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스타] 당당하고 자연스럽게 - <어느날> 천우희
2017-04-04
글 : 송경원
사진 : 최성열

데뷔부터 강렬했다. 연기파라고 하면 또래배우 중 첫손가락에 꼽힐 것이다. 천우희는 그간 남들이 쉽게 넘보기 힘든 캐릭터를 도맡아왔지만 본인은 그마저도 고정관념이라고 선을 그었다. <어느날>의 미소는 이제껏 그녀가 맡은 역할 중 가장 편하고 귀엽고 발랄한 인물이다. 하지만 배우 천우희의 연기인생에 있어선 도전이자 도약의 시점이라 해도 좋을 것 같다. 서두르지 않고 자신의 영역을 넓혀나가는 걸음이 경쾌하고 신나 보이기까지 한다.

-3월 11일 팬미팅을 가졌다. 축하드린다. ‘희소식’이란 팬미팅 제목이 참 좋다.

=사실 지난해에 하려다가 부득이하게 미뤄졌다. 그동안 팬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시사회 정도뿐이라 여러 가지로 아쉬웠는데 열심히 준비한 만큼 잘 마무리된 것 같아 뿌듯하다. 민낯을 보여주는 것 같아 쑥스럽긴 했지만. (웃음) 그동안 맡았던 캐릭터나 인터뷰에서의 모습과 달라서 혹시나 깨진 않을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좋아해주셔서 편안해졌다.

-스스로 생각할 때도 영화에서 맡았던 역할과 자연인 천우희 사이의 간극이 꽤 큰 것 같나.

=많은 분들이 내가 되게 어둡고 깊을 거라고 생각하시는데 물론 필요한 땐 진지해지지만 사람이 항상 그럴 순 없다. (웃음) 누구나 그렇듯 상황에 따라 다양한 얼굴이 있다. 나름 개그 본능도 있고 한없이 가벼워지는 순간도 있고. <한공주>(2013)부터 <곡성>(2016)까지 이제껏 선택한 캐릭터들이 대체로 무겁고 범상치 않은 역할들이라 그렇게 받아들이시는 것 같다. 사실 코미디나 히어로물도 좋아한다. 예전엔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고 생각했는데, 가만히 되짚어보니 그런 캐릭터들에 자연스럽게 끌리는 것 같긴 하다. 나도 로맨틱 코미디를 잘할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자주 하는데, 결국엔 관객이 고민할 수 있는 작품들에 손이 저절로 간다.

-관객으로서의 영화 취향은? 최근 본 영화 중 어떤 작품이 기억에 남나.

=취향이 없다. 가리지 않고 시간 날 때마다 다 보는 잡식, 아니 대식이다. (웃음) 그냥 포스터보고 흥미롭겠다 싶은 건 다 본다. 최근 기억나는 건 <문라이트>(2016). 좋은 면도 있었지만 인물을 멀찍이 지켜보는 템포가 따라가기 쉽지 않았다. 예전엔 그저 재미가 있는지만 봤는데 갈수록 연기적인 부분에 대한 크고 작은 요소들이 보인다. 분석이나 해석을 하기 싫어도 어쩔 수 없는 직업병이 생겨버렸다. (웃음) <캐롤>(2015)에서 마지막에 시선이 교차되는 장면은 아직 생생하다.

-이제껏 맡았던 역할 중 가장 발랄한 캐릭터다. 영화도 밝고.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다양한 색깔의 영화가 있었으면 하는 바람을 늘 가지고 있다. 선택권이 주어진 것 같지만 사실 없는 경우가 많다. 이번 영화도 그런 점에서 신선하게 다가왔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역할이 오히려 모험이었다. 사실 나는 내 성격대로 연기한 거지만 관객이 혹시나 어색해할까 걱정이 됐다. (웃음) 보통은 시나리오가 작품을 고르는 첫 번째 기준이지만 이번에는 미소라는 인물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컸다. 미미하겠지만 역할 하나하나에 매달리지 않고 긴 호흡으로 흘러가는 듯 자연스런 배우가 되고 싶다. 최근 에이미 애덤스 같은 배우를 보며 부쩍 그런 생각이 들었다. 방대하고 다양한, 모험을 두려워하지 않는 당당함. 예전엔 막연히 연기를 잘하는 배우가 되고 싶었다. 지금은 우선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 잘한다는 게 기준이 없지 않나. 기술적으로 다듬어지는 것보다 영혼이 있는 배우가 되었으면 한다.

-이윤기 감독의 영화는 남녀 두 사람의 호흡으로 온전히 끌고 간다.

=<카트>(2014), <곡성>, <손님>(2015) 등은 영화의 일원으로서 내 역할에 충실하고 영화에 누가 되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는데, 이번엔 남녀 주연으로 영화를 끌고 가야 한다는 생각이 있어서 현장에서의 압박감도 이전보다 컸던 것 같다. 극중 미소는 꿋꿋하고 의지가 강한 인물이란 점에서 나랑 닮았다. 나도 어려운 일이 있어도 언젠간 내게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하고 버티는 편이다. 이번엔 (김)남길 오빠의 도움이 컸다. 워낙 이야기를 잘 듣고 공감도 잘해준다.

-영화 밖에서 김남길 배우와 남매처럼 토닥거리는 모습이 재미있다. 정말 친한 것 같다.

=남자 파트너와 영화 전체의 호흡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 건 처음이다. 배운 점도 많았고 각자 생각하는 게 이렇게 다르구나 싶어 신기하기도 했다. 배우로서 시기마다 겪어야 할 고민들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수 있어 좋았다. 한국영화의 현주소에 대해 배우로서 느끼는 고민, 안타까움, 바람 등에 대해 많은 대화를 나눴다. 요즘은 브로맨스가 대세인데, 워맨스가 좀더 많아져도 좋지 않을까. 잘할 자신이 있는데. (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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