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치 오랜만에 가족이 모인 자리 같다. 문정희 배우가 손수 따온 귤을 나눠주자 정진영 배우가 흐뭇하게 바라보고, 한쪽 구석에서 김남길과 김대명 배우가 쉴 새 없이 장난을 친다. 현장에서 배우들이 친해지는 거야 다반사지만, 익숙하고 온화한 분위기에 주변 사람들까지 절로 편안해진다. 원전사고를 소재로 한 <판도라>는 지옥 같은 상황을 다루지만 그 안에서 고난을 함께 버티고 이겨낸 배우들 사이에는 가족 같은 끈끈함이 생겼나보다. 배우들은 하나같이 “설마 했던 일들이 하나씩 사실이 되어가는 게 무섭고 안타깝다”고 말했다. 현 시국에 경종을 울릴 만한 이야기지만 정진영 배우의 말처럼 “그렇다고 마냥 무겁게 받아들일 필요는 없다”. 재미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모르겠지만 많은 관객이 쉽게 호응할 수 있는 영화이기 때문이다. 네명의 배우들은 서로를 챙기며 그날의 울고 웃었던 기억들을 하나씩 꺼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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