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내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과 그 존재의 필요성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2016-11-09
글 : 이주현

올해 서른살의 우편배달부 나(사토 다케루)는 어느 날 악성 뇌종양으로 시한부 선고를 받는다. 그리고 ‘악마’라고 스스로를 소개한, 자신과 똑같이 생긴 의문의 존재로부터 생명 연장을 위한 거래를 제안받는다. 악마는 세상에서 무언가를 없애는 대신 하루치의 삶을 주겠다고 한다.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게 있는 법이므로. 정말로 첫쨋날엔 세상에서 전화가 사라진다. 잘못 걸려온 전화를 통해 만났던 첫사랑(미야자키 아오이)과의 과거도 전화와 함께 사라진다. 둘쨋날엔 영화가 사라진다. “영화는 한없이 있어. 그러니 우리는 영원히 영화를 주고받겠지.” 영화광 친구는 이렇게 말했지만, 세상의 모든 영화가 사라지면서 두 사람은 더이상 우정을 주고받지 못한다. 셋쨋날엔 세상의 모든 시계가 사라지고, 그다음엔 아픈 어머니와의 추억이 담긴 고양이가 사라질 예정이다. 결국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이 사라지기 전에 선택을 내리기로 한다.

죽음을 다루는 영화는 많다. 불치병에 걸린 주인공, 시한부 선고를 받은 인물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영화도 많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은 죽음이라는 보편적 주제를 독특한 설정으로 돌파한다. 만물엔 시작과 끝이 있다. 사라짐의 운명 속에 인간도 놓여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시간으로부터 혹은 죽음으로부터 도망치려 하지만 결국 사라짐의 숙명, 그 숙명의 의미를 깨닫는다. 세상에 사라져도 좋은 것은 없다. 하지만 모든 것은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것은 지금 이 순간 내 곁에 있는 것들의 소중함과 그 존재의 필요성을 역설한다.

나카시마 데쓰야의 <고백>(2010), 호소다 마모루의 <늑대아이>(2012), 신카이 마코토의 <너의 이름은>(2016), 이상일의 <분노>(2016) 등을 기획·제작한 가와무라 겐키 프로듀서의 동명 첫 소설이 영화의 원작이다. 원작자인 가와무라 겐키는 이 영화의 제작에도 참여했다. 1인2역을 소화하는 사토 다케루의 열연과 매 장면 시선을 사로잡는 미야자키 아오이의 연기가 영화에 설득력을 더한다. 홋카이도행 항공편을 알아보고 싶을 만큼 로케이션도 인상적이다.

관련 영화

관련 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