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스타] '어수룩'의 마스터 - <임금님의 사건수첩> 안재홍
2017-04-18
글 : 정지혜 (객원기자)
사진 : 백종헌

“안재홍의 매력? 귀, 여, 움!” <임금님의 사건수첩>의 문현성 감독과 제작자 최아람 대표에게 물었더니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대답을 들려줬다. 짐작하건대 안재홍의 귀여움은 그간 그가 보여준 캐릭터들간의 공통점, 그러니까 어딘가에 몰두하고 몰입하는 모습에서 오는 것 같다. ‘안재홍이라는 신기한 배우가 나타났다!’며 환대하고 싶었던 <족구왕>(2013)의 복학생 만섭이나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안재홍을 각인시킨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정봉을 생각해보자. 세상물정 모르고 자기만의 관심사에 꽂혀 사는 엉뚱한 인물들이다. 하지만 누가 뭐라 해도 자신이 궁금해하고 관심 가는 일에 흠뻑 빠져 저만의 방식으로 애정의 대상을 알아가고 터득한다. 괴짜라거나 제 세계에 고립된 채 바깥세상과 담을 쌓고 사는 인물과는 다르다. 좋아하는 걸 꾸준히 탐하고, 성실하게 바라기한 끝에 예상치 못한 일격을 가하는 인물이다. 그만의 내공이 사랑스럽다.

그런 안재홍의 귀염성은 <임금님의 사건수첩> 속 이서를 통해서도 엿보인다. 이서는 범상치 않은 머리로 장원급제를 한 신입 사관이다. 똑똑하긴 한데 처음 입궁한지라 모든 게 낯설어 어리바리하고 어수룩하다. 그런 이서는 곧 자신을 신뢰하는 임금 예종(이선균)을 보필하고 함께 문제적 사건을 해결해가는데 이때 저만의 방식에 몰두한다. 안재홍은 이서를 두고 이렇게 말한다. “자칫 초능력을 갖고 있는 인물처럼 보이거나 사건을 해결해가는 과정에서 느닷없이 돌변한 것처럼 보이지 않길 바랐다. 그 자신이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건의 전면에 나서는데 그런 모습에서 이서가 조금씩 성장해가는 게 흥미로웠다.” 인물을 괴이하게 보이지 않게 하는 그의 방편은 뭘까. “이서의 성격 자체가 어수룩하다고 상정하고 접근해버리면 안 된다. 그보다는 공간, 그러니까 궁궐이라는 데가 얼마나 이서에게 낯설었을까를 계속 생각했다. 왜 낯선 곳에 가면 누구나 침착할 수만은 없잖나. 나도 낯가림이 있고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기까지 워밍업의 시간이 꽤 길다. 상황에 잘 적응했다고 생각했지만 돌이켜보면 허둥지둥하는 그런 걸 살려보려 했다.”

<임금님의 사건수첩>은 안재홍이 상업영화에서 처음으로 주연으로 등장하는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로서는 “용기를 내야” 했다. “전체 큰 그림을 보면서 흔들리지 말고 나를 다잡아야 했다. 그게 실제로 영화에서 잘 표현이 됐을지는 모르겠지만. (웃음)” 든든한 백이 돼준 건 예종 역의 배우 이선균이다. 촬영을 위해 자연스레 동고동락하며 정을 쌓은 게 예종과 이서 사이의 우정에 가까운 신뢰를 표현하는 데 유효했다. “촬영 내내 전라도 지역의 세트장에서 머물며 함께 생활하다보니 다른 작품 때보다도 유독 선균 선배랑 많은 시간을 보냈다. 휴차 땐 가까운 야구장에 가서 응원도 하고 맛있는 것도 먹으며 힘도 내고. 그런 좋은 느낌이 영화에 자연스레 반영된 게 아닐까.”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누구의 딸도 아닌 해원>(2012) 때. 껄끄러운 상황에 처한 선생과 학생지간으로 나왔지만 영화 밖에선 달랐다. “당시 제작부이자 단역배우인 날 선균 선배가 살뜰히 챙겨주셨다. 촬영 끝나면 막내 스탭들을 불러모아 고생했다며 소고기며 소곱창을 사주셨으니 후배들에겐 최고의 선배였다! (웃음)”

둥글둥글해 보이지만 그보다 훨씬 더 예민하고 신중한 안재홍은 고심을 거듭하며 새로운 시도를 준비한다. “다양한 역할들을 해봐야 하지 않나 싶어서 지난해 말부터 올해 2월까지 연극 <청춘예찬>의 무대에 올랐다. 스스로가 무대에서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정말 열심히 했다. 그 경험이 어떤 의미로 내게 남을지는 좀더 시간이 지나봐야 알 것 같다.” 할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 사이에서 균형을 잡아가야 한다고도 말한다. “멀리 내다보고 오래 연기하고 싶으면서 눈앞에 주어진 것에 몰두하며 연기하고 싶기도 하다.” 배우로 활동하고 있지만 그는 영화 스탭부터 시나리오를 직접 쓴 단편 <검은 돼지>를 포함해 연출을 하기도 한 영화광이다. “친구들과 나름 치열하게 고민해가며 만들어왔다. 그 과정이 큰 공부가 됐지만, 아, 그래도 부끄럽네. 지금은 일단 연기를 열심히 해야지!” 이미 <소공녀>(감독 전고운)의 촬영을 마쳤고 곧 드라마 <쌈, 마이웨이>의 촬영에 들어간다. “지금까지와 다른 톤의 연기를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아 나도 기대가 크다”며 다음을 기약한다. 아, 마지막으로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안재홍의 귀여움이란? 동정? 아니면, 연민?… 하하하. 귀엽게 봐주신다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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