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아가씨> 확장판 극장 상영을 준비하고 있는 대관동무들을 만나다
2016-08-24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대관동무1, 대관총대, 대관동무3, 대관동무2(왼쪽부터).

참석자

대관총대(30차 관람) 대관동무1(16차 관람) 대관동무2(19차 관람) 대관동무3(14차 관람)

-‘<아가씨>갤’(이하 아갤)을 알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

=대관동무3_ 스포츠를 좋아해 오래전부터 디시인사이드(이하 디시)를 들락날락했다. <아가씨> 1차를 찍고 난 뒤 아갤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그 후 <아가씨> 촬영장소를 아갤에 공유하니 반응이 좋았고, 그때부터 아갤에 계속 들르게 됐다.

=대관동무2_ 한 여성 커뮤니티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아가씨>를 혼자서 보고 영화와 관련된 정보를 많이 찾아야 했다. 그때 그 여성 커뮤니티에서 아갤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커뮤니티에서는 <아가씨> 얘기를 많이 할 수 없어서 아쉬웠는데, 아갤에선 영화 얘기만 해서 계속 가게 되더라.

=대관총대_ 예고편을 처음 봤을 때 스릴러영화인 줄 알았는데 막상 영화를 보니 장면 모두 슬프고 예뻤다. 1차를 찍고 아갤에 올라가 있는 영화 관련 게시물을 다 읽었다.

=대관동무1_ 디시는 알고 있었지만, 갤러리가 뭔지 전혀 몰랐다. SNS나 커뮤니티 활동은 하지 않는다. <아가씨>뿐만 아니라 영화를 자주 보러 극장을 찾는 편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포털사이트에서 영화와 관련한 정보를 찾았는데, 신기하게도 <아가씨> 관련 정보의 출처가 대부분 아갤이었다. 뭐하는 곳인가 궁금해 방문하게 되면서 아갤과 친숙해진 것 같다.

-<아가씨>를 반복 관람한 이유가 궁금하다.

=대관동무3 처음에는 인상적으로 본 장면을 또 보기 위해 극장을 찾았다. 영화를 두 번째 보니 또 다른 장면이 기억에 남아 그 장면을 다시 보기 위해 예매를 했다. 그런 식으로 4번을 연달아 봤다. 마침 박찬욱 감독님의 사진집 <아가씨 가까이> 사인회가 열려 감독님 사인을 받으러 갔다. 6번을 더 보면 VOD가 풀리지 않을까 싶은 마음 때문에 감독님에게 사인 위에 ‘6번만 더 봐주세요’라고 써달라고 부탁했다. (웃음) 그렇게 써주셔서 의무감 때문에 6번은 더 봐야 할 것 같아 극장을 또 갔다. 아갤에서 다른 갤러들이 언급한 장면을 확인하기 위해 영화를 더 보기도 했고. <아가씨>는 볼 때마다 달랐다.

=대관동무2 개봉일에 조조로 봤다. 두 시간이 넘는 영화인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한번도 시계를 본 적 없다. 예쁜 두 여자가 계급, 성 등 여러 사회적 장벽을 뛰어넘는 사랑을 한다는 이야기가 하루 종일 생각나더라. 그래서 또 예매를 해서 영화를 봤다. 갤에서 화제가 된 대사 중 못 들은 게 있으면 그걸 확인하기 위해 극장을 찾은 적도 많았다. 영화를 만든 사람들이 숨겨놓은 장치와 의도를 제대로 느꼈다고 생각했다. 하루 일과가 <아가씨>로 끝났다. 거의 심야시간대에 봤다. 다 본 장면인데도 19차를 찍는 동안 단 한순간도 지루한 적이 없었다.

=대관총대 원래 봤던 거 또 보는 거 좋아한다. <아가씨>는 볼 때마다 느낌이 다른 영화였다. 숙희 시점으로 1부를 본 뒤, 히데코 시점으로 2부를 보면 숙희가 이런 대사를 했었나 놀랄 때가 많았다.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임이 오는 소리>를 듣고 있으면 나 홀로 극장에 남겨진 느낌이 들어 너무 좋다.

=대관동무1 원작 소설 <핑거스미스>를 읽었던 까닭에 <아가씨>가 영화화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부터 기다리고 있었다. 아가씨와 하녀가 작당을 하는 설정이 영화에도 나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감독님이 그렇게 만들어줘서 쾌감을 느꼈다. 영화가 개봉된 뒤 한번은 연기 위주로, 또 한번은 스토리 위주로 보는 식으로 반복 관람했다. 시험 기간에도 공부하다가 <아가씨>를 보러 갔다. (웃음)

-<아가씨>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갤러의 상당수가 “<아가씨>가 여성으로살아가는 데 많은 용기를 주었다”고 대답해 인상적이었다.

=대관동무1 히데코와 숙희에게 대리만족하는 느낌이 컸던 것 같다. <아가씨>는 여성 캐릭터를 수동적으로 묘사해왔던 기존의 많은 한국영화와 달랐다. 현실에서는 주체적이고 자신의 세계관이 분명한 여성들이 많지 않나.

=대관동무2 갤러마다 생각이 다르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여성주인공이 남자의 도움을 받지 않고 사랑과 자유를 쟁취하는 이야기에 감동을 받았다. 또래의 여성들은 매일 일에 치여서 살다보니 사랑 이야기에 갈증을 느끼고 있다. 그건 남성들도 마찬가지일 것 같다. <아가씨>가 나타나면서 잊고 살았던 사랑에 눈을 뜬 거다. 나도 모든 걸 다 버리는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을 할 정도였으니까.

=대관총대 충무로에서 투자를 결정하는 40, 50대 아저씨들은 여성 관객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 같다. 20, 30대 여성들은 남성배우가 출연해야 영화를 보는 줄 안다. 그동안 여성이 주인공이었던 영화가 별로 없었다. 여성들은 예쁜 여성 캐릭터를 싫어한다는 편견도 있지 않나. 여성들은 예쁜 여성을 보면 얼마나 친해지고 싶어 하는데. (웃음)

-아갤의 분위기는 민주적이고 성숙하며 배려심이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대관총대 갤러 대부분이 성인인 까닭에 말과 행동이 성숙한 것 같다. 아이돌 팬클럽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는 갤러도 많다. 일처리를 민주적으로 하고, 조공을 하는 문화를 아갤에 접목한 거지.

=대관동무2 맞다. 어릴 때 아이돌 팬클럽을 경험한 또래 친구들이 많다. 과거에는 그 대상이 아이돌이었다면 지금은 영화 <아가씨>인 거다.

-아갤이 흥미로운 건 배우와 캐릭터를 구분해 캐릭터에 열광한다는 사실인데.

=대관동무2 그래서 아갤에서 본체(배우) 얘기를 하면 갤러들이 좋아하지 않는다. 본체 얘기는 본체 갤에 가서 하고, 이곳은 오로지 <아가씨> 얘기만 하는 거다.

-아갤이 보여주고 있는 팬덤이 20, 30대의 보편적 여성들을 대변할 수 있을까.

=대관동무3 일종의 출발점이라고 생각한다. 최근의 페미니즘 운동과 여성 연대의 시도가 사람들의 생각을 조금씩 바꾸고 있지 않나.

=대관동무2 내 생각은 약간 다르다. 아갤의 팬덤은 <아가씨>가 잘 만들어진 영화였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그동안 여성을 주인공으로 다룬 영화가 많이 나왔지만, 극장에서 몇번씩 볼 만큼 재미있는 영화는 없었던 것 같다. <아가씨>는 유명 배우가 출연하고, 거장 감독이 연출하고, 한국에서 가장 큰 투자•배급사가 배급하는 영화인데 여성을 주체적으로 그려내기까지 했다. 볼거리가 많고 완성도가 높은 작품이라면 주인공이 여성이라도 많은 사람들이 본다.

=대관총대 다른 관객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아가씨>를 보면서 히데코와 숙희처럼 용기를 냈던 적이 있는가라는 생각을 하게 됐다. 앞으로 올바르지 못한 일을 맞닥뜨렸을 때 적극적으로 문제를 해결하고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생각하게 됐다. 그 점에서 <아가씨>는 중요한 영화다.

-현재 <아가씨> 확장판 극장 상영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떻게 진행되고 있나.

=대관총대 영화가 개봉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았을 때 확장판의 존재를 알게 됐고,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얘기가 갤에서 많이 나왔다. 어디에 어떻게 얘기해야 하나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가 마침 감독님 사인회가 열렸고, 거기에 가서 사인을 받다가 감독님에게 여쭤보았다. 감독님이 확장판 극장 상영건은 “윤(석찬) PD님과 얘기하라”고 하셨고, 그날 윤 PD님에게서 명함을 받을 수 있었다. 그걸 본 갤러들이 ‘윤 PD님 명함 받은 사람은 나타나라’고 게시판에 올렸고, 내가 명함을 받았다는 인증숏을 올리자 얼떨결에 확장판 극장 개봉을 추진하는 총대가 됐다. 이런 일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말이다. (웃음) 그래서 갤에서 확장판 극장 상영하면 영화를 볼 것인지를 묻는 설문조사를 했다. 825명 중 811명이 보겠다고 응답했고, 이중 53%가 2번 이상 관람하겠다고 밝힐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지금은 확장판이 IPTV와 VOD 상영을 시작했지만, 재개봉이든 특별 상영이든 어떤 방식이든지 확장판을 극장에서 보고 갤러들을 위한 이벤트 행사까지 할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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