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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 투 버건디>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 - 와인과 영화의 상관관계
2017-11-30
글 : 임수연
사진 : 오계옥

<백 투 버건디>는 프랑스 버건디 지방의 와인농장을 부모에게 물려 받은 세 남매의 이야기를 그린다. 10년간 고향을 떠나 있던 첫째 장(피오 마르마이), 아버지가 죽자 돌아온 그에게 둘째 줄리엣(아나 지라르도)과 셋째 제레미(프랑수아 시빌)가 갖고 있던 서운함, 그리고 와인농장의 상속 및 부동산 문제가 엮인다. 적잖은 시간을 들여 숙성해야 하는 와인과 관계의 회복은 이야기에서 자연스럽게 조응하고, 더 나아가 영화의 호흡과도 썩 어울린다. 제2회 프렌치 시네마투어 참석차 한국을 찾은 <백 투 버건디>의 세드리크 클라피쉬 감독을 만나 이 기막힌 결합에 대해 좀더 자세히 물었다.

-와인에 대한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정한 특별한 이유가 있나.

=그냥 직관이었다. 촬영하면서 와인을 주제로 한 영화에서 어떤 점이 흥미롭고 어디에 더 치중해야 하는지 알게 됐다. 그게 바로 가족간의 연결고리였다. 특히 시간과 관련된 유사점이 많다. 만드는 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한 와인처럼 가족도 어렸을 때부터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낸다. 정신분석학적으로 보면 우리가 어린 시절 받은 상처가 어른이 되어서도 영향을 준다. 부모 혹은 조부모와의 관계를 회복하고, 형제·자매의 문제를 해결하는 것만으로도 우리가 갖고 있는 많은 것이 해결된다.

-실제로 프랑스의 부르고뉴에서 촬영했다고.

=30km 정도 되는 와인가도가 있는데 그 주변이 모두 포도밭이고 와이너리가 옆에 늘어져 있다. 두곳에서 촬영했는데, 그중 하나는 세계에서 가장 넓은 포도 재배지라고 할 수 있다. 수천년 전부터 와인을 재배했다고 하더라.

-그런 곳의 촬영 허가를 받기 쉽지 않았을 텐데.

=나는 상당히 운이 좋은 사람이다. 영화에서 세 남매를 도와주는 마셀을 연기한 장 마크 룰로가 실제 그 지역의 와이너리를 소유하고 있다. 아마 세계에서 유일한, 와인농장 주인과 배우를 겸직한 사람이 아닐까.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사이인데, 이 작품을 찍게 됐을 때 기꺼이 우리에게 개방해줬다.

-와이너리를 팔 것인가 말 것인가로 남매가 고민하는 장면은 옛것과 현대의 갈등으로도 읽힌다.

=실제로 프랑스에는 오랜 전통과 상당한 현대성이 공존한다. 하지만 이게 모순되거나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프랑스에서 가장 유명한 미식과 패션은, 상당히 오랜 전통을 갖고 있지만 매일 변하지 않나. 그렇게 발 한쪽은 과거에, 다른 한쪽은 미래에 두면서 부딪치지 않을 수 있다.

-포도 재배 방식을 두고 화학비료를 쓰는 이웃과 싸우는 남매의 모습 역시 전통적이면서 현대적이다.

=요즘 프랑스의 젊은 세대는 유기농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와인을 만든다. 좀더 부연하자면 가장 전통적인 방식은 비료나 살충제를 사용하는 것이고, 2단계는 유기농, 3단계는 과격한 유기농, 마지막으로 4단계는 어떤 첨가물도 넣지 않는다. 40대 이하 젊은 세대는 그들의 부모 세대가 만들었던 와인과 똑같이 만들지 않는다. 환경에 대한 의식이 있기 때문에 상당히 현대적인 기술을 개발한다. 와인의 누벨바그라 할 수 있다.

-결국 전통이 현대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와인과 예술 사이에도 접점이 드러난다.

=누벨바그가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현대성의 최전방에 있었는데, 지금은 옛것이 됐다. 하지만 누벨바그의 존재는 요즘 세대에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하는 욕구를 불어넣을 수 있다. 영미권에서 계속 <해리 포터> 시리즈나 마블 코믹스 원작 영화가 비슷하게 제작되는 것은 그에 대한 수요가 있기 때문일 텐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다. 누벨바그의 전통이 남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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