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한 전편은 오랜 시간 속편을 준비해온 감독에게 어떤 의미일까? 앤드루 스탠턴 감독은 “부담인 동시에 축복”이라고 말했다. 모든 기대를 실망시키지 않을 작품으로 보답해야겠다는 다짐도 함께였다. 지난 3월 캘리포니아의 한적한 바닷가 도시 몬터레이에서 <도리를 찾아서>의 앤드루 스탠턴 감독을 만났다.
-<니모를 찾아서>는 대성공이었다. 속편이 나오기까지 이렇게 오래 걸린 이유가 뭔가.
=디즈니가 픽사를 인수했을 때 속편에 대해서 공개적으로 명시된 규칙이 있었다. 감독과 관계자가 속편을 만들고 싶을 때 만들겠다는 거였다. 상업적 요구로 진행된 속편은 <토이 스토리2>와 <토이 스토리3>가 전부였고, 그외에 픽사에서 만든 속편들은 이 규칙에 의해 진행됐다. 그리고 실패한 속편들에서 배운 교훈도 있었다. 그래서 오리지널 스토리를 만들 때처럼 자연스럽게 아이디어가 찾아오기를 기다렸다. 감독으로서 <니모를 찾아서>의 속편이 만들어질 거라고 생각한 적은 없었다. <도리를 찾아서>의 제작은 픽사의 중역으로서 내린 결정이었다.
-이번엔 도리가 주인공이다. <엘런 드제너러스 쇼>를 통해 <도리를 찾아서> 제작 소식이 전해졌을 때 반응이 뜨거웠다.
=맞다. 처음엔 <엘런 드제너러스 쇼>의 관객에게만 그럴 거라고 생각했지만, 매번 조금씩 <도리를 찾아서>의 제작 소식을 알릴 때마다 놀라운 반응이 돌아왔다. 그래서 이 결정이 옳았다고 믿게 됐다.
-그래서 말인데 <니모를 찾아서>에서 도리의 목소리로 엘런 드제네러스를 선택한 이유가 뭔가.
=1999년이었나? 계속해서 잊어버리는 물고기 캐릭터를 생각해냈는데, 계속 생각하다보니 짜증이 나서 거의 포기하려던 참이었다. 그때까지만 해도 나는 도리가 남자 캐릭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엘런은 TV시트콤에 출연하고 있었는데, 우연히 그 쇼를 보게 됐다. 엘런은 그때 한 문장에서 화제를 5번 이상 바꾸는 걸 자연스럽게 해냈다. 그건 엘런만 할 수 있는 특별한 방식이어서 그 순간 나는 도리 캐릭터를 여자로 바꾸었고 이 역할을 엘런에게 맡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다음부터 각본을 술술 쓸 수 있었다.
-<도리를 찾아서>에는 새로운 캐릭터가 여럿 등장하지만 그중에서도 행크의 비중이 크다.
=제작 초기 단계에서부터 행크 캐릭터는 문어로 정해졌다. 도리와 함께할 파트너가 필요했고, 도리 대신 모든 것을 기억할 존재가 필요했다. 전편에서의 말린처럼. 게다가 문어는 물에서든 물 밖에서든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으니 도리에게는 최적의 파트너였다. 또 행크가 말린하고 비슷하지만 좀더 심술궂기를 원했다. 도리와 함께 있는 것을 귀찮아하지만 할 수 없이 데리고 다니는 그런 사이? 그러면서 보여지는 둘 사이의 케미가 재미있을 것 같았다. 사실 문어가 보기에 그리 예쁜 편이 아니라 색과 외모를 좀 덜 징그럽게 하려고 신경 썼다.
-어쩌다 행크 다리가 8개가 아니라 7개가 됐나.
=내가 맞게 기억한다면 그건 스토리보드에 스케치된 행크가 우연히 7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어서였다. 아트팀에서 스토리보드를 캡처한 뒤에 행크의 다리가 7개가 맞냐고 물어보더라. 그때 처음으로 행크가 다리 하나를 잃은 문어가 되는 건 어떤지 생각해봤다. 바다는 위험한 곳이라는 미스터리한 대사로 행크의 과거를 묻어두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따로 설명하지 않았다.
-도리와 니모 모두 사랑스러운 캐릭터지만 현실에서는 외면받을 수 있는 존재들이다. 연속해서 이런 주인공을 내세운 이야기를 하고 있는데 이야기를 통해 전달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나.
=니모와 도리는 모두 장애를 갖고 있다. 둘은 우리 모두가 완벽하지 않은 존재이며, 어느 누구도 동일하지 않다는 사실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나는 그것이 결함이 아니라 각자를 특별하게 만드는 고유성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모두가 도리의 부족한 기억력을 두고 약점이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도리의 힘이라는 걸 이야기하고 싶었다. 그게 <도리를 찾아서>의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