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슨 해바라기가 걸어들어오는 줄 알았다. 환한 적갈색 머리칼에 뉴트 스캐맨더의 공작색 코트를 휘적이며 겅중겅중 테이블에 다가오는 에디 레드메인은, 지금까지 본 어떤 배우보다 ‘꽃답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피사체였다. 훤칠한 몸을 아이처럼 움직이며 하늘하늘하고 화사하게 방 안을 밝혔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2014)의 스티븐 호킹, <대니쉬 걸>(2016)의 트랜스우먼 연기에 견주면 뉴트 스캐맨더는 평범한 배역이 아닐까 짐작했지만, 성격이 팔자라고, 그렇지도 않은 모양이었다. 이 완벽주의자는 J. K. 롤링을 만난 1시간 동안 수백개의 질문을 난사하고, 야생동물 전문가들과 동행하며 영국의 약초를 공부했고, 두 전작에서 곡예 같은 몸 연기 창조를 도운 안무가 알렉스 레이놀즈에게 여전히 자문을 구하고 있었다. 동료들은 (눈에 보이지 않는) 크기와 속성이 다양한 마법 동물들과 각기 다른 몸짓으로 상호작용하는 레드메인의 퍼포먼스를 구경하는 일이 현장의 큰 낙이라고 들려주었다.
-뉴트 스캐맨더 캐릭터에 대해 현재 말할 수 있는 바는.
=마법사마다 신비 동물에 대한 의견이 구구하지만 뉴트는 적절한 프로그램을 통하면 이 특별한 존재들과 공존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기본적으로 동료 마법사보다 동물에게 깊은 친밀감을 느낀다.
-<해리 포터> 연작의 팬이었나.
=책은 출간됐을 때 읽었고, <해리 포터> 영화를 보러가는 일은 정겨운 연례 축제였다. 어느 시점이 되니 조금이라도 적갈색이 도는 머리칼을 가진 영국 배우들은 죄다 출연하고 있더라. (웃음) 그래서 나도 오디션에 응하는 꿈을 꿨지만 실현되진 않았다. 아니, 가만! 대학 시절 지원했다가 한번 떨어졌나? 누구 역이더라… 톰 리들! 이런, 거짓말한 게 됐네.
-배경이 미국이라는 사실을 어떻게 받아들이나.
=시나리오를 읽고 아내랑 “우와! 우리 뉴욕 가나봐?”라고 신나했는데, 세트에서 찍는 바람에 보시다시피…. (좌중 폭소) 거대 예산 영화는 항상 그린 스크린에 포위돼서 촬영한다고 들었는데 우리 영화는 완벽하게 차려입은 단역배우와 공수된 클래식 카, 증기 자욱한 거리가 시선 닿는 곳마다 보이니 상상할 필요조차 없다. 마치 고전영화의 황금기에 와 있는 듯하다.
-신비 동물 중에 당신이 제일 좋아하는 종은.
=니플러(Niffler)다. 끝없이 소동을 일으키는 카오스의 촉매다. 바우트러클(Bowtruckle)은 얼굴 표현이 없어 오직 몸짓으로 감정을 파악해야 하는데 조금 달라붙는 성격이다. (웃음) 모든 크리처를 구별하고 숙지하려고 애썼다. <신비한 동물사전>에 대한 나의 최대 공포는 영화의 많은 부분이 상상이고 후반작업에서 구현될 것이라 이야기의 중심임에도 뉴트와 동물들의 관계가 뻣뻣해지지 않을까 하는 점이었다. 그래서 캐스팅이 확정됐을 때 일찍 합류하면 안 되겠냐고 청해서 4개월가량 애니메이터들과 대화하며 안무가 알렉스 레이놀즈와 리액션을 구상했다.
-전작들에 비하면 외모를 재발명할 필요까진 없는데 그래도 뉴트만의 몸놀림이 있다면.
=(벌떡 일어나더니 실연한다) 동물의 뒤를 밟을 때면, 발을 바깥으로 내려놓고 나뭇가지를 밟아도 소리가 나지 않도록 이렇게 한쪽 발에 모든 체중을 싣는다.
-특별히 뉴트에게 중요한 소도구가 있나.
=뉴트는 슈트케이스에 꽤나 집착한다. 감독을 처음 만나 커피를 마시는데 각본에 대해 전혀 모르는 상태에서 우연히도 비슷한 내 가방을 들고 나갔다. 메소드 연기 과시하려고 일부러 그런 거 아닌데, 진짜로 몰랐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