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영화의 ‘봄’을 맞이하다.” 7월 4일 개관을 앞둔 부산영화체험박물관 입구에는 다음과 같은 문구의 포스터가 붙어 있었다. “‘봄’이라는 단어를 중의적으로 썼다. 눈으로 본다는 뜻도 있고, 모든 것이 새롭게 태어나는 계절의 의미도 있다. 또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의 영문 이름이 ‘BUSAN MUSEUM OF MOVIES’인데, 줄여서 ‘봄’(BOM)이라 부르기도 한다.” 강성호 부산영화체험박물관 관장의 설명처럼,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새로운 영화적 볼거리를 지향하는 국내 최초의 영화 관련 전문 전시체험 시설이다. 부산시 중구 동광동 대청로에 위치한 이곳은 3천여평 규모의 복합문화공간으로, 지난 6월 30일개관식을 가졌다. 지상 4층, 지하 3층으로 이루어진 박물관에는 각종 체험 시설(지상 3, 4층)과 기획전시실(2층), 강의실과 영상홀(모두 지상 1층) 등 부대시설이 들어섰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정한 임대형 민간투자사업의 일환인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향후 5년간 영화 <판도라>의 제작사 CAC엔터테인먼트와 사업시설 유지관리 서비스업체 원중기업이 공동으로 위탁 운영한다.
이 공간의 핵심은 ‘체험’이다. CAC엔터테인먼트의 대표이자 박물관의 운영을 총괄하게 된 강성호 관장은 이미 부산 지역에서 입지를 구축한 여타 영상 문화 기관들과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의 차별점이 ‘체험 프로그램’에 있음을 분명히 했다. “복합문화공간이 지역에서 어떤 정체성과 특징을 구축하는지의 문제가 굉장히 중요하다. 이미 부산국제영화제, 부산영상위원회, 영화의전당 등 부산 지역에 위치한 영상 관련 기관들이 각각의 교육사업을 운영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들 기관의 사업과 완전히 달라야 한다는 과제가 우리에겐 있었다.” 이 문제에 대한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의 해답은 교육 프로그램의 대중화에 있었다고 강성호 관장은 덧붙였다. “영화에 대한 깊이 있는 지식을 제공하고 영화 전문가를 양성하기보다는 영화를 ‘가지고 놀’ 수 있는 가까운 존재로 인식하게 만드는 게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의 목적”이라는 것이다.
강성호 관장의 말대로 부산영화체험박물관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간은 지상 3, 4층에 위치한 영화 체험 공간이었다(자세한 체험기는 이어지는 지면 참조). 아홉 단계의 체험 코너를 거치면 누구든지 영화 예고편 분량에 해당하는 자기만의 단편영화를 만들 수 있다. 체험 코너 중에는 <매트릭스>의 공중부양 장면에서 사용된 것으로 유명한 ‘타임 슬라이스’ 기법(한 피사체를 두고 여러 대의 스틸 카메라가 촬영한 정지화면을 영상화하는 촬영기법),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영화나 시각특수효과(VFX)를 비중 있게 사용하는 규모의 상업영화에서 흔히 차용하는 ‘크로마키’ 기법(파란색 혹은 녹색 배경에서 촬영해 그 색을 투명으로 만들어 다른 영상을 합성하는 촬영기법)을 직접 체험 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이들 기법을 사용해 촬영을 마치면 녹화된 영상에 배경음악을 입히고 효과음을 삽입하는 등의 후반작업 체험을 통해 영상 제작의 완성도를 높일 수 있다. 자기만의 단편영화 제작을 완성한 뒤에는 박물관이 제공하는 USB에 영상을 담아 보관할 수 있다. 강성호 관장은 “올해 연말까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개발해 관객이 체험한 내용을 앱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게 하려고 한다. 일본어, 영어, 중국어 등을 지원하는 외국어 도슨트 서비스 또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지역 대부분의 영상 관련 기관이 해운대 센텀시티 인근을 거점으로 삼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을 때,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 과거 부산의 영화 중심지였던 중구에 위치하고 있다는 사실 또한 주목할 만하다.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부산 영화의 역사성을 상징하는 장소가 바로 중구다. 부산 최초의 극장 행좌와 한국 최초의 영화제작사 조선키네마주식회사가 이곳에서 탄생했다. 부산국제영화제 역시 중구 남포동에서 시작되지 않았나. 부산 영화를 넘어 대한민국 영화의 중심부였던 중구에 박물관을 설립한다는 데 그 상징성이 있다고 봤다.” 강성호 관장의 설명에 대한 더 자세한 정보는 박물관 지상 3층에 만들어진 ‘영화역사의 거리’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900년대 초 부산 지역에 처음 극장이 태동하던 시기부터 해방, 한국전쟁 등을 거쳐 부산이 ‘영화의 도시’라는 명칭을 얻기까지 부산이라는 도시와 영화라는 매체와의 관계망이 일목요연하게 정리되어 있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해운대에 영화의전당이 있다면, 원도심에는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이 있다고 말할 수 있게 되었으면 한다.” 강성호 관장은 박물관 운영의 포부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다양한 볼거리와 체험 프로그램, 부산 영화의 역사를 담은 복합문화공간이 지금 막 대중과 호흡할 준비를 마쳤다. 부산영화체험박물관은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월요일은 휴관한다. 입장료는 성인기준 1만원, 학생 7천원이다(부산 시민은 30%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 이어지는 지면에서는 사진으로 보는 체험기와 강성호 관장의 인터뷰를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