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뉴욕영화제의 화제작 중 하나는 노아 바움백 감독의 신작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였다. 한 가족의 이야기를 앤솔러지로 풀어가는 이 작품은 날카로운 유머와 더불어 가족사를 조명하는 방식이 마치 바움백 감독의 전작 <오징어와 고래>를 연상시킨다. 이번 영화는 조각가로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한 해롤드(더스틴 호프먼)와 그의 자녀들(엘리자베스 마벨, 애덤 샌들러, 벤 스틸러) 사이의 갈등과 뒤늦은 성장통을 그렸다. 해롤드는 두번 결혼해서 여러 명의 자식을 뒀지만 이들이 성장과정 중 만나지 못하며 서로간에 오해와 감정의 골이 깊어진다. 첫 부인의 아들인 대니(애덤 샌들러)와 둘째 부인의 아들 매튜(벤 스틸러) 사이의 갈등은 너무도 공감되는 대목이다. 이 작품은 최근 개봉된 영화 중 가장 뉴욕을 사실적으로 묘사했다고 평가받고 있다. 바움백 감독이 참석한 <더 마이어로위츠 스토리스>의 기자회견 내용을 옮긴다.
-<프란시스 하>(2012) 이후 많이 변한 것 같다. 이 작품에는 유머와 분노가 공존하고 있다.
=마이크 니콜스 감독(<졸업> <클로저>의 감독으로 2014년 세상을 떠났다.-편집자)은 복수하려고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고 하더라. (웃음) 나의 모든 영화에는 분노도 있지만, 사랑도 있다. 이 작품은 희망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의 성장에서 부모가 차지하는 부분이 엄청나다. 거의 세뇌당하는 수준이다. 여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봤다.
-캐스팅 과정을 말해달라.
=관객이 알아볼 수 있는 배우를 캐스팅할 경우, 그 배우를 십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본다. 벤, 애덤과는 아는 사이다. 벤과는 여러 번 작업했고 애덤은 몇년전 자신이 할 만한 캐릭터가 없냐고 물어왔다. 셋이서 함께 식사를 하면서, 둘이 형제로 나오는 것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모두 동의한 내용은 형제인데 서로 몸싸움을 한다는 거였지. (웃음) 그 아이디어에서부터 거슬러 올라와 시나리오를 쓰기 시작했다.
-캐릭터들이 모두 입체적이다. 시나리오를 쓰며 특히 고심한 부분이 있다면.
=캐릭터가 스토리를 결정한다고 본다. <프란시스 하>는 구성이 이야기를 결정한 경우였다. 이 작품은 가족 구성의 특이성을 먼저 살렸다. 특히 이복형제라는 설정이 그렇다. 아버지인 해롤드가 일부러 자식들이 서로 가까워지지 못하게 한 것이라 생각한다. 이복형제인 자식들이 함께 모여서 이야기한다면 본인의 결점이 더 드러날 테니까. 캐릭터가 등장하기 전에 먼저 등장한 가족들이 뒷담화하는 장면들도 앞으로 등장할 캐릭터가 어떤 인물인지 미리 알려주는 역할을 한다. 이런 설정이 전체 구성에 큰 도움을 주었다.
-영화 속 인물들은 과거에 일어났던 일들을 반복해서 말한다. 마치 중대한 가족사를 훔쳐보는 기분이다.
=예전부터 여러 캐릭터들이 같은 이야기나 농담을 여러 번 반복해 들려주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웃음) 대부분 편집과정에서 잘렸는데, 이번 작품에는 잘 어울리는 방법이었다. 부모에게 각각 따로 들었던 이야기를 형제들이 부모를 흉내내면서 말하는 거다. 반복적인 이야기는 모든 가족에게 자주 일어나는 일이잖나. 부모도 한 얘기를 또 하고….
-대사의 리듬이 스크루볼 코미디 같다는 느낌도 든다. 재미와 함께 상당한 감정이 실려 있다.
=<미스트리스 아메리카>에서도 시도해본 스타일인데, 어떤 사람들은 내 영화 속 대사가 많은 경우 애드리브나 즉흥적으로 연출된 줄 알더라. 심혈을 기울여 쓴 대사인데. (웃음) 지금은 칭찬으로 받아들이려고 노력 중이다. 사실 리드미컬하고 코믹한 대사 전달 방식에 관심이 많다. 그런 방식과 스타일을 취한 작품들이 가지고 있는 에너지가 좋기 때문이다.
-극중 갑작스럽게 장면이 전환되거나 마지막 장면이 페이드아웃되는 방식이 독특하다.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구상했던 설정이다. 이 영화는 단편집을 모은 것처럼 구성했기 때문에 각 장의 끝나는 방식이 다 다르다. 모든 이에게 만족스럽지는 않겠지만, 나는 영화의 갑작스러운 엔딩이 마음에 든다. 목구멍이나 심장을 무언가로 감싸버린 듯한 느낌이랄까. 화면은 끝났지만, 이야기는 어디선가 지속되고 있는 듯한 결말이다.
-넷플릭스와의 작업에 대해 말해달라. 아직까지는 논란의 대상이지 않나.
=이번 작품은 독립적으로 제작했고, 슈퍼 16mm로 촬영했다. 지금까지 내가 연출한 모든 영화처럼 극장에서 상영하도록 디자인한 작품이다. 스트리밍용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다. 영화를 극장에서 관람하는 것은 아직까지도 다른 방식에 견줄 수 없는 소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넷플릭스가 배급권을 갖게 됐고, 어떤 면에서는 그들과의 작업이 좋기도 했지만 많은 감독들의 생각처럼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