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어떠한 상황에서도 위트와 희망을 잃지 않는 낙관의 힘 <미녀와 야수>
2017-03-15
글 : 김수빈 (객원기자)

디즈니는 1990년대 자사 애니메이션의 황금기를 이끈 <미녀와 야수>를 실사화하면서 원작의 감성까지 고스란히 옮겨내는 정공법을 택했다. <시카고>의 각본, <드림걸즈>의 각본 겸 연출을 맡았던 이력답게 빌 콘돈 감독은 정통 뮤지컬영화로서의 정체성을 견지해나간다. 원작과 숏 단위로 비교해도 괜찮을 만큼 유사한 보폭으로 진행되기에 줄거리도 그대로다. 프랑스의 작은 마을에 사는 벨(에마 왓슨)은 책을 통해 넓은 세계를 꿈꾼다. 전쟁 영웅 개스톤(루크 에반스)의 저돌적인 구애와 마을 사람들의 핀잔에도 결혼 따위엔 관심이 없다. 어느 날, 벨의 아버지가 야수(댄 스티븐스)의 정원에서 장미를 꺾었다가 도둑으로 몰리는 일이 일어난다. 벨은 아버지를 대신해 야수의 성에 들어간다. 성의 주인인 야수는 진정한 사랑을 만나기 전엔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저주에 걸려 있다.

개봉 후 25년이 지난 만큼 캐릭터엔 시대적인 변화가 담긴다. 벨은 용감하고 선한 캐릭터에서 나아가 실질적인 생활 속의 변화를 만들어낸다. 벨은 어린 여자아이에게 직접 글을 가르치고 세탁기를 발명하는 등 당대 관습에 정면으로 대항한다. 그 모습은 벨 역의 에마 왓슨이 배우 활동과 별개로 펼쳐나가는 사회적 행보와도 자연스레 겹친다. 야수는 한층 지적인 모습으로 그려지며 다정한 성정이 부각된다. 벨과 야수 사이에 책을 매개로 한 대화가 늘어나고, 야수는 노래로 마음을 표현하기도 한다. 벨의 부친 모리스는 예술적 감수성이 풍부한 인물로, 개스톤의 파트너인 르 푸는 동성애자로 그려지는 등 캐릭터 전반에서 성적 고정관념에 균열을 가하려는 시도가 보인다.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는 무엇보다 음악으로 기억되는 영화다. 원작에 참여한 앨런 멘켄은 이번 작품의 음악 또한 책임졌다. <Beauty and the Beast> <Be My Guest> 등 원작의 아름다운 넘버들은 풍성한 합창음악으로 재현되고 새롭게 세곡이 더해졌다. 실사화된 <미녀와 야수>는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지 말라는 오래된 메시지에 더해 억울하게 사물로 변해버린 주변 캐릭터들이 어떤 상황에서도 위트와 희망을 잃지 않는 모습을 통해 낙관의 힘을 강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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