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포(아메미야 하토코)는 어릴 적부터 대필가인 할머니에게 혹독한 글쓰기 훈련을 받으며 자란다. 에도시대부터 대필을 가업으로 이어온 아메미야 집안의 후손인 그녀는 가마쿠라에서 ‘츠바키 문구점’을 운영하며 알음알음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대필’을 해준다. 편지 대필은 물론이고 메뉴판, 간판, 축하 및 위로 서한 등 포포의 대필 업무는 다양하다. <달팽이 식당>의 오가와 이토를 기억한다면 <츠바키 문구점>도 이야기 전개 방식이 낯설지 않을 것이다. <달팽이 식당>이 식당에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음식으로 위로를 전했다면 <츠바키 문구점>은 손편지로 따스한 위안을 준다. 손편지는커녕 손으로 쓰는 것이라고는 카드 영수증 사인밖에 없는 요즘같은 때 포포의 ‘대필업’은 다소 생경하다. 일단 의뢰인의 사연을 충분히 경청한 후 그의 성격과 말씨까지 담아 필체를 만들고 편지지와 먹의 색깔을 고른다. 지난 첫사랑에게 순수하게 안부를 전하고 싶다는 의뢰인의 편지를 대필할 때에는 그 투명한 마음을 담아 유리펜을 골라 들고 ‘슬픈 나머지 벼루에 눈물이 떨어져 옅어졌다’는 의미로 옅은 먹색으로 글씨를 쓸 정도로 세심하게 접근한다. 편지를 쓰는 자세부터 필체와 어투, 필기도구의 종류, 편지지와 편지 봉투의 지종, 우표 모양, 밀봉 방식까지 신경 쓰는 포포의 대필 과정은 너무나 지난하고 온전히 홀로 하는 일이라 애틋하다. 편지란 마음을 전하는 것. 어찌 보면 단순하지만 대필이라는 자신의 업을 대하는 포포의 태도에서는 일을 향한 경의가 묻어난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일, 시대에 뒤처진 일, ‘뭘 그렇게까지 해’라는 소리를 종종 듣는 일, 그렇지만 누군가 알아주길 바라서가 아니라 선대(포포는 할머니를 내내 선대라 부른다)에게 그렇게 배웠고 그것이 정석이기에 묵묵히 할 뿐이다. 포포가 한장의 편지를 대필하며 거친 과정은 꼭 알아주길 바라서 한 일은 아니지만 결국 누군가에게로 가 마음을 움직인다.
당신에게 전합니다
이를테면 侍(사무라이)라고 쓰려 한 한자가 待(기다리다)가 되기도 하고, 그런 일이 일상다반사였다. 그중에는 아마 ‘자유’라는 말을 일본어로 표현하고 싶었을 테지만 성년인 여자가 가슴에 ‘무료’라고 쓴 티셔츠를 입고 태연하게 걸어다니기도 했다. 바르게 사용한 글씨가 얼마 없을 정도였다.(70~71쪽)
모양이 가지런한 것만이 아름다운 글씨는 아니다. 온기가 있고, 미소가 있고, 편안함이 있고 차분함이 있는 글씨. 이런 글씨를 나는 개인적으로 좋아한다.(14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