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스타] 잡아야 사는 남자 - 설경구
2017-02-28
글 : 김현수
사진 : 손홍주 (사진팀 선임기자)

<루시드 드림>은 배우 설경구가 세 번째로 형사 캐릭터에 도전하는 영화다. ‘강철중’으로 3편의 영화에 출연했기 때문에 마치 반장 전문 배우로 보이기도 한다. <감시자들>의 황 반장을 거쳐 그에게 도착한 세 번째 형사 방섭은 어떤 인물일까. 사건이 예사롭지 않다. 3년째 수사가 진행 중인 아이 납치사건의 피해자 부모가 꿈속으로 들어가 범인을 잡겠다는 황당한 제안을 해온다. 이걸 믿어야 하나 말아야 하나, 방섭은 고민하지 않고 일단 믿는다. 앞뒤 재지 않고 한발 쑥 들이밀고 보는 자세는 그에게서 풍기는 이미지와도 어울린다. 배우가 가진 고유의 매력 같다. 언제나 사무실이 아닌 현장이 어울릴 것 같은 반장님, 아니 배우 설경구에게 SF 스릴러 장르에 도전한 소회를 물었다.

-설경구와 SF 스릴러의 만남이 신선해 보인다.

=SF라고 생각하며 접근하지 않았다. 꿈을 통해 사건을 해결한다는 이야기가 잘 읽혔고, 젊은 감독이 맡는다는 게 매력적이었다. 게다가 배우 캐스팅 전에 투자가 결정된 작품이라니까 의심할 여지가 없더라. 그래서 바로 한번 해보자고 했다.

-형사 방섭이란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외모 변화를 주진 않은 것 같다.

=이번엔 그저 평범한 형사 반장 정도로 보여주려고 접근했다. 평범한데 3년째 미제사건인 대호(고수)의 아이가 납치된 이 사건에 있어서만큼은 좀 인간적으로 접근하는 모습 정도. 멀끔한 슈트 차림이라서 어색했다고? 에이, 요새 반장님들 점퍼 안 입고 다녀요. (웃음)

-방섭은 개봉 전에는 쉽게 무언가를 말할 수 없는 인물이기도 하다.

=나 지금 집에 갈 뻔했다. (웃음) 웬만하면 어디 가서든 방섭에 대해 이야기를 잘 안 한다. 설명하기 어려운 인물이고 왜 그런지는 영화를 봐야 아는 거니까. 아무튼 이번에는 최대한 고수가 연기하는 대호를 지원해주는 기능적인 역할에 초점을 맞췄다. 그 때문에 강력 반장임에도 거의 경찰서에만 있는 내근직처럼 보일 정도다. 대호가 경찰서에 찾아오면 언제든 만나서 사건을 설명해줘야 하니까.

-설경구가 연기하는 형사 이미지가 툭툭 튀어나오더라.

=어쩔 수 없다. 용의자 사진을 보며 “반갑다. XX야”라는 대사를 하는 장면이 대표적인데, 비슷한 대사를 했던 <감시자들>에서의 이미지가 그대로 떠오른다. 감독님한테 ‘다른 대사 없나, 기시감이 든다’고 했더니 그냥 그대로 가자고 하시더라.

-남의 꿈속에 들어가 범인을 잡겠다는 대호의 말을 믿어줘야 하는 인물이다.

=방섭 역시 믿을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그 역시 아픈 딸이 있는 사람이라서 절박한 부모의 심정으로 아들을 납치당한 그를 바라보는 입장이었을 것이다.

-방섭이 직접 기계에 누워 자각몽에 접속하는 장면을 연기해야 했다.

=한번도 해본 적 없는 연기였다. 감독님한테 직접 물었다. (잠에서 깨는 뉘앙스를 흉내내며) 이렇게 악몽을 꾸는 듯하다가 화들짝 놀라며 깨야 하는지를. 결과는 극장에서 확인해달라.

-꿈속으로 들어가는 자각몽처럼 실제 꿈에 관한 특별한 경험이 있나.

=있다. 꿈을 꾸던 도중에 화장실을 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 고민하며 꿈을 꿀 때. (좌중 폭소) 현실의 내 몸은 빨리 화장실에 가라고 하는데 그게 꿈에 그대로 반영되지 않나. 화장실 다녀와 다시 누우면 꿈이 연장이 안 돼 괴로웠던 기억이 있다.

-<루시드 드림>이란 제목을 처음 들었을 때 어땠나.

=제목 바꿔야 하는 거 아니냐고 농담처럼 이야기했다. (웃음) ‘그럼 대안이 있나? 자각몽? 그건 더 위험한데?’ 했다. 찾아보니 동호회도 있더라. 공유몽을 행하는 디스맨이란 존재도 실제로 있고. 가위 눌리는 것도 자각몽 중 하나더라.

-참여하는 영화의 감독이나 배우가 어느 순간부터 자신보다 한참 어려지고 있다는 걸 느낄 것 같다. 현장에서 뭐가 달라지던가.

=점점 조심스러워진다. 나이 많은 감독들과 일할 때 오히려 편하다. 할 말도 막 하고. (웃음) 내 의견이 정답도 아닌데 말 한마디 잘못했다가 누구든 그대로 해버리면 그걸 누가 책임질 건가.

-조심스러워진다는 건 그들을 전적으로 신뢰한다는 말이다.

=그럼 믿어야지. 감독 흉내내고 싶지는 않다. 요새는 감독님들 만나면 처음부터 나는 모르겠으니 다 시켜달라고 이야기한다.

-내가 원하는 나의 이미지, 관객이 나의 이런 점을 좋아해줬으면 하는 바람 같은 게 있나.

=그런 건 없다. 감독이 원하는, 작품에 어울리는 캐릭터만 있을 뿐. 이번 영화로 예를 들면 밑도 끝도 없이 추격전을 벌이다가 범인을 엎어치기로 검거할 때 ‘내가 방섭이야!’라고 캐릭터가 말하는 거다. 그런 장면이라면 언제든 나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다.

-새로운 변화를 보여줄 차기작은 뭔가.

=<서부전선> 이후로 개봉을 안 해서 많다. (웃음) 지난해 찍은 <살인자의 기억법>과 <불한당>이 있다. 두 영화 모두 설경구의 변화를 확실히 보여줄 것 같다. <몽유도원도> 출연 검토 중이라는 기사는 오보다. <니 부모 얼굴이 보고 싶다>도 현재 협의 중인 단계다.

스타일리스트 장채련(EUPHORIA SEOUL), 강소라(EUPHORIA SEOUL)/헤어 뮤네제프 박승택 부원장, 박혜빈/메이크업 소영 부원장/의상협찬 클럽 모나코, 반하트 디 알바자, 모닝턴, 헤리티지 by 금강, 헨리런던, 로드 앤 테일러, 로베르토 콜리나 by 존화이트, 유밋 베넌 by 존화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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