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덩케르크>와 함께 보면 좋을 2차 세계대전 영화 7편
2017-08-09
글 : 김현수
더 사실적으로 더 생생하게
<벌지 대전투>

영화 역사상 중요하게 다뤄지는 전쟁영화는 셀 수 없이 많다. 그중에서 <덩케르크>의 배경인 다이나모 작전처럼 2차 세계대전의 흐름에서 중요하게 인식되거나 혹은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문제의식처럼 전쟁 영화의 전통적 형식에서 벗어나 예술성을 알린 영화를 골라 소개한다. 사실, 방대한 전쟁사를 다루는 영화들 가운데 7편만을 선정하는 것은 무리다. 예를 들어 전투 장면 하나 없이 전쟁의 의미를 질문하는 데이비드 린의 <콰이강의 다리>(1957)나 장 피에르 멜빌이 누아르라는 장르 안에 시대의 비극을 담아낸 걸작 <그림자 군단>(1969) 등은 한데 묶일 수 없는 개성을 지니고 있어 언급하지 못했다. 그럼에도 여기 소개하는 7편의 영화는 세계 역사를 뒤흔들어놓은 2차 세계대전의 특정한 순간을 영화적으로 옮기는 작업에 성공한 영화들이다.

독일 패망의 신호탄을 쏘아올린 작전

<벌지 대전투>(1965)

히틀러는 독일 진영이 거의 무너져가던 시기에 서부전선을 뚫기 위해 대규모 작전을 벌인다. 1944년 겨울, 아르덴숲 일대에서 벌어진 전투를 벌지 전투 혹은 아르덴 전투라고도 하는데 이때 독일군의 기갑부대는 마켓가든 작전의 실패 등으로 정체되어 있던 연합군을 상대로 놀라운 전투력을 발휘한다. 독일 패망을 예단하고 기강이 해이해졌던 연합군의 모습 속에서 홀로 고군분투하는 킬리 중령 역은 헨리 폰다가 맡았다. 2.76:1 화면비를 자랑하는 ‘울트라 파나비전70’ 렌즈로 촬영된 이 영화의 항공숏은 <덩케르크>의 스피트파이어 전투 장면의 몰입감을 압도한다. 기갑부대의 대규모 전투 장면 또한 미니어처 세트를 이용한 특수촬영 등 여러 촬영기법을 활용해 전장을 사실적으로 구현했다는 점에서 <덩케르크>의 선배 격인 영화다.

타고난 전쟁광의 일대기

<패튼 대전차군단>(1970)

전쟁터 한복판에서 군인정신이 부족하다며, 부상당해 우는 병사의 뺨을 때려 논란이 됐던 패튼 장군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당시 패튼은 영국의 몽고메리 장군과 라이벌 경쟁 의식을 느끼며 연합군을 주도했다. 모두가 싫어했으나 그 미친 지휘력을 아이젠하워 대통령만은 믿어줬던 전쟁광 패튼의 모습을 조지 C. 스콧이 훌륭하게 연기했고, 그해 아카데미 6개 부문을 석권했다. 특정 작전이나 전쟁의 참상을 보여주기보다 패튼이 어떤 인물이었고 그가 2차대전의 흐름 속에서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보여주는데 주력하는 영화다. 전차부대를 앞세워 독일의 롬멜 장군과 벌였던 카세린 전투 등이 영화에 상세히 묘사되어 있다. <덩케르크>에도 등장했던 독일군 폭격기 ‘하인켈 111’의 실제 기종이 촬영에 쓰이기도 했다.

연합군 최악의 실수를 재현하다

<머나먼 다리>(1977)

전쟁영화 역사상 가장 많은 스타들이 총출동한 리처드 애튼버러 감독의 영·미 합작 프로젝트. 숀 코너리와 마이클 케인, 앤서니 홉킨스와 로렌스 올리비에, 진 해크먼, 로버트 레드퍼드, 제임스 칸, 볼프강 프라이스 등이 한 영화에 출연한다. 1944년 연합군의 최대 실패로 손꼽히는 마켓가든 작전을 준비하고 진행해가는 지리멸렬한 과정을 비교적 상세하게 묘사한다. 마켓가든 작전은 역사적으로도 실패한 작전이기 때문에 작전 수뇌부의 안이한 대응으로 얼마나 많은 무고한 전사들이 희생되어가는지를 무려 3시간가량의 긴 러닝타임 내내 보여준다는 점이 신선하다. 승리의 서사가 아닌 실패의 스토리를 담은 전쟁영화라는 점에서 <덩케르크>와 흡사한 면이 있다. <지상 최대의 작전>의 작가 코닐리어스 라이언의 동명의 논픽션 소설이 원작이다.

2차대전의 주요 전투 총망라

<지옥의 영웅들>(1980)

미 보병 1사단 대원들이 주인공으로 1942년부터 1945년에 걸쳐 전략상 중요한 접전지였던 노르망디, 북아프리카, 시칠리아, 벨기에, 체코슬로바키아의 전장을 누비며 비밀 작전을 펼치는 내용. 덕분에 영화 한편에 2차세계대전의 주요 전투가 총망라된다. 새뮤얼 풀러 감독은 자신의 참전 경험을 토대로 “전쟁의 진짜 영광은 생존”이라는 주제를 전하는 대작을 만들었지만 스튜디오의 난도질로 50여분이 잘려나간 채 개봉됐다. 그의 사후에 촬영본을 찾아내 재편집한 복원판 DVD가 2004년에 출시됐다. 복원판은 부조리한 전장의 모습을 함축적으로 표현하는 새뮤얼 퓰러 특유의 연출 의도를 잘 살렸다. 전쟁영화의 전형적인 틀을 벗어나보고자 했던 새뮤얼 퓰러의 연출 의도는 <덩케르크>의 놀란 감독의 고민과도 연결된다. 전투의 달인을 연기하는 리 마빈과 전장의 철학도를 연기하는 마크 해밀의 대비가 조화롭다. 조셉 헬러의 소설 <캐치22>의 주제 의식과 스타일에 비견할 만한 걸작이다.

전쟁영화의 흐름을 바꾸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8)

일명 ‘D-데이’라 불렸던 1944년 6월 6일, 연합군의 노르망디 상륙 작전은 프랑스를 해방시켰고 덩케르크에서의 설욕도 갚아줬다. 상륙 작전 중 미군이 맡았던 오마하 전투를 다루는 도입부 장면은 현대 전쟁영화의 흐름을 바꿔놓았다. 잔인한 전투 현장을 첨단 촬영기술을 동원해 생생하게 구현함으로써 관객에게 스펙터클한 두려움을 선사한다. 이어지는 이야기는 상륙 작전에 성공한 미국이 네 형제 중 모두가 전사하고 마지막으로 생존한 라이언 일병(맷 데이먼)을 구하기 위해 정예부대원을 투입해 구출한다는 내용. 전쟁사가들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 특유의 휴머니즘 터치가 강하게 투영된 영화의 시작과 끝의 온도 차가 너무 달라 어색하다는 점을 단점으로 지적하곤 했다. 놀란 감독이 <덩케르크>를 만들기 전에 가장 유심히 분석한 작품이기도 하다. 같은 작전을 소재로 영국, 미국, 프랑스 등을 대표하는 각국 스타들이 총출동해서 자국어로 연기했던 이십세기폭스의 야심작 <지상 최대의 작전>도 있다.

전우애는 없다

<햄버거힐2>(1998)

1944년 9월부터 이듬해 2월까지 이어진 휘르트겐숲 전투를 소재로 한 영화다. 베트남전을 배경으로 전장의 참혹한 실상을 극사실적으로 묘사한 <햄버거힐>(1987)의 존 어빈 감독은 2차 세계대전으로 눈을 돌려 역사상 가장 비참했고 불필요했다고 평가받는 최악의 전투 현장의 실상을 잔인하리만치 그대로 전달하는 데 목적을 뒀다. 홀로 살아남을 목적으로 독단적인 행동을 일삼던 매닝(론 엘다드)이 무너져가는 동료들과 처절한 전투를 벌이는 모습을 통해 생존의 의미를 비관적으로 보여주는 수작이다. 매닝은 <덩케르크>의 토미(핀 화이트헤드)와 다를 바 없는 생존 본능을 주장하지만 오직 자기만 살고 싶어 한다는 점에서 토미와 큰 차이를 보인다. 저예산 TV영화지만 <햄버거힐>과 비교해 결코 뒤지지 않는 완성도와 문제의식을 지녔다. 하지만 황당하게도 영화의 원제는 ‘When Trumpets Fade’인데 2차 세계대전과 베트남전의 차이를 무시한 채, 국내 개봉 당시 감독의 전작을 의식한 제목으로 변경됐다.

아름답고도 참혹한 전장의 풍경

<씬 레드 라인>(1998)

태평양 전선에 투입된 미 해병대가 주인공이다. 1942년 과 달카날섬의 일본군 비행장 건설을 저지하기 위해 찰리 중대가 투입된다. <라이언 일병 구하기>와 같은 해에 개봉한 영화지만 스타일과 주제가 완전히 다르다. 전쟁영화 특유의 거대한 전투 스펙터클을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과달카날섬의 아름다운 절경과 참혹한 고지전 전투를 동시에 보여주는 존 톨 촬영감독의 촬영은 명불허전이다. <덩케르크>와 비교할 때 촬영 스타일과 서사 진행방식 면에서 가장 많이 연상된 작품 중 하나다. 개인의 업적을 위해 부하들을 사지로 몰아넣는 고든 대령(닉 놀테)과 부하들에게 신망이 두터운 베테랑 전사 에드워드 상사(숀 펜)의 지휘 아래 수많은 병사들이 서서히 죽음을 맞이한다. 태평양 전선을 배경으로 전쟁의 참상 너머 삶과 죽음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와 본성 등을 꼬집는 영화로 1999년 베를린국제영화제 황금곰상을 수상했다.

사진 워너브러더스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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