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면 가슴이 벅차다” - <덕혜옹주> 박지희 아트 디렉터
2016-08-18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오계옥

아트 디렉터 2016 <덕혜옹주> 2015 <대호> 미술팀장 2009 <김씨표류기> 미술팀 지원 2009 <전우치> 미술팀 2008 <바보> 2007 <기다리다 미쳐> 2006 <손님은 왕이다> 2004 <알포인트> 외

“공격적이다. ‘그만해도 됐다’고 해도 본인이 해내고자 하는 지점까지 끝까지 밀어붙이는 불같은 면이 있다.” <베테랑> <신세계> <친절한 금자씨> 등을 작업해온 베테랑 조화성 미술감독이 인정하는 팀원이 바로 박지희 아트 디렉터다. <덕혜옹주>도 조화성 미술감독과 함께 손발을 맞춰 완성한 결과물이다. 대한제국의 마지막 황녀인 덕혜옹주(손예진)를 중심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보니 미술도 덕혜옹주의 심리를 좇는 데 집중됐다. 박지희 아트 디렉터가 공들인 공간은 영친왕의 일본 저택에 마련된 덕혜옹주의 방이다. “고국을 그리워하는 덕혜옹주의 외로움을 공간에 담고 싶었다. 공주의 방 하면 떠올릴 법한 화려하고 아기자기한 분위기 대신 차분한 톤으로 쓸쓸한 정서를 더했다.” 사극에서 흔히 쓰는 붉은 색감 대신 채도가 낮은 그린으로 정한 이유다. 여기에 “벽지와 커튼, 침대의 레이스 장식에 꽃무늬 패턴을 보일 듯 말 듯 수수하게 넣었다”고 한다. 덴마크 상징주의 화가 빌헬름 함메르쇼이의 그림들을 참고했다. “장식 하나 없이 단출한 가구들이 드문드문 놓인 방, 그 여백 사이로 홀로 서 있는 여인의 모습이 마치 덕혜옹주 같았다.” 고증에도 열을 쏟았다. 세트로 재현된 덕수궁 석조전 실내 풍경이 대표적이다. “나무 격자로 된 바닥을 위해 패턴 하나하나를 다 제작했다. 벽에 걸린 고종의 가족사진을 최대한 비슷하게 표현해보고 싶어서 사진 속 항아리를 자체 제작했고 꽃시장을 돌며 사진 안의 식물과 비슷한 종을 구했다.”

무대미술을 전공하고 CF, 뮤직비디오 현장에서 미술 작업을 하다가 배창호 감독의 <길>(2004)에 미술 지원을 나가며 영화미술과 연을 맺었다. 일의 매력에 푹 빠진 건 이목원 미술감독의 소개로 조화성 미술감독을 만나 미술팀장으로 참여한 <김씨표류기> 때부터다. “한강 밤섬에 불시착한 남자의 생존기다 보니 그땐 온종일 쓰레기만 보고 다녔다. 재활용할 수 있는 게 없나 하고. (웃음)” 자전거 부품을 곡괭이로, 편의점 판매용 커피 컵의 뚜껑을 안경으로 변용해냈다.

“좋은 시나리오를 만나면 가슴이 벅차다.” 현재 박지희 아트 디렉터의 마음을 사로잡은 작품은 올 연말 촬영에 들어가는 정바오루이 감독의 <몽키킹3>다. “중국영화도, 판타지성이 강한 작품도 처음이다. 삼장법사와 손오공 등이 여인들만 사는 여인국에 가서 진정한 사랑을 알아간다는 내용만 봐도 재밌더라. 미술로서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이런 기회가 흔치 않다.” 도전의식을 불러일으키는 작품과 만나면 절로 신이 난다는 그녀는 “시각적으로 보여줄 게 많은 공포물이나 콘트라스트가 강한 누아르물”과의 만남을 기다린다고.

<철콘 근크리트> 아트북

“일하면서 벽에 부딪힐 때, 스스로 게을러졌다고 느낄 때면 이 책을 펼쳐본다.” 지친 박지희 아트 디렉터에게 힘을 불어넣어주는 마법의 묘약이 바로 일본 만화가 마쓰모토 다이요의 <철콘 근크리트> 아트북이다. <김씨표류기>를 준비할 당시 조화성 미술감독이 선물해준 책이다. “세심한 눈길로 세밀하게 그려넣은 그림들을 보면서 나도 많이 따라 그렸다. 이 책과 그때 그린 그림을 보면서 마음을 다잡는다.” 요즘은 박지희 아트 디렉터가 팀원들에게 생일 선물로 줄 정도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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