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보고]
[현지보고] 빌 콘돈 감독
2017-03-03
글 : 양지현 (뉴욕 통신원)
<미녀와 야수> 촬영현장의 빌 콘돈 감독(가운데).

-원작 애니메이션과 어떤 점이 다른가.

=단순히 실사라는 점 외에도, 인간의 행동이 반영된 작품이기에 다른 고민의 과정을 거쳐 작업을 했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그런 면에서 볼 때 변화는 클 수도 있다. 원작 자체만으로도 완벽하지 않나.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나를 비롯해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작품이다. 그래서 원작의 기본적인 의도를 손상시키지 않는 것이 중요했다.

-100% 원작에 충실하다고 봐야 하나.

=그렇다. 최근에 만들어진 (각색 과정에서 큰 변화를 시도했던) 디즈니 리메이크 작품들과는 다르다.

-이번 영화를 위해 새로운 곡들이 추가됐다고 들었다.

=세곡이 추가됐다. 원작의 모든 곡들도 포함됐는데, 새로운 곡들은 원곡들의 줄기에서 나왔다고 보면 된다. 한곡은 벨의 죽은 어머니에 대한 것이고, 또 한곡은 저택에 있는 모든 캐릭터의 소개와 함께 이들이 다시 사람이 되고 싶어 하는 꿈을 그렸다. 마지막으로 절망에 빠진 야수의 빅 발라드곡이 포함됐다.

-왜 에마 왓슨을 벨로 캐스팅했나.

=에마는 너무 당연하고 유일한 선택이었다. 벨은 디즈니 영화 역사상 무척 중요한 캐릭터다. 처음으로 자립적이고 남자에게 집착하지 않았고, 늘 배우는 것을 즐기는 인물이었으니까. 하지만 그 캐릭터를 21세기적인 인물로 변형해야 했다. 에마를 보라. 지금까지 그녀가 출연해온 작품과 실생활에서 그녀가 행해왔던 봉사활동이 바로 벨의 21세기적 모습을 대변한 것이다. 유일한 질문은 에마가 과연 이 역할에 관심이 있을지였다. 다행히 그녀는 관심을 보였다. (웃음) 또 다른 질문은 뮤지컬적인 요소를 직접 소화할 의향이 있는지였다. 물론 음악에 대한 그녀의 역량은 금세 알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는 어떤 작품이었나.

=에마에게 처음 보낸 편지에도 쓴 말인데, 배우들에게 작품 선택권이 있지만 결국 인생을 뒤돌아볼 때 그들의 선택은 일종의 자전적인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아웃사이더이기를 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 작품을 좋아한다. 벨이 아웃사이더를 대변하는 캐릭터니까. 아웃사이더인 자신의 본질을 바꾸지 않으면서 서로가 다른 서로를 발견한다는 이야기가 좋다.

-아웃사이더라는 테마에 왜 그렇게 끌리나.

=글쎄, 성소수자에 대한 보편적인 이해가 없었던 시절 동성애자로 성장해서 그런 것 같다. 나는 늘 다른 각도에서 친구들을 바라보는 느낌이었다. 그런 테마는 내가 연출한 다른 작품 속에서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어릴 때 현실 도피를 위해 자주 했던 것이 있다면.

=물론 영화 감상이다. 10대 때에는 연극도 자주 봤다. 특히 앨프리드 히치콕의 영화가 큰 영향을 줬다. <보니 앤 클라이드>(1967)도 좋아했다. 11살 때부터 나는 보니를 연기한 페이 더너웨이보다 클라이드 역의 워런 비티에 더 끌렸다. 왜 그런지 알지도 못하면서.

-야수 캐릭터에도 변화가 있나.

=원작에서 야수는 교육을 받지 못한 문맹자로 묘사된다. 그래서 이번 작품에서는 어떻게 그가 그런 상황에 놓였고, 저주를 받게 됐는지에 대한 설명을 포함했다. 댄 역시 캐릭터를 발전시키는 데 참여했다. 이번 작품에서는 교육을 많이 받았고 유머 센스도 있는 캐릭터여서 재미있는 대사가 많이 포함됐다. 그 점이 원작과 큰 차이다. 기술적인 면에서 21세기가 가장 효과적으로 실사영화를 만드는 데 적합한 시기라고 본다. 야수를 실제로 표현 가능하게 됐으니까.

-뮤지컬이 아닌 일반영화로 연출을 고려한 적이 있는지.

=디즈니쪽에서 일반영화로 제작을 준비해왔던 것으로 안다. 내가 참여하면서 뮤지컬영화가 되었다. <미녀와 야수>의 음악은 원작을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테마곡이 얼마나 많은 감정을 가져다주나. 내가 연출을 맡은 이상 뮤지컬 외에 다른 장르는 고려하지 않았다.

-원작에서 포함되지 않은 것들이 있다면.

=지나치게 만화적이고 폭력적인 장면들이다. 애니메이션에서는 개스톤이 르 푸를 때리는 모습으로 일관하는데, 실사영화에서는 상당히 문제가 됐다. 어린이를 위한 영화이기도 하지만 성인도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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