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열대어 도리가 돌아온다. 자신은 단기기억상실증에 시달리면서도, 친구들에게는 계속 앞으로 나아가라고(Just Keep Swimming) 말해주던, 한없이 명랑한 물고기 도리가 이번엔 자신의 이야기 <도리를 찾아서>로 오는 7월7일 한국 관객과 만난다. 전편인 <니모를 찾아서>로부터 13년 만이다. <니모를 찾아서>는 영화가 개봉한 2003년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었다. 전편과 속편이 공식처럼 이어지는 프랜차이즈 시대에 이토록 긴 시간이 지나 만들어지는 속편에 대한 궁금증을 4개의 키워드로 살펴봤다. <도리를 찾아서>와 같이 상영될 단편애니메이션 <파이퍼>도 소개한다.
도리의 과거
<도리를 찾아서>는 단기기억상실증으로 매번 자신을 소개해야 하는 열대어 도리가 문득 자신의 과거를 일부 기억해내는 것으로 시작한다. “다른 건 기억나지 않아. 하지만 내게도 엄마, 아빠가 있었고 내가 그들을 정말로 사랑했다는 것이 기억나.” 어렴풋한 기억 속 “몬터레이 베이”라는 지명을 단서로 가족을 찾아 길을 나서겠다는 도리를 어떻게 만류할 수 있을까. 게다가 6개월 전 도리는 잃어버린 아들 니모를 찾는 말린을 위해 호주까지 기꺼이 동행했던 의리의 물고기가 아닌가. 그렇게 말린, 니모가 함께하는 도리(의 과거)를 찾는 여행이 시작된다. 전편이 문자 그대로 니모의 행방을 찾는 이야기였다면, 이번에는 도리가 누구인지를 찾는 내적인 여정이다. “나는 내가 도리를 만들어낸 그 순간부터 도리가 비극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늘 마음이 쓰였고 도리를 놓을 수 없었다.” 13년 만에 도리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은 감독 앤드루 스탠턴의 말이다.
새로운 캐릭터 행크
어렵게 몬터레이 베이의 아쿠아리움에 도착한 도리는 인간에게 포획되어 수조에 갇히는데, 거기에서 다리가 일곱개인 문어 행크를 만난다. 말린과 니모가 기다리는 바다로 돌아가려는 도리와 달리 아쿠아리움의 안온한 삶을 원하는 행크는 도리가 가족을 찾도록 돕는 대신 도리의 지느러미에 달린 아쿠아리움의 표식을 받기로 한다. 타일의 무늬를 보호색으로 이용하고, 물구나무 선 상태에서 다리를 꽂꽂하게 세워 화분인 척하고, 아주 좁은 틈으로도 이동하는 행크의 장기는 도리의 파트너일 때 최대로 발휘된다. 그런데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은 입을 모아 행크가 그들의 경력에서 가장 어려운 프로젝트였다고 말한다. 뼈도 없고 관절도 없는 탓에 규칙 없이 움직이는 촉수를 컴퓨터그래픽의 함수를 통해 표현해야 했기 때문이다.
몬터레이 베이 아쿠아리움
몬터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은 <도리를 찾아서>에 여러 가지로 영감을 준 장소다. 디즈니 픽사의 애니메이터들이 실제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실시하는 사전 조사의 양은 이미 정평이 나 있다. 이번에도 다를 건 없었고, 그 중심에는 몬터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이 있었다. 도리의 모델이 된 블루탱은 물론, 화이트 벨루가, 고래상어, 해달 등 영화에 등장하는 해양생물에 대한 관찰도 이 아쿠아리움에서 이루어졌지만 도리가 포획된 영화 속 수족관인 ‘마린 라이프 인스티튜트’의 실제 모델로도 몬터레이 베이 아쿠아리움의 구석구석이 참고됐다. 대재앙처럼 묘사된 수족관 체험실 장면도 예외는 아니다.
프로덕션 디자인 관전 포인트
<도리를 찾아서>의 프로덕션 디자인 관전 포인트는 두 가지다. 주요 캐릭터들이 물고기인 까닭에 자주 등장할 수밖에 없는 물이 얼마나 그럴 듯하게 표현되었는지가 첫 번째다. 심해로 들어설수록 외부에서 들어오는 빛이 적어져 시야가 탁해지고, 수면에 가까워질수록 빛이 반사되어 아름다운 물색을 드러내는 바다와 아쿠아리움의 물, 수조의 물 등 다양한 공간 속 물이 어떻게 표현됐는지 눈여겨볼 것을 권한다. 두 번째는 자연의 공간과 인위적 공간의 대비다. 두 공간은 각각 다른 모양을 모티브로 디자인되었는데, 자연의 공간은 물결형과 타원형이, 인간의 공간은 직사각형이 기본이다.
아기 도요새 이야기 <파이퍼>
<도리를 찾아서>와 함께 상영될 단편애니메이션은 <파이퍼>다. 6분 길이의 <파이퍼>는 밀물에 쓸려 모래에 처박힌 뒤 파도를 두려워하게 된 아기 도요새 파이퍼가 물에 대한 공포를 이겨내고 바닷가 최고의 조개잡이로 거듭나는 따뜻한 이야기다. 도요새의 눈높이에서 밀물과 썰물, 파도가 부서지며 남기는 거품 등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아마도 픽사 단편 중에서 귀여움으로는 최고일 <파이퍼>는 <월•Ⓔ> <메리다와 마법의 숲> <몬스터 대학교> 등 다수의 픽사 애니메이션에 슈퍼바이저로 참여한 앨런 바릴라오의 첫 연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