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박근혜 정부가 선정한 문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 추가 공개
2017-10-09
글 : 김성훈
비전문적 전문가들

모태펀드 문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이 추가로 공개됐다. 2015년 7월 7일 작성된 것으로 보이는 이 문건에 따르면, 문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은 총 55명이고 그중에서 한국영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는 24명으로, 이중 15명이 문건에 기재됐다. 현재 파업 중인 KBS 노조를 통해 당시 투자심사회의에 참석한 외부 전문가로부터 전달받은 이 문건은 문화체육관광부(이하 문체부)가 외부 전문가 풀을 신설할 때 작성됐던 리스트로 보이는데, <씨네21>이 지난 2월 공개한 2016년 12월 1일 기준의 문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과 상당수 겹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화와 관련성이 적은 ‘전문가’들이 왜 필요했나

외부 전문가 풀은 모태펀드가 자펀드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모태펀드에 출자한 출자자(정부 각 부처)로부터 분야별 전문가를 추천받아 구성한 제도다. <씨네21>은 지난 2월 문체부 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풀 총 19명 중 8명을 밝혀내면서 이들이 문화·영화 산업과 전혀 상관없는 변호사와 사회과학 계열 교수들로 채워졌다는 사실을 지적한 바 있다(<씨네21> 1093호 포커스 “영화계와 무관한 ‘우클릭’ 인사들” 기사 참조). 해당 법률에 의해 설립된 특수법인·정부 출연 연구소·준정부기관에 속한 전문가가 포함됐던 미래, 보건, 특허 계정과의 큰 차이점이다. 당시 기사가 나가자마자 문체부는 외부 전문가 풀을 폐지했다.

2015년 7월 7일 작성된 외부 전문가 풀과 2016년 12월 1일 작성된 외부 전문가 풀 모두 포함된 사람 중(46쪽 표 참조)에서 새로 밝혀진 사람은 김미영 한동대학교 교수, 황인희 두루마리역사교육연구소 대표, 심만수 살림출판사 대표 및 작가, 김광숙 파주 앨리스하우스(어린이도서관) 대표, 배우 정흥채 등 5명이다. 이중에서 김미영 교수는 <통영의 딸> 원작 에세이 <잃어버린 딸들 오! 혜원 규원>을 출간한 출판사 세이지 대표이자 ‘자유와 통일을 향한 변호사 연대’(이하 자변) 소속 변호사이다. 이미 보도한 대로 문화·영화 계정의 강래형, 성빈 변호사는 자변의 전신인 ‘행복한 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이하 행변) 소속이다. <주간경향>의 보도 “친정부적 변호사 모임 ‘행변’을 아시나요”에 따르면, 박근혜 정권에서 행변이 정치적 목적으로 결성된 변호사 모임이라는 의구심이 든다고 했다. <주간경향>은 행변이 조희연 당시 교육감을 비판하고, 2014년 9월 17일 세월호 유가족 대리기사 폭행사건의 대리기사쪽 무료 변론을 맡기도 했다고 보도했다. 고 김영한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업무 일지를 보면 청와대가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민변)의 대응조직으로 행변을 필요로 했던 것으로 보인다. 황인희 두루마리역사교육연구소 대표는 토론회 ‘학교에서 배우는 국가정체성의 정체’, ‘교과서, 어떻게 편향되어 있나’에 참석해 중·고등학교 사회과 교과서를 두고 “일반 개인은 모두 약자라는 약자 코스프레에 빠져 있고, 세계화를 부정적으로 보고,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정적인 눈으로 보게 한다”며 교과서의 좌편향 문제를 지적했다. 김미영과 황인희 두 사람은 한국자유회의 발기인이기도 하다. 한국자유회의는 ‘광장의 촛불’이 법치를 무시하고 위협하는 ‘헌정(憲政)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지난 1월 23일 창립한 단체로,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적 가치를 지지하는 사람 130여명이 참여했다.

실효성 없어도 문제 있는 전문가 풀

2015년 7월 7일 작성 문건에는 포함되어 있으나 2016년 12월 1일 작성된 문건에는 포함되어 있지 않은 사람은 김용삼 전 경기콘텐츠진흥원 감사, 김광동 방송문화진흥원(MBC) 이사, 정경희 전 아산정책연구원, 한OO 전 국방부품질관리소장 및 한국위기관리소장 등 총 4명이다(*한OO은 <씨네21>과의 전화통화에서 “외부 전문가 풀은 금시초문이고, 그런 문건에 내 이름이 왜 올라가 있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중에서 김용삼, 정경희, 김광동 세 사람은 ‘이승만’으로 연결된다. 김용삼과 정경희는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객원연구원이다. 특히 정경희는 뉴라이트 국정교과서 집필진으로 2015년 바른사회시민회의 ‘바른사회를 지키는 아름다운 사람’에 선정됐다. 김광동은 2015년 7월 13일 열렸던 토론회 ‘우남 이승만 제자리 찾기 프로젝트’에 참석해 “이승만보다 민주주의 발전에 기여했다고 평가받는 지도자를 찾지 못했다”고 말한 바 있다. 지난 9월 5일 KBS와 MBC 양사 노조는 방송문화진흥회 고영주 이사장·김광동 이사, KBS 이인호 이사장·조우석 이사를 ‘적폐 이사’로 규정하고 이들을 파면시킬 것을 방송통신위원회에 요구했다. 한편 연세대 이승만연구원 원장이었던 류석춘 교수는 현재 자유한국당 혁신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2015년 7월 1일자 명단을 입수하면서 2016년 12월 1일자 외부 전문가 풀 19명 중에서 14명이 밝혀졌다. 남은 5명 중 한명으로 추정되는 유OO OO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씨네21>과의 통화에서 “내 이름이 왜 거기에 올라갔는지 알지 못한다. 내 이름이 외부 전문가 풀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올렸을 수도 있는 거 아닌가”라고 대답했다. 물론 외부 전문가 풀이 (한국벤처투자나 전문위원이 정권이 불편해할 만한 영화나 영화인을 윗선에 관리하고 있다고 보여주기 위한) 요식 절차였을 뿐, 투자심사에 그다지 영향력을 끼치지 못했을 거라는 의견도 있다. 투자심사 과정에서 그들에게 거부권이 없었고, 그들이 특정 프로젝트를 거부했다고 해서 본투자심사를 통과하지 못하는 게 아니라는 얘기도 있다. 그럼에도 모태펀드가 상당한 정부 예산과 국민 세금이 투입되는 까닭에 문체부는 남은 외부 전문가 명단과 그들이 구체적으로 모태펀드 투자심사에서 무슨 역할을 했는지 정확하게 밝혀야 할 것이다.

모태펀드 문화·영화 계정 외부 전문가 19명 리스트_<씨네21>과 김종대 의원실 공동분석

직함과 직책 등은 입수한 문건에 기입된 내용 그대로 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