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타]
<메소드> 윤승아 - 나를 보여준다는 일
2017-10-24
글 : 김성훈
사진 : 최성열

“활자로 읽을 때와 재하(박성웅)와 영우(오승훈)가 키스하는 광경을 직접 볼 때 느낀 감정이 많이 달랐다.” <메소드>에서 윤승아가 연기한 희원은 대학로에서 메소드 연기로 유명한 배우 재하의 오랜 연인이다. 재하가 연극 작업을 함께하게 된 후배 배우 영우와 점점 가까워지는 모습을 불안하게 지켜보면서 재하, 영우 두 남자 사이에서 서사의 균형을 위태롭게 유지하는 역할이다. 주로 드라마에서 밝고 귀여운 면모를 보여주었던 까닭에 배우로서 좀더 큰 욕심을 내고 싶은 상황에서 만난 <메소드>는 윤승아에게 “배우 인생의 터닝포인트” 같은 작업이라고 한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영화를 봤나.

=힘주고 봐서 목에 담이 온 것 같다. (웃음) 촬영 마지막 날, 스탭들과 함께 ‘조금 더 찍으면 안돼?’라는 말이 나올 만큼 호흡이 좋았던 기억이 난다.

-그런 작품을 만나기 쉽지 않은데.

=한번도 없었으니까.

-희원은 남자친구인 재하가 상대역인 영우와 가까워지는 모습을 지켜보며 불안해하는 역할인데.

=감독님께 내가 희원이었다면 재하를 떠날 거라는 얘기를 가장 많이 드렸다. 8년이라는 긴 시간 동안 재하와 연애를 하면서 메소드 연기에 빠진 재하 때문에 마음고생을 한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을 거다. 그런 과정을 반복적으로 겪으며 희원이 내린 결론은 그럼에도 재하가 다시 자신에게 돌아올 거라는 거다. 사랑은 즉흥적인 감정에 휩쓸리기보다는 편하고 안정적인 곳으로 기울기 마련이니까.

-그간 드라마에서 주로 보여준 귀엽고 발랄한 모습과 사뭇 다르던데.

=2년 전 서울국제초단편영화제에 참여하고, 결혼을 하면서, 배우로서 많은 고민을 했다. 이 일을 계속 해야 하나 싶을 만큼 부족함도 불안감도 많이 느꼈다. ‘대박’나는 영화를 하고 싶다기보다 나를 좀더 보여주고 싶은 마음이 컸던 상황에서 방은진 감독님이 회사로 한장짜리 시놉시스를 보내주셨다. 감독님의 전작에 대해 믿음이 갔고, 감독님이 배우 출신인 까닭에 나도 모르는 나의 모습을 끄집어내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

-방은진 감독과 대화를 나누며 희원을 함께 만들어갔다고.

=감독님께서 ‘희원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할 건가’라는 질문을 주셨고, 그 질문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솔직하게 말씀드리며 캐릭터를 만들어나갔다. 아티스트인 희원이라면 옷 하나를 입더라도 신경을 썼을 것 같다고 말씀드렸고, 감독님께서 속옷이나 잠옷까지 세심하게 신경 써주셨다. 함께 만들어간 덕분에 희원과 닮은 점도 많다. 희원은 화가이고, 나도 대학에서 미술(미술섬유)을 전공했다. 어릴 때 그림을 그렸던 공간과 비슷한 곳에서 촬영을 했고, 마침 촬영지가 고향인 광주이기도 했다.

-촬영 들어가기 전에 긴장을 많이 했을 것 같다.

=촬영 내내 불면증과 식욕부진을 겪을 만큼 긴장이 많이 됐고, 힘들었다. 특히 촬영 초반, 의상이 몸에 안 맞을 정도로 살이 많이 빠졌다. 소극장에서 희원이 재하가 영우와 키스하는 걸 목격하는 장면이 첫 촬영이었는데 너무 슬퍼 펑펑 울었다. 내 남자가 다른 남자와 사랑을 나눈다는 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실감나게 다가온 것 같다. 고등학생 때 이후 일기를 쓰지 않았는데 그날 촬영이 끝난 뒤 집에 오니 잠이 오지 않아 일기를 썼다. 희원을 위로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신기하게도 그날 이후 촬영 내내 재하와 영우가 촬영하는 모습을 현장에서 거의 지켜보지 않았다.

-희원에게 감정이 이입됐나보다.

=현장의 분위기를 자연스럽게 따라간 것 같다. 앞에서 얘기했듯이 태풍이든 그저 지나가는 바람이든 나라면 재하와 영우의 관계를 절대 못 받아들일 것 같다. 감독님께서 희원이 두 남자 사이에서 중심을 잡는 역할이라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둘을 지켜보는 시선이 감정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못했던 것도 그래서다.

-그렇게 힘들었으면 재하의 뺨이라도 때리지 그랬나. (웃음)

=그러면 재하가 오히려 돌아오지 않았을 것 같다. 이전에 그런 행동을 해봤을 것 같고.

-남편인 배우 김무열과는 영화를 봤나.

=아직. VIP 시사회에 초대할 거다. 촬영하다가 너무 힘들어서 ‘멘털이 나갔으니 도와달라’고 요청했는데 그때 정신적으로 많은 지지를 해주었다. 어쨌거나 예전에 작업할 때는 연기 외에 다른 생각을 많이 했다면 이번에는 정말 잘해야 한다는 욕심이 컸다. 앞으로 희원 같은 캐릭터를 더 많이 만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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