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창작 장편애니메이션 시장의 어려움은 이제 다시 언급하는 것도 새삼스럽다. 비단 애니메이션은 아동을 위한 것이라는 편견 때문만은 아니다. 현재 국내 애니메이션 시장은 간혹 성공한 작품이 나와도 단발성 이벤트에 그치고 여전히 가능성에 대한 목소리들만 드높은 신기루 같은 시장이다. 그런 척박한 환경에서도 바닥을 다지기 위해 꿋꿋이 작업을 이어가는 이들이 있다. 8월 셋쨋주 스크린에는 한국 창작 장편애니메이션 두편이 동시에 걸리는 기적 같은 일이 일어났다. 한국영화계에서 90년대 중반부터 독보적인 애니메이션 작업을 계속해온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2001), <천년여우 여우비>(2006)에 이은 세 번째 장편 <카이: 거울 호수의 전설>과, <돼지의 왕>(2011)과 <사이비>(2013)로 장편애니메이션 제작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한, 그리고 이제는 <부산행>으로 실사영화에도 성공적으로 도전하여 안착한 연상호 감독의 <서울역>이 그 주인공들이다. 관람 등급, 목표 관객층, 제작 방식까지 전혀 다른 두 애니메이션이 같은 시기에 개봉한다는 건 단순한 흥밋거리를 넘어 한국 애니메이션 시장에 시사하는 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두 작품에 대한 소개와 함께 이성강, 연상호 감독을 만나 한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든다는 일에 대한 긴 이야기를 나눴다. 이 길지만 짧은 대담이 모두가 말하지만 실체를 파악하기 어려웠던 한국 창작애니메이션의 윤곽을 더듬어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 믿는다.
씨네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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