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21 리뷰]
[리뷰] <군함도>, 일제강점기 시대인 1945년
2017-07-26
글 : 장영엽 (편집장)

“일년만 쌔 빠지믄 집 한채 값은 챙긴다대?” 일제강점기 시대인 1945년, 더 나은 삶을 꿈꾸며 망망대해 한복판에 위치한 일본의 작은 섬으로 떠난 조선인이 있었다. 그 섬의 이름은 하시마. 군함의 모습을 닮았다 하여 ‘군함도’라고도 불리던 그 섬에 도착한 조선인이 본 것은 ‘지옥’이었다. 어린 조선인 소년 광부들이 제대로 몸도 가눌 수 없을 만큼 좁은 탄광에 매몰돼 목숨을 잃고, 살아남은 조선인은 일본인에게 인간 이하의 대접을 받으며 살아가는 곳. 영화는 나름의 사연을 가지고 이 지옥도에 당도하게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조명한다. 경성 반도호텔 악단장 출신 강옥(황정민)은 딸 소희(김수안)를 지키기 위해 물불을 가리지 않는다. 광복군 소속의 OSS 요원 무영(송중기)은 독립운동 인사를 구출하려고 군함도에 잠입한다. 종로 일대를 주름잡던 주먹 칠성(소지섭)은 혈투 끝에 새로운 조선인 관리자가 되고, 일본인에게 감금돼 성적으로 유린당하는 말년(이정현)은 비참한 현실에서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일본의 패색이 짙어지고 미군의 공습이 잦아지던 어느 날, 군함도의 조선인은 무영을 필두로 목숨을 건 대탈주를 계획한다.

<군함도>는 <베테랑> <베를린>의 류승완 감독이 처음으로 연출한 시대극이다. ‘지금, 여기, 21세기’의 한국 사회에 위치한 관객이 공감할 법한 사연과 인물을 다양한 장르 안에서 호쾌하게, 때로는 예리하게 변주하는 걸 지켜보는 즐거움은 류승완 감독의 영화를 기대하게 되는 가장 큰 이유였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의 무게감 때문인지 <군함도>는 감독의 전작에 비해 웃음기를 덜어내고 진중하고 어두운 필치의 영화로 완성되었지만, 리듬감과 속도감을 겸비한 연출력은 여전하다. <군함행진곡>이 경쾌하게 울려퍼지는 바닷가에서 벌어지는 초반부의 탈옥 시퀀스나 탄광에서의 대규모 폭발 장면, 영화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집단 탈주 시퀀스는 블록버스터로서의 미덕을 확실하게 보여준다. 아쉬움은 드라마에 있다. <군함도>의 세부를 이루는 각각의 사연들은 하나로 모아졌을 때 더 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인물과 인물, 사건과 사건을 잇는 연결고리가 촘촘하지 못하다는 인상을 준다. 스펙터클의 묘미와 단선적인 이야기의 아쉬움, 어느 쪽에 더 방점을 둘 것인지에 따라 <군함도>를 바라보는 시선은 달라지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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