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희 작가는 <무한상사: 위기의 회사원>(이하 <무한상사>)의 참여를 두고 “왜, 라는 질문에 대한 답변이 없다”고 말했다. <무한도전>이라서 제작진이, 배우들이 참여했다는 건 지난 10년간 국민 예능 프로그램인 <무한도전>을 본 시청자들 모두가 수긍하는 절대이유다. 지금으로부터 3년 전 겨울, <씨네21>은 <무한도전> 팬임을 자처하는 윤종빈 감독과 김태호 PD(891호 특집-‘그들의 아주 특별한 만남, 윤종빈 감독이 만난 김태호 PD’)의 대담을 실었다. 496회, 497회 두편으로 편성된 <무한상사> 기획에 이어, 곧 임박한 500회 특집을 준비 중인 김태호 PD에게 짧게나마 인터뷰를 요청했다. 지금 이 시점에서 <무한상사>는 어떤 이유로 기획됐고, 어떤 도전인지, 그리고 앞으로 <무한도전>은 어떤 준비를 하고 있는지 궁금했다. 김태호 PD는 3년 전 그 겨울 나누었던 긴 대담 속 질문인 ‘무도스러운 것을 만들어내기 위한’ 고민이 여전히 유효하고, <무한상사> 역시 그 도전의 일환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과거 <무한상사>의 번외편으로 영화 <무한상사>를 기획했다. 2011년 야유회 콩트, 2013년 뮤지컬 이후 이번엔 영화 연출이라는 점에서 또 하나의 획기적인 도전이다.
=예전부터 극영화나 드라마에 도전하고 싶었다. 액션영화로 풀까 하는 생각도 있었는데, 예를 들어 하얼빈역을 찾아가는 역사극 아이디어도 있었고, 박명수씨가 독립금 자금을 가지고 역사 속 인물을 만나는 아이디어도 있었다. 그런데 <무한도전> 캐릭터 이미지 때문에 혹여나 우리가 역사적 인물을 희화화하게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들더라. 우리에게는 드라마타이즈에 가장 맞는 <무한상사>가 있으니, 그걸 빌려 드라마와 영화 형식으로 풀어보자는 결론에 도달했다. 물론 매주 방송을 만드니 한편의 독립된 작품을 만들 여유가 쉽게 나지 않더라. 그래서 계속 미뤄지다 마침 김은희 작가가 <시그널>도 끝났다고 해서, <무한상사> 번외편 느낌의 작품을 만들자고 제안했더니 너무 감사하게도 흔쾌히 응해주었다.
-스탭뿐만 아니라 캐스팅의 면모로 봤을 때 다들 일종의 ‘팬심’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웃음) 제작진도 <무한도전>의 콜라보레이션이라서 카메오 출연자들이 흔쾌히 참여해줬다는 말을 한다. 그 결과 이번 작품은 일종의 ‘무도 헌정영화’ 같은 인상을 준다.
=항상 일을 하면서 고마운 게 섭외가 어려울 때도 “<무한도전>입니다”라고 하면 대부분 흔쾌히 응해준다는 것이다. 이 프로그램은 누구나 공유하고 있는 공공재 같은 프로그램이 아닐까 싶다. 시청자 한분, 배우 한명 한명이 우리 프로그램에 권리를 주장할 수 있다. 애정어린 표현들이 너무 고맙다. 이번에도 너무 대단한 분들이 참여해줘서 한편으로는 걱정도 된다. 어쨌든 무도 멤버들이 주축이 되고, 그들이 정말 스토리에 꼭 필요한 부분에 참여해준 건데, ‘어떤 출연진이 나온다’에 너무 포커스가 맞춰지다보니 돌아오는 비난이나 비판도 많지 않을까 싶은 걱정도 든다.
-김은희 작가가 처음 제안받을 때는 무도팬이라 너무 기뻐하다가 막상 시나리오 마감 때는 ‘못할 것 같다’라는 고통을 호소했다더라. 장항준 감독도 불면증에 시달렸다고 하고.
=지난해부터 영화쪽 자문도 많이 구해봤는데, 이 제안 자체를 다들 당황해하더라. 버라이어티라면 추격전이 있어야 하는데, 그런 것들이 하루, 이틀 촬영하고 후반작업 며칠 하는 게 영화계에서는 도저히 가능한 일정이 아닌 거다. 영화 한편을 만들기 위해 1~2년을 준비하지 않나. 우리가 봐도 무리한 일정이었다. 우리가 영화를 하는 데 두려움이 있듯이, 영화쪽 분들도 방송하는 데 대해 부담이 있겠구나 싶었다. 그런 면에서 장항준 감독님이 현장에서 멤버들을 많이 배려해주셨다. 무도 멤버들을 위해 연기도 직접 많이 보여주시고. (웃음) 덕분에 멤버들도 편하게 연기할 수 있었다. 전문성이라는 측면에서도 그분들의 도움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시기가 좀더 빨랐으면 좋았을 도전이다.
-연출 과정에서는 전적으로 장항준 감독-김은희 작가에게 권한을 일임했다.
=처음 ‘무한상사’라는 회사의 성격을 설명했고, 그 후부터는 두 사람이 고민을 많이 하고 전적으로 준비했다. 대본 100%가 그들에게서 나왔다. 초반에 생각한 것과 둘이 참여하면서 바뀐 것이 많다. 하나하나 우리가 관여하면 애초 기획의도와 맞지 않을 것 같더라. 스탭 구성도 MBC에서 내부 활용 가능한 팀이 있지만 그렇게 하다보면 외부에서 온 감독님과 일하는 의미가 없어질 것 같아 우리쪽 스탭은 최소화하는 걸로 정했다.
-거급되는 제작비 요구에도 싫은 내색 없이 물심양면의 지원을 하고, 장항준 감독이 ‘착한 투자자’라는 말로 김태호 PD의 노고를 치하하더라.
=애초 <무한도전>의 한회 분량으로 주어진 예산을 벗어나서 하겠다는 게 내 잘못이었는데, 이번이 아니면 안 될 것 같아서 투자자로서의 역할을 하고 다녔다. 영화 행정절차와 방송쪽이 다르다보니 어찌됐건 이걸 조율하는 과정에서 알게 모르게 나대로 속앓이를 많이 했다. 영화팀은 이 일정이 너무 촉박한 거고, MBC 입장에서는 한회짜리 방송을 너무 긴 기간 찍는다는 생각을 하고. 양쪽에서 무리 없이 진행하려고 노력했다. 중요한 건 결국 <무한상사>는 남의 프로그램이 아니다. 다른 분들과 함께 작업한다고 해도 결국 <무한도전>이다. <무한도전> 한회가 재밌게 나가는 게 우리에겐 최종의 목표다. 이 방송을 그들에게 일임하고 부탁한 거고, 최대한 어렵지 않게 작업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려고 노력했다.
-외부팀과 협업하는 과정에서 멤버들의 새로운 모습도 보았을 것 같다.
=멤버들과 같이 작업을 하다보면 이제는 우리끼리는 어느 순간, 그림이 필요하다고 해도 더 밀어붙이지 못하는 것도 있다. 그런데 이렇게 장항준 감독과의 작업을 지켜보니 새로운 모습이 나오더라. 이번 도전은 우리 멤버들에게 처음 하는 일이라 재밌기도 하고 현장에서 다시 한번 배우는 시간이 되었다. 특히 이 작업을 하면서 정규방송이나, 해외 촬영도 병행해야 하니 멤버들로서는 가장 힘든 시간이었다.
-촬영, 믹싱까지 영화 스탭들이 참여해 스크린에서 구현될 수 있게 작업한 결과물이라 스크린 상영에 대한 기대도 크다.
=프리미어 시사를 했는데 반응이 좋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방송용으로 제작한 건데 스크린으로 먼저 갈 수는 없었다. 나중에 개봉하려면 방송과는 다른 버전을 선보여야 하는데 촬영일수가 워낙 짧다보니 확장판으로 만들기는 무리더라. 지금은 9월3일, 10일 두 차례로 나누어 방송하고 추석 때 특별편성으로 두편을 한꺼번에 상영할 예정이다.
-‘무한도전다운’ 도전이 결국 영화라는 형식에까지 도달했다는 생각이 든다.
=버라이어티 형식을 가지고 스크린에 도전해보려는 노력을 지금까지 해왔다. 추격전 형식의 <돈가방을 갖고 튀어라>(2008)편이나, <공개수배(2015~6)>편 같은 것도 리얼한 상황으로 촬영하고 그걸 스크린으로 옮기면 어떨까 하는 고민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홍콩영화 <무간도> 시리즈처럼 스파이 설정을 빌려오고 촬영도 홍콩에서 하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이런 생각들을 하는 건 <무한도전>이 단순한 도전을 떠나 매체의 확장성에 대한 도전을 꾀하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무한도전>이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실험적인 성격이 강하고 그런 위치에 있으니, 끊임없이 부딪히고 시행착오를 해나가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
-이번 콜라보레이션을 토대로 또 다른 계획도 기대된다.
=당장은 <아수라>의 주연배우들(황정민•정우성•주지훈•곽도원•정만식)과 진행할 예정이다. 500회 특집을 맞아 <포켓몬 GO> 같은 증강현실 게임을 반영한 방송을 해보고자 시스템을 마련하고 있다. ‘우주특집’은 아직 요원하지만 올해 안에는 우주에서 할 수 있는 무중력과 관련한 도전을 진행해보려고 한다. 정준하씨가 해야 할 몇 가지 도전도 있는데 ‘북극곰 만나기 미션’도 그중 하나다. ‘도산 안창호 선생 기획’을 하면서, 우리가 접할 기회가 없어서 몰랐던 부분의 취지를 살린 기획을 해야겠다는 필요성도 한층 더 들더라. 올해는 이렇게 멤버들과 같이하는 작업을 할 것 같다. <무한도전>은 내가 아니라 스탭들의 공이 거의 다다. 내가 인터뷰를 하고 있는 지금도, 돌아가면 조금 민망할 것 같다. 김란주 작가를 비롯해 제작진은 지금 이 시간도 계속 회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