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한 청년의 내면을 들여다보다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
2016-12-14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내 심장이 건너뛴 박동>은 <디판> <러스트 앤 본> <예언자>의 자크 오디아르 감독이 11년 전 만든 작품으로, 시간 순서상 <예언자> 앞에 놓인다. 감독의 유일한 음악영화이자 갱스터영화의 장르적 특성이 공존한다. 28살 부동산 브로커 토마(로맹 뒤리스)는 멀쩡한 건물의 창을 부수고 쥐를 풀어 사람들을 거리로 내쫓곤 한다. 수익 문제로 동업자들과 다투는 일은 다반사이며 아버지(닐스 아르스트럽)에게까지 불법 행위를 종용받는다. 어느 날, 토마는 콘서트 피아니스트였던 엄마의 옛 에이전시 대표를 우연히 만난다. 대표는 그에게 오디션을 제안한다. 그날로 토마는 개인 지도를 받고 매일 밤 연주에 매달리며 열성적으로 오디션을 준비한다. 토마가 피아노에 푹 빠진 사이 내팽개쳐둔 생업의 문제와 무심히 저질렀던 행동들은 시간이 지나 그의 발목을 잡는다.

제임스 토백 감독의 70년대 범죄 드라마 <핑거스>를 리메이크했다. 뉴욕 범죄 신에서 파리의 불법 부동산 업계로 무대를 옮겨온 것을 비롯해 몇몇 설정을 바꿔 컬트적 성격이 짙은 범죄 드라마에 현실적인 색채를 입혔다. 성장 드라마를 동반한 여타 음악영화들과 달리 이 영화의 주인공은 천부적 재능을 가지지도 않았고 음악으로 극적인 성취를 일구지도 않는다. 영화는 윤리와 규범의 바깥에 놓인 주인공의 현실을 묘사하는 데 공을 들인다. 연주곡 하나를 오랜 시간 정성들여 연습하고, 헤드폰을 끼고 좋아하는 음악에 심취하는 작은 행위들이 주인공에게 지닌 의미를 부각시킨다. 인물의 표정 변화며 미세한 손 떨림을 담아내는 익스트림 클로즈업, 심리 변화를 묵묵히 따라가는 롱테이크는 한 인물에게 바짝 다가서는 가장 좋은 수단이 된다. 토마가 반복해서 연습한 바흐의 토카타 E단조와 헤드폰으로 듣던 EDM 음악들은 그가 속한 두 이질적인 세계를 대변한다. 음악감독 알렉상드르 데스플라는 서로 다른 장르의 음악을 활용해 이상과 현실의 경계에 선 한 청년의 내면을 들여다본다. 폭력이 살아 있는 세계, 한 인물의 삶에 대한 사실적인 묘사 등 감독의 인장들이 좀더 날것으로 살아 있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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