빛, 몸의 리듬감 모두 웬만큼 수련한 무속인보다도 낫다고 혀를 내두르더라.

이후경_여러 나라의 굿 형태를 참고해 섞었다. 일광의 굿은 기본적으론 민속신앙을 따르지만 주변을 채운 건 이것저것 뒤섞은 거다. 살을 날리는 굿은 실제로 존재한다고는 하지만 무속인 중에서도 할 수 있는 사람이 거의 없어 창작한 부분이 많다. 타살을 상징적으로 드러내도록 죽은 동물의 사체, 고깃덩이들, 말뚝을 박는 행위 등을 넣었다. 말뚝이 얼핏 보면 마을 입구를 수호하는 장승처럼 보이지 않나? (웃음) 일광의 이면적인 모습을 암시하는 장면이었다. 외지인의 굿은 일본과 네팔의 무속을 섞은 형태다. 감독님이 직접 네팔에 가서 실존하는 무속인들을 만나 그들의 굿을 영상으로 찍어다 보여주셨다. 외지인이 치는 북과 북채, 의식 때 거는 종들은 네팔에서 직접 가져온 거다. 방 안에 불을 피우는 건 일본 불교의식에서 따왔다. 액이 될 만한 걸 하나씩 태워가는 모양새다.

채경화_오방색 무복은, 디자인은 평범한 무복을 따르되 소재만 삼베에 색을 들여서 거칠고 뻣뻣한 느낌으로 사용했다. 무복 제작도 실제 무속인들이 다니는 가게에 의뢰했는데 무속인들이 “네가 뭘 몰라서 저런 소재를 썼는지 몰라도 저런 천으로 무복을 만들면 안 된다”고 여러 번 말씀하시기는 했다. 보통은 실크로 만드는데 몸에 척척 감기는 느낌이 여성적으로 느껴져서 일광에겐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부러 결이 거칠고 옷이 바짝 서 있도록 옷감을 썼다. 외지인 굿 장면에서 쓴 의상은 우리나라 철릭에 일본과 티베트의 스님 옷을 합쳐서 만들 생각이었다. 이것저것 섞어서 사이비 같아 보이도록. 그런데 막상 촬영을 해보니 화면에 콘트라스트가 세서 디테일이 잘 안 보였고 결국 속에 입는 옷에 소품만 걸쳐서 찍었다.

장영규_굿에 동원되는 음악은 무속인들 감수하에 짠 거다. 울산쪽 무속인들이라 동해안 별신 굿과 여러 굿이 섞여 있다. 현장에서 실제 무속인 악사가 연주를 했고, 후반작업 때 다시 연주해 녹음했다. 살을 날리는 두 번째 굿에서는 굿 음악 밑에 깔리는 소리를 디자인해 넣었다. 음악이라기보단 사운드 디자인의 개념인데, 저음과 기괴한 소리들을 섞어넣어 분위기를 더 음산하게 만들었다.

#좀비와의 액션

임민섭_박춘배(길창규) 좀비 액션 신을 일주일 이상 찍었다. 머리에 쟁기 꽂은 좀비를 연기한 배우 길창규는 현대무용가 박재인 선생에게 안무지도를 받아 연구한 동작들을 연기했고, 감독님도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했다. 격한 액션을 선보여야 해서 배우들이 가장 힘들게 연기한 장면인 것 같다. 길창규는 물리적인 시간의 한계와 컷의 연결 때문에 좀비 특수분장을 유지한 채 자고 일어나 다음날 촬영한 적도 있다. 이렇게 고생한 배우들의 상태를 두루 살피는 게 PD로서 가장 신경 쓴 일 중 하나였다.

달파란_액션에서는 타악기를 동원해 긴박감 있게 몰아쳐주는 음악을 사용했다. 좀비는 현실에 없는 오컬트적 존재잖나. 그런 이질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해 브라스에서 불협화음을 쓰기도 했다.

#추격 시퀀스(산속-절벽)

임민섭_종구 일행과 외지인의 추격 시퀀스를 찍은 장소는 높은 절벽과 낭떠러지가 있는 선운산이다. 길도 나지 않은 산중에서 추격 장면을 찍었다. 절벽은 선운산 정상인데, 그 아슬아슬하게 높은 곳에 스탭들이 장비를 다 지고 올라갔다. 구니무라 준 배우는 관절도 안 좋은데 고생했다. 일본 배우들은 무엇보다 안전을 중시해서, 절벽 신을 찍을 때는 와이어를 메고, 밑은 블루매트를 쳐서 CG로 만들었다. 만약의 사고에 대비해 의료팀도 대비시켜놨다.

달파란_추격 신에서는 타악기를 계속 쓰며 긴박감을 주고 리듬을 일부러 흐트러트리거나 엇박자가 나게끔 비틀었다. 로컬한 리듬과 할리우드영화식 리듬을 교묘하게 뒤섞기도 했다. 박진감 있고 무거운 음악이 이어지다 마지막 절벽 장면에선 음악에 선율이 살짝 섞이면서 정서가 실리는 인간적인 음악이 된다. 여기선 음악 자체가 하나의 장치로서 활용된 셈이다. 더 말하면 스포일러다. (웃음)

#비 오는 국도

임민섭_<곡성>은 무엇보다 완성도가 우선인 작품이었다. 낮 신이면 낮, 새벽 신이면 새벽, 항상 실제 그 시간대에 찍으려 했고 해 뜨기 직전과 직후 매직 아워를 놓치지 않기 위해 며칠에 걸쳐 한 장면을 촬영하기도 했다. 시간대뿐 아니라 날씨도 마찬가지였다. 통상적으로 비가 오는 날은 안전 문제 때문에 비 오는 신을 찍지 않고, 흐린 날 살수차를 동원한다. 하지만 <곡성>은 산길 국도에서 종구 일행이 트럭을 타고 가는 신도 실제 비 오는 날에 찍었다. 비가 많이 와야 했기 때문에 그 조건에 맞춰 찍기가 쉽지 않더라. 연속으로 찍지 못하고 조건이 맞는 날 3회차 정도로 나눠 찍었다. 그동안 계절이 가을에서 겨울로 바뀌었더라. (웃음)

#금어초

이후경_종구 집을 비롯해 영화 속 귀신 들린 집에서 볼 수 있는 꽃은 금어초다. 막 피어난 금어초는 하얗고 조그만 꽃이다. 부케나 화환에도 많이 들어간다. 그걸 말려서 영화에 쓴 건데 실제로는 해골 형태의 금어초가 나올 확률이 굉장히 적다. 100송이를 키워 말리면 그중 몇 개만 해골 모양이 된다. 그래서 먼저 농장 50평 정도를 빌려 금어초를 직접 재배했다. 그걸 모조리 거둬서 말리고 골라냈더니 겨우 한 박스밖에 안 나오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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