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게임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를 영화화한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이 오는 6월9일 개봉한다. 게임 제작사인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에서 2006년 영화화를 거론한 뒤로부터 10년 만이다. 처음 게임의 영화화를 기획할 당시에는 <반지의 제왕>과 지나치게 유사하다며 제작이 중단됐고 이후 2009년, 2011년으로 개봉을 미뤄왔다. 이 프로젝트와 함께 언급된 감독의 이름만도 여럿이지만, 2013년 <문> <소스 코드>를 연출한 던컨 존스로 낙점됐고, 3년 반 만에 영화가 완성됐다. 하지만 10년이 지나는 동안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의 게이머 수는 1200만명에서 500만명으로 줄었고, <반지의 제왕>의 인기를 노리며 만들어진 판타지물도 우후죽순으로 제작되고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게임에서 펼쳐지는 인간과 오크 사이의 전쟁이 일어나게 된 이유를 그려냈다. 서식지인 드레노어가 황무지가 되자 오크족은 마법으로 열린 거대한 문을 통해 인간, 엘프, 드워프 등이 살고 있는 아제로스를 침공한다. 영화는 인간이 아닌 오크 이야기로 출발하는데, 오크족 중 한 종족의 우두머리인 듀로탄(토비 케벨)은 총과 검에 동족을 잃지 않기 위해 인간족과 접선을 꾀한다. 인간족의 레인 왕(도미닉 쿠퍼)도 이에 호응하지만 매복해 있던 다른 오크들에게 습격당하고 전쟁은 돌이킬 수 없게 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워크래프트: 전쟁의 서막>은 진입장벽이 높은 영화다. 인간과 오크를 모두 공정하게 그려내려고 한 영화의 장점이 욕심이었다고 말하진 않겠다. 오크의 아제로스 침공은 워크래프트의 세계관은 물론이고 중요한 캐릭터를 한번에 소개할 수 있는 이야기라 영화화의 소재로 고려될 만했다. 그러나 게임을 전혀 모르는 사람에게는 123분이나 되는 러닝타임은 길기만 하다. 컴퓨터그래픽의 무게도 피로하거니와 복잡한 플롯이 반전을 드러낼 때마다 고유명사간 줄긋기에 실패하게 될 가능성이 크다.
인간보다 오크쪽에 흥미로운 캐릭터가 많다. 전쟁 중에 아들을 얻어 부성애까지 발산하는 듀로탄은 험한 외모에도 인간적인(?) 매력을 뽐내고, 반인반오크지만 어느 쪽도 편들지 않는 냉소적인 가로나(폴라 패튼)는 그리스 비극 속 주인공처럼 운명의 소용돌이 속에 던져진다. 가로나의 이름을 연호하는 오크족과 오크 아기의 행방을 번갈아 보여주는 영화의 결말은 속편을 암시하지만, 속편이 만들어질지는 미지수다.
영화의 개봉보다 한달 앞선 5월11일,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출연진과 감독이 참석한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 속 세트를 그대로 옮긴 듯한 모습이 인상 깊었다. 감독 던컨 존스의 문답을 정리해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