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호실> 도경수 - 연기하고 발견한다, 재미있다
2017-11-21
글 : 임수연|
<7호실> 도경수 - 연기하고 발견한다, 재미있다

도경수는 낙차가 흥미로운 배우다. 그가 속한 엑소는 멤버 각자의 초능력을 토대로 세계관을 확장해가며 아이돌 판타지에 스토리텔링을 시도한 그룹이었다. 구체적으로는 교복을 입고 <꽃보다 남자>풍의 판타지를 구현하거나(<으르렁>) 고가의 스포츠카를 끌고 나오는 동료들과 어울렸다(<Call My Baby>). 하지만 도경수가 그룹에서 빠져나와 혼자 연기를 할 때면 주로 지독한 현실을 감내하는 소년의 얼굴을 한다. <7호실>의 태정은 그가 연기했던 소년들처럼 여전히 삶이 녹록지 않다. 학자금 대출을 갚기 위해 망해가는 DVD방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급기야 마약 범죄에 가담한다. 언론배급 시사회가 끝난 직후 만난 도경수는 자신이 보여주는 극단의 캐릭터를 근사한 표현으로 포장하지 않았다. 대신 설렘 가득한 미소를 띤 채 “새로운 감정을 알게 해주는 연기가 너무 재미있다”는 말을 몇번이나 반복했다.



-<카트>(2014) 개봉 당시 <씨네21>과의 인터뷰에서 이용승 감독의 <10분>(2013)을 언급한 적이 있다. 영화를 본 후 없던 감정이 생기더라며.



=<10분>은 “이 영화의 주인공을 내가 꼭 연기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게 해준 첫 작품이었다. 그리고 <7호실> 시나리오를 받았는데, 읽을 당시에는 이용승 감독님 작품인 줄도 몰랐다. <7호실>의 시나리오를 너무 재미있게 읽은 후 <10분>을 연출한 감독의 작품이라는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더 하고 싶더라. 작품 선택의 가장 큰 이유는 태정이 내가 지금까지 해보지 못한 까칠하고 과감한 캐릭터였기 때문이다.



-<카트>에 이어 <7호실>에서도 여전히 아르바이트비를 제때 받지 못한다. (웃음) <7호실> 기자 간담회에서, 을의 이야기에 딱히 더 끌린다기보다는 사람 사는 이야기를 좋아해서 이런 역할을 연달아 연기하는 것 같다고 답했지만, 사람 사는 이야기가 밝고 행복할 수도 있지 않나.



=밝고 행복한 이야기를 해도 좋겠지만 아무래도 비정규직 문제는 모르고 있는 분들도 많지 않나. 내가 연기한 작품을 통해 사람들이 사회의 아픈 부분을 알게 될 수 있다. 사실은 내가 그랬다. <10분> 같은 영화를 통해 알게 됐다. 그렇게 내가 했던 경험을 관객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7호실>의 유머 코드는 한국에서 주류라고 하기는 힘든 블랙코미디다. 평소 경험해보기 어려운 톤의 연기가 요구됐을 텐데.



=내가 이렇게 연기를 해야 관객이 웃을 거라는 생각을 하며 준비하지는 않았다. 어떤 상황 속에서 태정과 두식(신하균)이 진지하기 때문에 더 웃길 수도 있는 거고. 괜히 욕심 부리지 않고 그냥 그 상황에 맞는 행동과 감정만 생각했다. 영화 공개 후 반응을 살펴보면 관객마다 다른 장면에서 웃음을 터뜨리고, 웃긴 장면이 아닌데도 웃을 때가 있다. 이런 모습을 보며 “아, 이런 게 웃길 수도 있구나” 하고 놀라며 다시 생각해보게 된다. 그러니 연기가 더 재밌어지더라.



-평범하게 살다가 1~2년 연습생 생활을 거친 후 엑소로 데뷔했다. 지금껏 연기한 캐릭터들이 겪은 고난을 성장 과정에서 겪지는 않았을 텐데 그 간극을 어떻게 채워나가는 편인가.



=시나리오를 보면 캐릭터가 갖고 있는 아픔이 담겨져 있지 않나. 내가 겪었던 감정과 공통된 부분이 무엇일까 항상 생각하며 찾는다. 겹치는 부분이 있으면 내 감정을 연기에 넣고, 도저히 모르겠으면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나누고, 오히려 그 역할에 원래 나에게 있던 감정을 넣어 연기하다 보면 새로운 감정을 발견하기도 한다. 그렇게 연기를 공부하고 있다.



-주변의 선배들이 아이돌 가수로서의 경험이 배우로서 득이 될 거라며 언급하는 부분이 있나.



=몸 쓰는 연기? 배우들이 평소에 춤을 추지는 않지 않나. 직업이 댄스가수이다 보니 항상 하는 게 몸 쓰고 동선이나 동작 외우는 거다. 이런 부분의 습득력이 다른 사람보다 빠른 것 같다고 하더라.



-12월에 <신과 함께>가 개봉하고 현재 강형철 감독의 <스윙 키즈>를 촬영하고 있다.



=<신과 함께>의 원 일병은 지금까지 만난 캐릭터 중 가장 슬프고 불쌍한 사람이다. 아마 앞으로 내가 할 작품 중에서도 이 정도로 안쓰러운 인물은 없을 거다. (웃음) 지금 찍고 있는 <스윙 키즈>에서는 정반대의 캐릭터를 연기한다. 아주 남자답고, 호기로움의 끝을 보여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