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사건의 유일한 단서가 된 그녀를 쫓아라 <익스포즈>
2016-08-10
글 : 김수빈 (객원기자)
<익스포즈>

늦은 밤, 클럽에서 나와 홀로 지하철역으로 향한 이사벨(아나 디 아르마스). 적막한 플랫폼엔 검은 슈트를 입은 남자와 그녀, 둘뿐이다. 흰 피부에 흰 머리카락을 가진 남자는 이사벨을 창백한 눈길로 응시한다. 이사벨 또한 곁눈질로 그를 지켜보는 가운데, 남자는 철로로 다가서더니 플랫폼을 벗어나 공중을 걷기 시작한다. 패닉 상태의 이사벨을 뒤로한 채 남자는 지하철을 타고 유유히 사라진다. 한편 같은 날 지하철에서 일어난 살인사건으로 동료를 잃은 형사 스코티(키아누 리브스)는 홀로 범인을 찾아나선다. 주어진 단서는 동료가 죽기 직전 찍은 사진 몇장뿐.

영적인 현상이 가미된 범죄 스릴러다. 형사 스코티가 범인을 추적하는 과정과 이사벨의 초현실적인 경험이 교차로 제시된다. 두 인물은 어떠한 상관관계도 없는 듯 보이지만 스코티의 수사망에 이사벨의 주변 인물들이 포착되면서 접점이 생겨나기 시작한다. 수사 과정은 지나치게 단순하고 반복적이다. 스코티가 할렘의 용의자를 하나둘 찾아다니며 가벼운 탐문을 반복하는 식이다. 키아누 리브스가 연기하는 스코티는 영화 속 비중에 비해 캐릭터가 지나치게 평면적이다. 기이한 비주얼로 눈길을 잡아끄는 초현실적 인물들 또한 별다른 사연을 입지 못한 채 소모적으로 이용된다. 감상의 묘미를 반전에서 찾고자 하는 작품이지만 복선과 암시의 장치들이 헐겁게 설계돼 있어 그다지 큰 감흥을 주지 못한다. 스릴러에서 판타지 장르로 전환하는 듯한 초반만큼은 인상적이다. 하지만 장르의 균형을 제대로 잡지 못해 흥미를 끝까지 견인하지는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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