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스페셜] 제니퍼 로렌스, 크리스 프랫 주연의 ‘SF+로맨스+어드벤처’ <패신저스>
2016-12-28
글 : 안현진 (LA 통신원)

* 영화의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패신저스>는 미래를 목적지로 한 우주선 아발론호에 몸을 실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아발론은 5천명의 승객과 258명의 승무원을 태운 초호화 우주선으로, 승객과 승무원은 유도동면 상태로 120년간 항해를 해서 행성 ‘홈스테드2’에 도착할 예정이다. 아발론은 도착 4개월 전에 사람들을 차례로 동면에서 깨워 새로운 땅에서의 삶을 교육하고 이주민간의 교류를 돕도록 프로그래밍됐다. 순조로운 순항과 홈스테드2로의 정착을 위해 모든 시스템이 완비된 실패할 수 없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토록 거대한 우주항해가 30년쯤 흘렀을 때, 완벽한 아발론의 일부분이 파손되고 그 때문에 승객 중 한 사람이 동면에서 깨어난다. 기계공이며 승객중 가장 낮은 등급인 짐 프레스턴(크리스 프랫)이다. 어리둥절해하며 우주선을 떠돌던 그는 곧, 5258명 중 깨어난 사람이 자신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 그러곤 깨닫는다. 아발론이 목적지에 도착하기 전에 자기는 죽게 될 거라는 걸. 그것도 아주 지독하고 외롭게.

그렇게 3년을 홀로 지낸 그는 피폐해져간다. 혼밥, 혼술도 모자라 운동도 혼자하고 대화도 혼자한다. 상대가 없는 삶의 비극은 영화 <캐스트 어웨이>를 통해 이미 목격한 바 있고, <패신저스>는 영화 시작 뒤 30분 동안 우주선에 갇힌 남자의 고독을 묘사하는 데 치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짐은 아주 아름다운 승객을 발견한다. 금발의 오로라 레인(제니퍼 로렌스)이다. 물론 그녀는 깊이 잠들어 있다. 짐은 그녀의 프로필 영상을 찾아보고, 그녀가 기자라는 걸 알게 되고, 잠든 그녀의 곁에서 오로라가 쓴 글을 읽으며 울고 웃다가 어느새 사랑에 빠진다. 기계공인 그는 그녀를 잠에서 깨우고 싶어진다. 방법도 알고 있으니 고민만 깊다. 90년을 혼자 지내다 외롭게 죽어갈 사람에게 윤리가 어디 있을까? 우주선 안에 설치된 고급 바를 지키는 안드로이드 바텐더 아서(마이클 신)에게 1년간 마음을 털어놓던 짐은 급기야 오로라를 잠에서 깨운다. 자신과 똑같은 과정을 통해 좌절하고 회복하는 오로라 곁을 지키다 그녀와 가까워지고 연인이 된다. 그리고 그 사이 아발론은 여러 곳에서 고장 신호를 보내온다. 5천여명의 희망을 실은 우주선의 항해는 짐과 오로라의 손에 오롯이 맡겨진다.

트레일러만 봐서는 알 수 없는 짐의 선택은 <패신저스>의 긴장을 감아쥔 중요한 비밀이다. 그러나 이기적인 마음에 오로라를 깨우고는 그녀가 진실을 알아차릴까 전전긍긍하는 짐을 전적으로 비난할 수 없는 것은 90년 동안의 고독이라는 천형을 상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크리스 프랫이 맡은 짐은 매력적이고, 제니퍼 로렌스의 오로라는 언제나 그랬듯 눈부시게 반짝인다. 러닝타임의 90%를 이끌어가는 배우가 둘뿐이지만 영화의 몰입도도 좋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혹평에서 무사하지 못할 <패신저스>는 결국 사랑할 것인지, 살 것인지, 그리고 진정으로 살 것인지, 살아도 죽은 것처럼 살 것인지를 돌직구처럼 묻고, 교묘하게 에둘러 묻고, 집요하게 묻기를 반복한다.

SF 로맨스 어드벤처라는 위키피디아의 장르 설명처럼 영화는 우주가 다 내 것 같은, 우주를 배경으로 막 사랑에 빠진 연인을 그리고 탐험과 탈출의 모험극을 펼친다. 성경의 아담과 이브에서부터 <캐스트 어웨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블레이드 러너> <샤이닝> 그리고 <타이타닉>까지 수많은 익숙한 이야기를 영화를 보면서 발견하겠지만, <패신저스>가 모델이 된 이야기들처럼 걸작 또는 문제작이 되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 <이미테이션 게임>의 모튼 틸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프로메테우스>와 <닥터 스트레인지>의 존 스파이츠가 각본을 썼다.

사진제공 UPI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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