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커버스타] 특별한 변신 - <특별시민> 심은경
2017-04-25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특별시민>의 박경은 이제껏 심은경이 연기한 캐릭터 중에서 실제 심은경의 모습과 가장 다른 인물이다. 변종구(최민식) 선거 캠프의 공보 담당자인 그녀는 자기주장이 강하고, 야심이 큰 데다 말보다는 행동이 앞선 여성이다. 코미디면 코미디(<써니>(2011), <수상한 그녀>(2013), <걷기왕>(2016)), 스릴러면 스릴러(<널 기다리며>(2015), <조작된 도시>(2017)) 등 장르영화에 최적화된 연기를 보여준 심은경의 모습은 온데간데없다. 그녀에게 박경은 “자신의 연기를 되돌아보게 해줬고, 앞으로 연기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되어준 캐릭터”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어땠나.

=실제보다 나이가 많은 캐릭터가 들어와 행운이라고 생각하면서도 부담스러웠다. 나한테 맞는 역할일까, 해낼 수 있는 인물일까. 고민이 많았지만 감독님께서 내가 기존의 모습과 다른 면모를 끄집어낼 수 있을 거라고 기대하신 것 같아 출연을 결정할 수 있었다.

-실제 선거 캠프의 공보팀에서 일하는 여성들은 (심)은경씨보다 나이가 많은 편인데.

=26살인 박경은 사회에서 어느 정도 때도 묻고, 경험이 많은 캐릭터라서 지금의 내게 그만한 삶의 연륜이 존재할까 고민이 됐다. 그럼에도 정극에 가까운 연기를 보여줄 시기가 왔다고 생각했고, 배우로서 도전해보고 싶었다. 스스로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이 컸던 것 같다.

-시나리오를 읽었을 때 박경은 어떤 여성으로 다가왔나.

=당당하고, 꿈과 야망이 크고, 자기주장이 뚜렷해 나와는 반대되는 성격을 가진 친구. 시나리오를 읽으면서 내가 이런 사람일까 생각을 많이 하게 됐다. <걷기왕>의 만복은 내 경험이나 내가 가진 면모를 자연스럽게 반영시켰던 반면, 이번에는 나긋나긋하고 쑥스러워하는 내 실제 모습을 많이 지우려고 했다. 대신 시니컬하고 냉소적이며 자신의 일에 진취적인 모습 등 내게 없는 모습들을 표현하려고 했다.

-촬영 전, 선거 캠프의 공보 담당자나 광고하는 사람들을 만나 취재했다고 들었는데.

=사회 경험이 많지 않고, 박경 같은 전문직 여성은 처음 맡았던 까닭에 그들이 어떤 성격을 가지고 있는지, 어떤 식으로 일을 진행하고 있는지 확인하는 게 최우선 과제였다.

-그들의 어떤 면모가 박경을 구축하는 데 영향을 끼쳤나.

=그들을 만나기 전에는 실제 나와 180도 달라야 한다는 강박감이 있었던 것 같다. 오랜만에 ‘딕션’(발음)에 집중해서 연습했다. 그런데 실제로 만난 분들은 생각보다 훨씬 자유로운 사고를 지녔고 말투도 딱딱하지 않았다. 일할 때 판단을 냉철하게 하고, 똑 부러지는 모습도 있긴 했지만. (최민식, 곽도원 같은) 선배님들도 처음에 ‘왜 그렇게 굳어 있냐’고 지적하기도 해서 그들과 만난 뒤 몸을 좀더 풀어야겠다 싶었다.

-변종구 캠프였던 까닭에 선배인 최민식, 곽도원과 계속 부딪혔을 텐데, 그 경험은 어땠나.

=존경하는 배우가 최민식 선배님이다. 선배님이 출연하는 영화에 작은 역할이라도 맡는 게 꿈이었다. 중요한 역할을 맡아 같은 작품에서 뵙게 되어 영광이었고, 꿈을 빨리 이룬 셈이다. 선배들 사이에서 내 것도 잃지 않아야 할 텐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 생각하느라 긴장이 많이 됐다. 그때마다 선배님들께서 기운을 북돋아주셨고, 모니터를 해주시며 부족한 부분들을 많이 끌어내주셨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경험을 다 했다.

-<특별시민>의 박경은 앞으로 연기하는 데 좋은 길잡이가 될 캐릭터였을 것 같다.

=한동안 방황했다. 연기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특별한 문제는 없는 것 같은데 무언가 만족이 안 되고, 예전보다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많이 헷갈렸다. 그동안 본능에만 의존해왔는데, 이 영화를 찍으면서 연기는 정말 고민을 많이 해야 하고 준비도 철저하게 해야 하며, 기술도 많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차기작으로 연상호 감독의 신작 <염력>에 출연한다.

=석현(류승룡)의 딸 루미를 맡았다. 아빠와 10년 정도 떨어져 지내고, 엄마와 단둘이 치킨집을 운영하는 친구다. 어느 날, 안 좋은 일이 생기면서 아빠가 자신의 초능력을 딸을 위해 쓰는 이야기다. 루미는 삶에 찌들어 있고 강단이 있는 친구로, 현실에 가까운 생활 연기를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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