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일주일 만에 일어난 일이었다. <군함도>를 둘러싼 스크린 독과점 논란, 그리고 작품은 물론 감독 및 배우의 인터뷰에 일제강점기를 정당화하는 식민사관이 녹아 있다는 의혹이 순식간에 인터넷을 휩쓸었다. 개봉 전 1천만 관객 달성은 물론 역대 기록도 세울 수 있지 않겠느냐는 기대는 어느새 사라졌고, <군함도>의 관객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하며 현재까지 630만명(8월 10일 기준)대에 머물고 있다. 물론 <군함도>를 둘러싼 구설과 흥행 성적의 인과관계를 증명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깝겠지만, 한국영화사에서 이처럼 단기간에 구설과 흥행 스코어의 상관관계를 보여준 사례는 없었다. 개봉으로부터 지금까지 <군함도>를 둘러싼 논란의 확산과정을 날짜별로 정리해보았다.
7월 25일
스크린 독과점 논란
KOFIC(영화관 입장권 통합전산망) 홈페이지 자료에 근거해 개봉 첫날 스크린이 역대 최다 2168개(실제로는 2027개였다)를 기록했다는 글이 인터넷 곳곳에 퍼지며 논란이 됐다.
7월 26일
<군함도> 개봉
평점 테러
스크린 독과점에 반발한 이들, <군함도>가 ‘국뽕’(‘국가+히로뽕’의 준말로, 애국주의를 비꼬는 의미로 쓰인다) 혹은 ‘좌파 선동영화’라고 주장하는 사람들 등이 네이버 영화 네티즌 평점란에 일괄적으로 1점을 던지면서 평균평점이 한때 4점대까지 추락했다.
최태성 역사 강사의 글
“역사영화라고만 생각했는데 그건 제 ‘군함도’ 해설 강의까지고요. 실제론 어마어마한 초대형 블록버스터급 ‘탈출’ 영화이고 ‘군함도’가 배경이 되는 듯합니다.” 개인 SNS에 올라온 이 글을 두고, 네티즌은 <군함도>가 장르적 쾌감을 위해 역사를 이용한 것이 아니냐는 주장을 제기하기 시작했다.
민병훈 감독 일침
“2168. 독과점을 넘어 이건 광기다. 신기록을 넘어 기네스에 올라야 한다. 대한민국 전체 영화관 스크린 수 2500여개. 상생은 기대도 안 한다. 다만 일말의 양심은 있어야 한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 민병훈 감독이 개인 SNS에 올린 글이 화제가 되면서 스크린 독과점 논란이 더욱 거세졌다.
7월 27일
류승완 감독·출연배우 인터뷰 논란
“무조건 일본이 나쁘다는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려고 했다”, “그 당시 나쁜 일본인만 있었던 것도 아니고 좋은 조선인만 있었던 것도 아니”라는 내용의 언론 인터뷰가 문제가 됐다. 이런 발언이 “명예 일본인 같다”거나 “뉴라이트 아니냐”는 것이 이유였다.
류승완 감독 인터뷰 논란
“‘군함도’를 탈출하는 것은 정리되지 않은 과거사로부터 탈출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미 오래전 청산되었어야 할 문제가 아직도 유령처럼 떠돌면서 현재와 미래까지도 잡아먹고 있다.” 류승완 감독의 발언이 친일파의 관점과 유사하다며 몰매를 맞았다.
7월 28일
심용환 역사 강사의 역사 왜곡 논란 반박
영화 초반에 나오는 강제징용의 실상은 한국영화 역사상 처음 등장하는 것이며, 비교적 잘 묘사가 되어 있다거나 역사를 다룬 영화가 대부분 허구에 의존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었다. 특히 <귀향>만큼 못 만들고, 위안부 이야기를 왜곡한 영화는 드물다고 부연했다. “매우 도덕적인 견지에서 영화를 ‘심판’하는 듯한 태도에는 도무지 동의가 안 된다”라며 글을 마무리했다.
류승완 감독 공식 입장 발표
류승완 감독은 공식 입장을 통해 <군함도>가 날조된 영화라는 일본의 주장에 반박, 수많은 증언과 자료집을 참고해 만든 작품임을 강조했다. “당시 조선인 강제징용의 참상과 일제의 만행 그리고 일제에 기생했던 친일파들의 반인륜적인 행위를 다루고자 했다”는 작품의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네이버 포털 메인에 걸린 관련 기사에는 6천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스크린 독과점에 반발하거나 “이 영화는 일본의 극악무도함만 담았어야 한다. 지옥섬이라 불린 그곳에서 조선인들이 얼마나 배고픔에 굶주리고 힘들었는가만 담았으면 된다”는 반응이 주였다.
7월 29일
<귀향> 제작사 제이오엔터테인먼트의 공식 입장
심용환 역사 강사의 “절반 이상이 거짓이며 역사 왜곡”이라는 발언에 대해 강력히 반박했다. “영화 <귀향>은 할머니들의 증언과 나눔의 집쪽과 함께 오랜 시간 논의와 고증에 고증을 거쳐 조심스럽게 제작됐다”라며 심용환 역사 강사의 사과를 촉구했다.
7월 30일
배우 이정현 인터뷰 논란
“‘이웃 국가인데 역사적인 문제로 왜 늘 틀어져야 하는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군함도>를 보고 일본인들도 사실을 인지하고,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문제도 해결됐으면 좋겠고. 그렇게 일본과 친해지면 좋겠다. 이웃국가인데 왜 이렇게 안 좋게 지내야 하는지 모르겠다”는 인터뷰가 식민사관 역사관과 닮았다는 이유로 비난을 받았다.
8월 2일
<택시운전사> 개봉
<택시운전사> 개봉과 함께 <군함도>의 스크린 수와 상영횟수는 전날 1847개, 9512회에서 1108개, 4919회로 감소했다. 관객수는 전주 대비 75% 감소한 24만여명에 그쳤다.
SBS <나이트라인> 류승완 감독 출연, 논란 해명
친일파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것이 식민사관 역사관에 기초한 내용이 아니냐는 말이 있다는 질문에 류승완 감독은 “그 어떤 내용에도 식민사관이나 친일을 조장하는 것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리고 “명확한 범죄인 일본의 악행과 동시에 친일 문제를 다루지 않으면 그 역사에 대한 고찰은 반쪽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그리고 스크린 독과점 논란에 대해 직접 사과했다.
8월 6일
정윤철 감독, SNS에 <택시운전사>를 비롯한 스크린 독과점 문제 비판
“팔이 안으로 굽는다는 건 옛말? 돈 앞엔 같은 패밀리라도 팔을 아예 꺾어버린다. <택시운전사>를 최대한 깔기 위해 같은 그룹 CJ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 대작 <군함도>를 개봉 2주차에 과감히 교차상영하는 CGV 극장들의 쏘 쿨한 모습!” 스크린 독과점을 비판하는 논지에 찬성한다는 의견과 같은 충무로 감독의 <군함도> 감싸기가 아니냐는 의견이 충돌하며 인터넷상에서 논쟁이 붙었다.
8월 7일
일일 관객수 10만명 이하로 추락
주말이 지난 후 월요일 관객수가 급감했다. <택시운전사>는 평일에도 일일 관객수 55만명을 기록하며 관객 500만명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8월 8일
류승완 감독,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 소속 협회 탈퇴 사실 기사화
두 사람이 소속된 영화감독조합, 영화제작자협회,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여성영화인모임 등에 이미 탈퇴 의사를 밝혔다는 내용이 기사화됐다. 강혜정 외유내강 대표는 “각 단체가 스크린 독과점과 관련한 공식 입장을 표명할 때 <군함도>가 누가 될까”(<연합뉴스>) 우려했다고 입장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