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人]
[영화人]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김성일 프로그래머
2016-10-20
글 : 윤혜지
사진 : 오계옥

2009년부터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하 BIAF, 옛 이름은 부천국제학생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프로그래밍을 책임져온 김성일 프로그래머는 애니메이션 업계에선 소문난 마당발이다. 미국 뉴욕주립대학 버팔로에서 미디어 스터디, 영화해석학을 전공하고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마쳤으며 현재는 한국영화아카데미 애니메이션 연출전공 수업에도 출강하고 있다. 전공대로 다큐멘터리와 영화를 공부하던 그는 한 영화제에서 일하며 <바시르와 왈츠를>(2008)의 아리 폴만 감독을 만나게 됐다. “최근 업계의 대세가 되었지만 오래전부터 관심을 두고 있던 애니메이션과 다큐멘터리의 융합에 관해 아리 폴만과 대화를 나누며” 애니메이션으로 커리어를 선회할 마음을 먹었다고 한다. 애니메이션 일을 하며 중요하다고 느낀 건 “네트워크”라고. 김성일 프로그래머는 프로그래머치고는 출장을 많이 다니지 않는다. 대신 여름이나 겨울쯤 개인적으로 시간을 내 감독들의 집이나 스튜디오를 방문한다. “해외 세일즈사를 다니며 <코렐라인: 비밀의 문>(2009)의 헨리 셀릭 감독과 친해졌는데 그러다 <월레스와 그로밋> 시리즈의 닉 파크 감독을 소개받았다. 헨리 셀릭과 접촉하기 위해서 먼저 만난 사람이 <인어공주>(1989)의 존 머스커였고 그에게서 또 <포카혼타스>(1995)의 에릭 골드버그를 소개받았다.”

거미줄 같은 인맥만큼이나 업계 소식과 문화·예술 전반에 관한 입담도 힘이 넘친다. “인간과 철학에 대해 깊이 공부하고 고민해야만 좋은 애니메이션을 만들 수 있다는 걸 여러 애니메이션 감독들과 친교를 쌓으며 깨달았기 때문”이란다. 그 덕에 김성일 프로그래머는 매번 “내년, 내후년을 생각하며 일한다. 개인적인 친분을 쌓다 보니 해외 유명 감독들의 시나리오를 미리 검토할 기회도 주어지고, 그들이 어떤 작품을 준비하는지도 알게 되기 때문”이다. 영화제 사무국답지않게(?) BIAF 식구들이 야근 없는 생활을 할 수 있는 것도 그 덕인 듯하다. 8년째 BIAF의 내실을 다져오며 새로이 갖게 된 목표는 “애니메이션 사전 제작 지원”이다. 해외에서 유명세를 얻으면 얻을수록 훌륭한 해외 작품의 초청은 수월해졌지만, 정체된 국내 업계 사정으로 그만큼 양질의 국내 작품 수가 줄고 있어 정작 국내 작품이 없는 국제 영화제가 될까 걱정되기 때문이라고. “우리도 여느 영화제들처럼 재능 있는 ‘작가’들의 활동을 적극 지원하고 싶다. 내년부턴 1천만원 내외로 단편 제작 지원이라도 시도해볼 생각이다.”

레드벨벳 슬기 사인 CD

올해 BIAF 홍보대사인 걸그룹 레드벨벳 슬기의 사인은 공교롭게도 BIAF 마스코트 꾸미와 꼭 닮았다. “알고 보니 슬기씨가 애니메이션에 무척 조예가 깊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스톱모션 제작을 공부하기도 했다더라. 이만한 홍보대사를 또 만날 수 있을까 싶어 기념으로 간직하려고 사인을 받았다. 올해 BIAF는 어쩐지 예감이 좋다. (웃음)”

프로그래머 2009∼16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프로그래머 프로듀서 2014 <악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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