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이 아니었다면 이 기구한 여인의 삶에 누가 덤빌 수 있었을까. 자양강장제를 팔며 노인을 대상으로 성매매를 하는, 이 사회의 치부 ‘박카스 할머니’ . 한때 양미숙이었고, 소영이었고, ‘공순이’였으며, ‘가정부’였다가, ‘양공주’였고, 지금은 그렇게 박카스 할머니로 전락했을 65살 여인을 스크린에 불러오는 일. 발기가 힘든 노인을 대상으로 한 오럴섹스 장면이나, 늙어 죽어가는 노인의 부탁을 받아 그를 대신 ‘죽여주는’ 살해 장면을 감당해야 하는 파격적인 연기 앞에서 이재용 감독은 곧장, 배우 윤여정을 떠올렸다고 한다. 아니, 윤여정이 아니었다면 엄두를 내지 못했을 영화였다고 말한다. 한국영화아카데미 3D 영화제작교육과정 10기 작품 <죽여주는 여자>는 지난 9년간 신뢰와 우정을 쌓아간 두 사람이 함께 의기투합한 파격행보다. 겉으론 쿨하게 내뱉지만, 마음으로는 코피노(Kopino, 한국인 남성과 필리핀 여성 사이에서 태어난 혼혈자녀를 이르는 말)와 성소수자, 장애인까지 끌어안는 따뜻한 여자 양미숙. 이재용 감독은 가까이서 지켜본 윤여정을 통해 양미숙이라는 전무후무한 캐릭터를 끌어냈다고 말한다.
=이재용_ <두근두근 내 인생>(2014)을 하고 나서 후속작으로 상업영화를 한편 더 해야겠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런데 또 나름대로는 하고 싶은 영화도 있었다. 늘 선생님과 함께 있으면 영감을 얻는다. 원래는 선생님과 함께 <오디세이>라는 영화를 할 생각을 하고 있었다. 저예산으로 나이 든 여배우의 일대기를 그리는 영화였다. 그런데 지난해 4월쯤 뉴스에서 ‘박카스 할머니’에 대한 소재를 접했다. <오디세이>는 언젠가 하겠지만 당장 하려면 이 영화를 먼저 하는 게 좋겠다 싶더라. 박카스 할머니와 이주민 소년에 대한 이야기라니, 뭔가 감이 오더라. 그때부터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윤여정_ 이재용 감독이 시나리오를 워낙 빨리 쓰는 스타일이다. <죽여주는 여자>도 말 떨어지고 두달 만에 다 썼더라. 나도 그전에 이 이야기를 듣고서는 이번에는 사회성 있는 영화를 한번 해봐라 이렇게 된 거였다. 사실 <오디세이>를 한다면 여배우 이야기야 뭐 사람들이 크게 관심이 있겠나. 여자의 일생으로 봐도 여배우의 일생은 평범한 여성 이야기가 아니니 공감대가 크지 않고, 여배우가 역경을 겪는 건 보편적인 이야기가 되기 힘들지 않을까. 그런데 <죽여주는 여자>는 많은 사람들이 그 아픔을 공감할 수 있겠다 싶었다.
이재용_ 그래도 걱정이 되긴 했다. 선생님께 ‘제가 이런 영화를 하고 싶어요, 그런데 영화가 무척 세요’ 하고 말씀드렸다. 그런데 막상 그런 건 크게 개의치 않으시더라.
윤여정_ 다들 이 영화를 센 이야기라고 하는데, 그게 뭘까. 남들이 안 건드리는 이야기가 결국 센 이야기일 거다. 노인의 성매매 문제니까 이걸 극단적으로 그리게 되면 추할 수도, 더 끔찍해질 수도 있는데, 나는 이재용 감독이 그렇게 끔찍하게 가지 않을 거라는 생각이 있었다. 그리고 뭣보다 내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얼마나 되겠나. 내가 바람나는 40대 주부 역할을 할 것도 아니고. 내 나이에 맞는 역할을 어떤 감독이 하자고 하면 배우로서는 그 기회를 놓치지 않고 잡는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일 것이다. 내가 도전정신은 별로 없는데, 두려움도 별로 없다. (웃음)
이재용_ 이 영화엔 늙은 창녀, 성소수자, 장애를 가진 남자 같은 인물이 많아 투자가 잘 안 됐다. 쩔쩔매고 있는 와중에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3D영화제작 교육과정 프로젝트 공모작을 찾고 있었다. 앞서 그 프로젝트가 옴니버스 형태로 몇 차례 진행을 했다가 별 반향이 없어서 올해는 장편 한편으로 제작해보자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더라. 아무래도 3D라는 속성에는 그리스의 풍광을 담을 예정이었던 <오디세이>가 맞을 것 같아 일단 그걸 내면서, 넌지시 이런 것(<죽여주는 여자>)도 있다고 했다. (웃음) 드라마가 강한 영화로도 리얼함을 살릴 수 있지 않을까 싶더라. 그래서 12억원의 예산을 받아서 진행을 하게 됐다. 그 과정에서 윤여정 선생님은 이 영화에 절대적인 무엇이었다. 선생님이 아니면 나와 이런 모험을 할 사람이 있을까.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연기하는 박카스 할머니라면 다른 결이 나올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나로서는 앞선 작업과 관계를 통해 예측할 수 있는 배우였고, 그래서 더 잘 표현하고 싶었다. VIP 시사가 끝나고 나와 <정사>(1998), <여배우들>(2009)을 함께했던 배우 이미숙씨가 오더니 딱 한마디 하더라. “부럽네요. 정말.” 윤여정 선생님 연기에 대한 찬사였다. 그 말을 들으니 비로소 안심이 됐다.
양미숙이라는 여자의 일생
윤여정_ 양미숙은 성매매를 하는 매춘 여성이자, 사람을 죽이는 노인이다. 대다수가 그렇지만 나 역시 이런 경험은 해본 적도 없고 기술도 없지 않나. 지금까지 연기를 하면서 영화 속 인생은 연기로 표현하면 되지 싶었는데 이번엔 그게 잘 안 되더라. 이런 마음이 처음이었다. 그런 환경에서 살아야 하는 할머니는 그런 환경에 처하고 싶었겠나. 그들도 그렇게 살려고 태어난 건 아니지 않나. 이게 뭘까 싶었다. 그 마음이 나를 몹시 힘들게 했다. 실제 낡은 모텔에 가서 영화를 찍었는데 그곳 특유의 냄새도 너무 힘들고, 그 영향으로 점점 우울해졌다. 밥도 안 넘어가고 그래서 와인 한 모금 먹고 밥을 삼키고 그랬다. 흔히들 ‘메소드 연기’라는 말을 하고, 영화 끝나면 그 역할에서 빠져 나오기 힘들다고 하지 않나. 난 그런 말 들으면 ‘본인이 빠져나오면 되지 왜 저럴까’ 했었다. 신들린 연기, 광기 어린 연기라는 수식을 얻고 그렇게 연기를 하는 배우들이 있지 않나. 나는 연기 공부를 한 적도 없었고, 그런 방식의 연기도 안 해봐서 나한테는 지금껏 그게 어떤 열등감이기도 했다. 아직까지 나는 연기를 그런 식으로 한 적이 없었다. 항상 내가 이 여자가 되겠다라기보다 ‘내가 이 여자라면 이렇게 했을 거다’라는 마음으로 연기를 했다. 그게 쭉 내 연기 스타일이었는데, 이번에 보니 이게 그런 건가 보다 싶었다.
이재용_ 양미숙이라는 사람이 있는데, 만약 6·25전쟁이 일어나지 않고 평범하게 자랐다면 지금의 윤여정이 될 수도 있었다. 전쟁이 한 여자의 일생을 이렇게 바꿀 수도 있다. 한국의, 그 시대를 겪은 여자들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양미숙도 결국 ‘윤여정이 할 수 있는 양미숙’이었다. 여배우와 매춘하는 노인은 어떤 면에서는 상반된 인생이지만 직업이 바뀌고 환경이 바뀌었을 뿐이지 내가 지금까지 관찰한 ‘윤여정’의 평소 모습을 배우의 캐릭터에 많이 넣었다. 이른바 윤여정이라는 배우에 대해 관습적으로 말하는 쿨하다, 까칠하다 같은 블랙유머 스타일의 대사가 양미숙의 대화 스타일인데, 그런 것들이 내가 다 평소에 선생님에게서 봐왔던 특징들이었다. 내가 쓰긴 했지만 선생님의 평소 말투 같고, 선생님이 봐도 자신의 말처럼 느낄 수 있는 대사들을 많이 썼다. 분명 선생님에게 영감을 받고 시작한 영화로,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없었다면 이 작품은 계획하지 못했을 것이다. 돌아보면 우연찮게 선생님과 함께한 첫 작품이 <여배우들>이고 그다음이 <뒷담화: 감독이 미쳤어요>(2013)였다. 선생님은 토크쇼에 자주 얼굴을 비치는 배우도 아니어서 평소 선생님의 모습을 다른 사람들은 모를 텐데, 그 독특함을 혼자 보기 아깝다는 생각에서 시작한 페이크 다큐멘터리였다. <죽여주는 여자>도 마찬가지였다. 선생님이 배우라는 이름으로 인생을 살아오시면서, 역시 아픔과 고난이 있었기 마련이고 옆에서 함께 하는 동안 그 모습을 쭉 지켜보기도 했다. 어쩌면 약간의 자신감일 수도, 또 도전일 수도 있는데 나는 선생님이 이 역할을 표현해낼 수 있을 거라고, 내가 그 지점을 끄집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윤여정_ 그래서 맨날 이재용 감독이 나에게 들이댄다. (웃음) 대본을 읽으면서 이게 정말 이재용이라는 감독의 좋은 점이라고 생각했다. 지금은 소영으로 살아가지만, 원래 양미숙이라는 이름을 가진 여자. 무작정 저 먹을 것도 없는데 코피노를 끌어안은 여자. 내 새끼를 내가 버린 사람이니 노인과 소년 사이에 연대가 생기는 부분도 좋았다. 이재용 감독은 노인들을 죽여주는 설정에 관해서 고민했는데, 나는 오히려 충분히 가능한 설정이라고 봤다. 이 여자는 살아가고 있지만 이미 죽은 여자나 마찬가지였다. 새끼를 버리고 매춘을 하면서 사는 인생, 너무너무 죽고 싶은 인생이고 또 누군가 자신을 그렇게 죽여주길 바랄 수도 있는 인생이다. 물론 막상 촬영하려니 힘든 장면이 많았다. 특히 모텔에서 성매매하는 장면을 찍을 때는 이재용 감독이 생각보다 까다롭다는 생각도 들더라. 내 나이에 베드신을 자꾸 하게 되는 것을 보면 나도 희한한 운명인데, 그런 걸 처음 한 게 임상수 감독과 함께 한 <바람난 가족>(2003)부터였다. 임상수 감독 현장에서는 그 장면 찍는 게 서로 쉬운 일이 아니니 초긴장 상태로 원 테이크로 끝을 냈다. 그 끔찍한 신에서 이재용 감독도 그렇게 해줄 줄 알았다. 그런데 한평도 안 되는 방에서, 발기가 안 되는 노인들에게 주사 놓는 장면을 찍는 장면에서 NG가 많이 났다. 이 여자는 워낙 이런 일을 많이 해서 주사기의 에어를 빼야 당연한 건데 내가 그걸 안 해서 NG가 났다. 고객의 반응을 살펴야 한다고 해서 또 한번 NG가 나기도 했다. 감독은 잔인해야 하고 감독으로서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정말 야속했다.
이재용_ 그때 정말 큰 괴성을 들었다. 선생님이 “내가 왜 이걸 또 해야 해” 하고 소리를 지르시더라. 놀라긴 했지만 한번 더 해야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선생님이 한번 더 해줄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그런 과정에서 미묘한 짜증이 그 장면에 잘 포착됐다. 결과적으로는 그래서 만족스러운 장면이 나올 수 있었다.
윤여정_ 그래서 감독은 잔인해야 하고 잔인한 사람들이다. ‘내 화면을 뽑아내야 한다’가 감독의 변이고, 배우인 나는 당하는 쪽인 거다.
이재용_ 선생님에게는 힘든 그 한두 장면에서, 나로서는 이번에는 끝까지 흔들리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했다. 그걸 못해 가짜로 남게 되면 선생님도 후회할 거고 나도 후회할 거다 싶었다. 사실 나는 힘든 장면에서 그걸 잔인하게 끝까지 못해서 늘 콤플렉스인 사람이다. 배우가 한계가 오기 전에, 스탭들이 한계가 오기 전에, 나 스스로 자괴감이 오기 전에 그만 해야지, 될 때까지 30번씩 가는 그런 걸 못하는 스타일이다. 나올 때까지 독재를 할 수도 없고 그 타협점을 찾는 게 감독으로서는 어렵다. 이번에 선생님과 작업하면서 놀란 건 선생님이 포스로 제압하는 분위기는 있지만 현장에서만큼은 감독을 전적으로 존중해주신다는 점이었다. 서로 의견 충돌 때문에 서먹해지거나 기싸움을 한 적이 없었다.
윤여정_ ‘우리 모두 일하러 모였으면 미션을 완수하자’ 이런 뜻일 뿐이다. 현장에서는 누구나 각자 자기 분야에서 준비가 다 되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정말 내가 한다고 했는데도 그걸 몇번 다시 하니까 힘들었다. 병원에 있는 노인을 살해하는 장면에서는 처음에 울었는데, 이재용 감독이 무표정하게 쿨하게 갔으면 좋겠다고 해서 다른 톤을 잡으며 여러번 갔다. 이런 건 누구도 겪지 않은 경험이고 감정인데, 다시 하게 되면 이미 알고 있는 감정이 돼버리는거니 배우로서는 힘들어질 수밖에 없다.
이재용_ 맞다. 여러 번 한다고 될 감정이 아닌데, 그 부분에서 3D 촬영이다 보니 제약이 많았던 부분도 있다. 섬세한 카메라워크를 가져가기에 3D 카메라가 너무 무거워 균형을 못 맞추다보니 기술적 NG가 나서 배우한테는 어려운 환경이었다. 그럼에도 선생님에 대한 믿음이 컸다. 나는 중학생 때부터 윤여정이라는 배우가 다른 배우와 남다르다고 느꼈다. 어떤 분위기와 아우라라는 면에서 볼 때 독특하고 개성 있는 배우라는 생각에 늘 지켜봤다. 그런 마음을 가졌던 배우였는데, 커서 감독이 되고 9년 전쯤 영화 시사회에 갔다가 처음 만나게 됐다. 감독으로서 같이 작업하고 싶은 배우를 만나니 막 좋아서 표현할 수 있는 게 아니라 얼떨떨한 느낌이 먼저 들었다. 선생님이 보기에는 그 모습이 좀 이상해 보였을 거다.
친구처럼 서슴없이
윤여정_ 처음 만났을 때를 생각해보면 그땐 이재용 감독이 연출한 <정사>나 <스캔들-조선남녀상열지사>(2003)도 다 봤을 때였다. 보통 “처음 뵙겠습니다. 이재용입니다” 하고 제대로 말을 할 텐데, 나를 피하는 것처럼 보이더라. 당연히 이상하게 보였다. 그냥 그렇게 생각하고 오해가 쌓인 거다. 본인은 나를 배우로 좋게 생각하고 있었는데, 의도한 대로 안 읽혀진거다. 그러다 한참 지나 임상수 감독 내외가 파리로 가면서 이재용 감독을 소개시켜주더라. 시간 나실 때 같이 영화도 보고 밥먹고 그러면 좋을 친구라고. 재용이랑 코드가 잘 맞으실 것 같다고 하면서 자리를 만들어줬다.
이재용_ 워낙 내가 오랫동안 선생님을 독특한 이미지라 생각해왔기 때문에, 서로 알게 되면서도 예상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선생님은 내가 정말 좋아하는 유머를 구사하는 분이다. 특히 배우 윤여정이 겪은 한국 연애사 반세기 천일야화를 듣고 있으면 그렇게 재밌을 수가 없다. 선생님은 자주 그 이야기를 반복하고 딴 사람들은 대개 그냥 듣는데, 나는 ‘그 이야기 이미 하셨고요’ 하고 추임새를 넣는다. 그럼 선생님이 ‘노배우한테 대드는 거니, 까부는 거니’ 하고 뭐라고 하시고. (웃음) 어떻게 보면 우리는 서로 이렇게 딴죽을 걸면서 대화가 통하는 관계다. 그렇게 서로 지금까지 지내왔다. 나는 ‘선생님’이라고 부르고, 선생님은 나를 ‘이 감독’이라고 하지만 서양적인 개념으로 볼 때 우린 이제 친구가 된 것 같다. 선생님을 통해서 또 좋은 친구들, 어른들을 많이 만났고, 선생님도 마찬가지고, 계속 공유를 하면서 서로 관계가 넓어지는 느낌이다. 계속 이렇게 쭉 갔으면 좋겠다.
윤여정_ 보통 내 또래하고 만나면 이야기가 뻔하다. 어디 아픈가, 몸에 뭐가 좋은가, 어떻게 하면 안 아플 수 있을까, 그런 이야기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나는 공통화제가 있고, 그런 걸 듣고 배우는 걸 좋아하는 편이다. 독불장군처럼 내 주장만 하는 것도 아니고, 서로 즐겁게 대화하면서 만나는 거다. 이번 영화도 그렇고, 누가 이런 걸 나 같은 나이 든 배우를 떠올리고 시켜주겠나.
이재용_ 아니다. 선생님이니까 이걸 재지 않고 해주신 거다. 우리는 일주일에 두번 이상 꼭 만난다. 선생님은 대화를 할 때면 그 시간이 즐거운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한분이고, 세대차가 안 느껴지는 친구다. 선생님은 물론 ‘나 같은 어른을 친구로 알다니!’ 하겠지만. (웃음) 물리적인 나이 차가 있음에도 이렇게 친구처럼 서슴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을 만나는 게 쉽지가 않다.
윤여정_ 그렇게 알다보니 이재용 감독에 대해서는 찬사와 불평이 공존하게 된다. 너무 아이디어가 많은 사람이다. 오늘 만나면 이 영화 이야기, 내일 만나면 또 다른 영화 이야기를 한다. 정말 굉장한 사람이다, 저 에너지를 어떻게 할까. 이모 같은 마음으로는, 그 관심사를 이제는 좀 좁히면 어떨까 하는 바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다 서로의 유전자다. 이재용은 그런 이재용이고, 나는 또 윤여정이지. 내가 아직도 세상 물정을 잘 모르나. (웃음) 좋아하는 감독과 일할 수 있으면 그게 내 기쁨이고, 내 사치다. 사람마다 누리는 사치가 다르지 않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작품을 하는 사치를 누리며 산다. 우리는 계속 이렇게 만나고 서로의 것을 상의하면서 지낼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