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요한이 또 돌아갔다. ‘돌아왔다’는 컴백의 의미로 쓰려던 것이 아니다. 그가 전작 <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에 이어 또다시 과거로 돌아가야 하는 타임루프 소재의 영화 <하루>에 출연했기 때문이다. ‘당신 거기 하루만 있어줄래요?’라고 제목을 이어 붙여도 말이 될 만큼 유사한 설정의 영화에 그가 연이어 출연한 이유는 뭘까. 오랜만에 만난 그에게서 새로운 시도에 품은 기대와 반성, 그리고 영화에서처럼 하루를 후회 없이 보내기 위한 그만의 노력에 대해 질문을 던졌다.
-전작과 설정이 유사한 타임루프 소재 영화에 출연하는 부담감은 없었나.
=전작에서는 내가 직접 시간 이동을 하지는 않는다는 큰 차이가 있다. (웃음) <하루>의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땐 너무나 쉽게 읽었다. 두 번째 읽었을 땐 너무 어려웠다. 세 번째에는 헷갈리기 시작하더라. 네 번째 읽으니 자신감이 없어졌다. 그래서 더 해보고 싶어졌다. 내가 이 인물의 감정을 어느 정도까지 끌어올려야 될지, 그것을 할 수는 있을지 궁금했다. 소재가 겹치는 건 고려 대상이 아니었다.
-<하루>의 민철은 사랑하는 아내를 잃고 그녀가 죽기 직전의 상황으로 돌아가 그녀의 죽음을 막기 위해 노력하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강강강강’으로 내지르는 스타일이다.
=촬영 전에 감독님과 이야기하면서 민철이 너무 동물적이고 본능에 충실하고 앞으로 달려가는 사람이기 때문에 불도저 같다고 생각했다. 학부 시절의 수업을 떠올렸다. 그때 특정 동물의 성향에 맞춰서 조금씩 자기화하는 훈련을 했는데, 왠지 민철이 도베르만에 어울릴 것 같았다. 그래서 아예 도베르만처럼 되어보자는 기분으로 태닝을 15회 끊은 뒤에(웃음) 연기 수업하던 시절의 경험을 떠올려가며 연구했다. 재미있던 점은 센 감정을 표현할 때 세게 하는 게 오히려 센 감정처럼 안 보이더라는 것이다. 본능에 충실한 모습으로 일관해도 장면마다 에너지 분할이 필요하더라.
-액션 연기를 할 때도 매번 달라야 했을까.
=액션이라기보다는 전체가 다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만약에 액션으로 감정을 넣고 연기를 해버리면 진짜 액션만 나오고, 다음 신이 바로 이어지지 않더라. 현장에서 무술감독님도 액션보다는 드라마로, 감정을 밀고 가는 게 나을 것 같다고 이야기하셨다. 액션이라기보다 발버둥이라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웃음)
-다양한 취미 생활을 즐기고 있다고 들었다.
=지난 1년 동안 푹 쉬면서 내가 못 배웠던 것들, 배우다가 말았던 것들을 완벽하게 하고 싶어서 드럼과 피아노, 복싱을 병행하고 있다. 몸통과 옷을 따로 구매해 직접 꾸미는 코스튬 피겨도 모으는 중인데 이 취미가 내게 깨달음을 준다. 특정 영화 속 배우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부품을 모으다 보면 몸에 안 맞는 것들이 생기는데,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히기보다 다음 부품이 배송될 때까지 기다린다. (웃음) 그 순간에 또 한번 배우게 된다. 내가 맡았던 배역 역시 그랬다. 나는 지금까지 억지로 안 맞는 옷을 입으려고 하지 않았다. 가식적으로 변화하려고 하지도 않았던 것 같다. 덕분에 지금껏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옷들을 입었다.
-수십편의 독립 장·단편영화를 작업하다가 어느 순간부터 드라마로 영역을 넓히기 시작한 것을 볼 때 스스로 연기의 한계나 새로운 도전에 목말라 있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인위적으로 무언가를 바꿔보려 한 적은 한번도 없었다. (배우 생활을) 더 천천히 하고 싶다. 경보도 힘들더라. (웃음) 아직 차기작으로 준비하고 있는 건 없지만 지금 당장 뒤처지더라도, 거북이 같더라도 편안하게 걷고 싶다. 물론 결국엔 늦게라도 골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