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이 작품에 수십년간 미련을 버리지 못했나.
=마틴 스코시즈_ 28년 전 엔도 슈사쿠의 작품을 접하면서 연출하고 싶었지만 어떻게 접근해야 할지 몰랐다. 결국 20여년이 걸려 그 방법을 찾았다. 무엇보다 로드리게스의 ‘결정’이 내게는 미스터리였다. <비열한 거리>의 오프닝도 성당 안에서와 밖에서의 행동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로드리게스의 행동은 자기 자신을 모두 벗고 비우는 행동이다. 자만심을 가질 만한 것을 하나도 남기지 않는다는 거다. 개인적으로 어떻게 그 상태에 도달하게 되는지 궁금했다.
-<사일런스>는 스타일과 절제미가 돋보이는 영화다.
마틴 스코시즈_ 수년간 느낀 것은 이 주제를 지나치게 저돌적인 시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그리스도 최후의 유혹>을 만든 후 이 원작을 접했다. 당시 뉴욕 추기경께서 엔도 슈사쿠의 책을 읽어보라고 권유해주셨다. 그의 원작 소설은 1989년 당시 내가 도달할 수 있는 곳보다 훨씬 더 깊이 종교에 접근한 작품이었다. 당시에 나는 <좋은 친구들> <카지노> <순수의 시대> 같은 작품을 만들며 시각적으로 새로운 표현 방법과 스타일을 발전시키고 있었다. 결국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 이후 다시 그 책을 생각하게 됐다. 오랜 시간 동안 내가 세계를 보는 눈이나 이야기를 하는 방식이 이번 작품을 만들기 적합하게 변했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아무리 오래 준비를 했어도, 카메라의 앵글은 촬영장소와 자연적인 요소에 의해 결정됐다.
-이번 작품의 배역을 위한 준비는 어떻게 했나.
=애덤 드라이버_ 일본의 경우 정치적으로 많은 사건이 있던 시기였다. 당시 나가사키가 동쪽의 로마라 불릴 정도로 신도들이 늘어나자, 다시 주도권을 잡기 위해 종교 탄압이 시작된 거다. 내가 맡은 역은 17세기 일본을 찾은 신부인데, 물론 시대적, 문화적인 차이와 언어 장벽이 있지만 언제나 신앙에는 의문이 동반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인간적인 면에서 내가 맡은 배역을 이해하기 쉬웠다. 앤드루(가필드)와도 이런 생각을 함께 얘기했다.
=리암 니슨_ 예수회 신부(Jesuit priest) 역할이라 당시 정치적인 배경과 역사에 대해 리서치를 했다. 일부 사람들은 가톨릭에 대한 이해가 없어서 불교의 종파 중 하나로 여기기도 했다고 하더라. 마티가 얘기했는데, 깊은 믿음은 깊은 의문과 함께 간다고. 촬영을 마친 후 더욱 피부로 느꼈다.
-일본 배우들의 캐스팅이 화려했다. 함께 작업한 소감은.
마틴 스코시즈_ 대단했다. 거의 모두가 다이어트를 해야 해서 배고팠을 텐데. (웃음) 앤드루도, 일본 배우들도 잘 견뎌줬다. 사실 일본 배우들은 2009년에 캐스팅을 거의 다 했다. 특히 쓰카모토 신야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좋아하는 어메이징한 연출가인데, 배우로 참여해줘서 너무 고마웠다. 파도가 거친 바닷가에서 십자가에 매달려 있는 장면을 촬영했는데, 내려오지를 않더라. (웃음)
-개인적으로 이번 영화에 참여한 느낌이 어땠나.
리암 니슨_ 내가 맡은 페레이라 신부는 고문에 못 이겨 신앙을 저버린, 말하자면 가톨릭계의 부끄러운 존재다. 고문 장면을 촬영하며 단 2~3분간 매달려 있었는데 머릿속에서 이상한 생각들이 다 들더라. 페레이라 신부는 실존 인물이었는데, 리서치에 따르면 5시간 동안 거꾸로 매달려 있었다고 한다. 사람마다 견딜 수 있는 정도가 다르겠지만 결국 포기하는 순간이 있는 것 같다.
애덤 드라이버_ 논리적으로 설명은 못하겠지만, 더 질문을 많이 하게 된 것 같다. 내가 모든 것을 알지 못한다는 점도 깨닫게 됐다. 극중 십자가에 매달려 바닷가에 버려진 사람들을 보면서, ‘지금도 변한 것은 없는데’라는 생각이 들더라. 아직도 정부를 중심으로 종교를 탄압하는 행위가 이어지고 있잖나. 어린이의 마음에 가까운, 단순하지만 강한, 맹목적인 신앙심에 감동을 받았다. 단지 스토리만을 얘기하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에 관여된 모든 사람들의 작업 방식이나 행동이 그랬다. 전혀 모르는 사람들이, 세계 각지에서 와 한곳에서 모여, 3개월간 쫄쫄 굶어가면서 새벽 2시에 바닷가에 나가 촬영했다. “지금 우리가 느끼는 순간의 고통이 오랫동안 큰 의미를 줄 수 있다면”이란 집단의식이 있었다고 할까.
마틴 스코시즈_ 현 시대에는 너무 많은 것들이 범람한다. 이미지도 마찬가지다. 시네마도. 새로운 것은 없다. 언어 역시도. 어디에 진실이 있나. 이 작품 속의 주인공처럼 모든 것을 벗어던진 후에야 진실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