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애니메이션 명작 <공각기동대> 시리즈의 첫 할리우드 실사판이 3월29일 국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공각기동대: 고스트 인 더 쉘>(이하 <고스트 인 더 쉘>)은 테크놀로지가 인간 생활 깊숙이 자리잡은 21세기 중반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이야기다. 사고에 의해, 또는 본인의 선택으로 신체의 일부나 전신이 사이보그화된 사람들이 늘어난다. 주인공 메이저(스칼렛 요한슨) 역시 사고로 전신이 사이보그화됐다. 그녀는 강력 범죄와 테러를 수사하는 정예부대 섹션 9을 이끄는 특수요원. 메이저는 최첨단 테크놀로지를 보유한 ‘한카 로보틱스’를 타깃으로 한 테러 조직을 소탕하기 위해 섹션 9을 지휘해 수사에 나선다. 그러나 사건을 수사할수록 이번 사건이 자신과 깊게 관련돼 있음을 느낀다.
자신을 원작 애니메이션 시리즈의 열혈 팬이라고 말하는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이번 작품이 원작의 리메이크도, 원작의 상상력을 재구성한 작품도 아니라고 강조했다. 그는 21세기의 SF 팬들, 원작을 사랑하는 팬들과 함께 <공각기동대>의 이야기를 새롭게 조명해보고 싶었다고 한다. 특히 주인공 메이저의 감정선에 집중한 이번 작품은 그녀 자신이 누구이고, 어떤 존재인지 알아가는 성장영화의 서사를 취하고 있다. 더불어 인간의 두뇌를 해킹한다는 ‘고스트 해킹’이 극의 전개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이번 작품은 “누군가가 당신의 기억을 바꿔놓을 수 있다면, 당신은 과연 아직도 자기 자신일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루퍼트 샌더스 감독은 영화 <고스트 인 더 쉘>이 원작 만화나 극장판 애니메이션 또는 TV시리즈 중 특정 에피소드나 작품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며, 캐릭터를 창조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자유롭게 열어놓았다고 밝힌 바 있다. 그중에서도 스칼렛 요한슨이 연기하는 메이저에 주목할 만하다. 원작에서 쿠사나기 모토코라는 이름으로 등장했던 이 캐릭터는 이번 영화의 핵심 인물이자 원작과의 차별화를 기대하게 하는 존재다. 지난 1월9일 뉴욕에서 스칼렛 요한슨과의 인터뷰를 앞두고 유니버설쪽은 20분가량의 푸티지를 기자들에게 공개했는데, 체포된 용의자를 심문하는 장면이나 화려한 술집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액션 장면 등은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1982)를 연상케 하기도 했다.
한편 스칼렛 요한슨은 <고스트 인 더 쉘>의 주연을 맡음으로써 엄청난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기념비적인 아시아 SF애니메이션을 원작으로 하는 작품의 여주인공을 캐스팅하는 데 있어 아시아계 미국 배우를 배제하고 결국 백인을 선택했다는 점에 대한 비판이 상당했던 것이다. 하지만 샌더스 감독은 지난 20여년 동안 할리우드에서 활동하면서 사이버펑크적인 터프함을 가장 잘 보여준 여배우이기 때문에 요한슨을 캐스팅했다고 밝혔다. 극중에서는 물론 실제로도 모든 측면에서 두려움 없이 저돌적으로 돌파하는 그녀의 모습에 큰 감흥을 받았다는 것. 뉴욕에서 만난 스칼렛 요한슨에게 <고스트 인 더 쉘>에 대한 더 자세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