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디즈니 스튜디오 제작 어시스턴트로 업계에 발을 들인 브리검 테일러는 현재 총괄 제작 부사장을 맡고 있다. 최근 라이브 액션 스튜디오의 작품 개발과 제작에 매진 중인 그는 워너 스튜디오에 한발 앞서 <정글북> 실사영화를 제작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며 성공적인 흥행에 힘입어 <정글북>의 속편도 이미 기획 중이다.
-이미 여러 차례 영화화된 <정글북>을 다시 실사영화로 제작한 이유는 뭔가.
=<정글북>은 시대를 초월한 강력한 테마를 가진 이야기다. 무엇보다 현대적인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완전히 재탄생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느꼈다. 모글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발견하고 정글에서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과정은 어드벤처영화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로맨틱 스토리나 중세의 마법 같은 부분에 핵심을 둔, 디즈니의 여타 동화들과는 차별된 점이다. 물론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동화이기도 하다.
-당신이 제작한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도 CG가 인상적인 영화였다. <정글북> 제작 과정과 비교한다면 어떤 차이가 있나.
=모글리를 제외한 모든 캐릭터를 디지털로 만들어야 했다는 점에서 <캐리비안의 해적>과는 전혀 다른 어려움이 있었다. <캐리비안의 해적>은 로케이션 촬영은 물론 실제 세트장을 진짜로 만들 수 있었지만 <정글북>은 정글까지 모두 CG로 창조해내야 했다. 단지 기술적인 난이도의 차이는 아니다. 궁극적으로 각 영화에 해당하는 세계를 표현하는 방식이 근본적으로 달랐다.
-전통적인 셀 방식의 애니메이션과 풀 CG 방식의 실사영화는 어떻게 다른가.
=셀애니메이션은 아티스트가 연필로 감정을 나타내기 위한 다양한 표정을 그리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캐릭터를 멋지게 과장해서 감정을 더 표현해낼 수도 있다. <정글북>에서 시도한 포토 리얼 방식에서는 동물들이 실제 가지고 있는 표정에서 벗어나지 않기 위해 공을 들였다.
-존 파브로 감독과의 작업은 어땠나.
=영화계에서 보기 드문 인재다. 배우 출신이기에 모글리로 출연한 닐 세티처럼 처음 연기하는 배우들의 예리한 감성을 끌어낼 줄 안다. 동시에 시나리오작가 출신이라 캐릭터와 스토리 표현에 탁월하다. 그리고 경험 많은 감독으로서 유머, 감동, 스릴 넘치는 액션을 모두 균형 있게 표현할 줄 안다. 무엇보다 그는 이런 방식의 영화를 표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기술적인 측면에 아주 강하다. 이 모든 능력을 지닌 감독은 정말 몇 되지 않는다.
-발루, 카아, 바기라, 킹 루이 등 여러 동물 중에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캐릭터가 있다면.
=하나를 고르기가 어렵지만 굳이 고르자면 오랑우탄 킹 루이다. 약간 제정신이 아니라는 점에서 딱 내 스타일이다. (웃음) 존 파브로 감독은 재밌는 것을 좋아하고 다른 이들에게서 최고의 기량을 끌어낸다는 점에서 곰 발루와 비슷하다.
-이미 속편 제작이 결정된 것으로 안다. 속편에서도 정글에서의 모험이 이어지나.
=새로운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어 매우 기쁘다. 존 파브로 감독과 저스틴 마크스 시나리오작가는 이미 서로 머리를 맞대고 모글리의 모험을 계속 이어가기 위한 기초 작업에 들어갔다. 2편 역시 기본적으론 원작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겠지만 가능한 한 영화만의 색깔이 녹아들어간 이야기를 그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