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남매라고 해도 믿겠다. 스튜디오에 들어선 천우희와 김남길의 모습이 그렇다. 생일을 그냥 별일 없이 보내버렸다는 김남길의 말에 “밥이라도 같이 먹을걸”이라고 다정한 말을 건네는 천우희와 촬영 도중 분위기 전환을 위해 소소한 농담을 건네던 김남길의 모습을 보며 촬영장에서 그들이 주고받았을 합을 조심스레 짐작해본다. 이윤기 감독의 신작 <어느날>은 한국영화계의 개성 넘치는 캐릭터를 도맡아왔던 천우희와 김남길의 일상 연기를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기도 하다.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진 시각장애인 미소와 과거의 상처를 간직하고 살아가는 보험조사원 강수가 바로 두 배우가 새로 입은 옷이다. 육체는 죽어가고 있지만 정신은 누구보다 명징하게 살아 있는 여자와 몸은 멀쩡하지만 정신이 죽어가는 남자는 서로를 구원할 수 있을까? 볕 좋은 어느 날, 천우희와 김남길을 만나 <어느날>의 현장에서 그들이 공유했던 어떤 것들에 대해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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