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운(제시카 채스테인)은 악명 높은 로비스트다. 그녀는 법과 위법의 경계를 교묘하게 넘나들며 고용주의 목적을 늘 달성해왔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에게 한 고객이 찾아온다. 바로 총기 규제 법안이 통과될 수 있게 나서달라는 것이다. 슬로운은 예상을 깨고 이 제안을 받아들인다. 그리고 그녀는 곧 전 미국을 떠들썩하게 만들 대담한 작전을 구상한다.
<미스 슬로운>은 <셰익스피어 인 러브>(1998), <베스트 엑조틱 메리골드 호텔>(2012) 등을 연출한 존 매든 감독의 정치 드라마이다. 총기 규제라는 미국의 가장 큰 논쟁거리를 다룬 이 영화는 내용을 파악하는 데 약간의 시간이 걸린다. 주인공인 슬로운을 포함해 최소 다섯명 이상의 중심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들은 전문 용어가 섞인 많은 대사를 통해 자신의 생각을 드러낸다. 그러다보니 영화의 도입부는 조금 산만하고 지루한 편이다. 하지만 인물들의 관계가 정리되고 핵심 갈등이 선명하게 떠오르기 시작하면 <미스 슬로운>은 기대 이상의 흡인력을 보여준다. 특히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상식을 넘어선 방법까지 시도하는 슬로운의 거침없는 행보는 묘한 쾌감까지 안겨준다. 그리고 주인공의 활약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어두운 현실에도 눈을 돌리는 연출은 이 영화의 또 다른 미덕이다. 결말에서 관객은 잘 봉합된 결론에 도달하는 대신 쉽게 정리하기 힘든 문제들이 복잡하게 뒤섞인 상황과 마주하게 된다. 그때 느끼는 감정은 통쾌함보다는 씁쓸함에 가깝지만 바로 이 점이 <미스 슬로운>을 우리의 기억에 더 오랫동안 남게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