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2]
마동석, 권율, 한예리 출연의 팔씨름 영화 <챔피언> 촬영현장을 가다
2018-01-03
글 : 김성훈
사진 : 오계옥
진정 즐길 줄 아는...
수진은 아들 준형(최승훈)에게 새 운동화를 전해주지 못하고, 마크는 그런 수진을 지켜보고 있다.
두손으로 해도 팔씨름으로 마동석을 이기는 건 불가능하다. 리허설 때 두 배우(마동석, 권율)가 재미삼아 보여준 포즈로, 영화에는 등장하지 않는다.

“아 진짜, 왜.” 마크(마동석)가 거실 바닥에 벌러덩 누워 있던 진기(권율)를 막대 걸레로 툭툭 치자 진기가 짜증을 낸다. 갑자기 속에서 신호가 올라왔는지 진기는 “욱” 하며 한손으로 입을 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 토하는 소리가 화장실 안을 가득 울리자 마크는 미간을 찡그린 채 고장난 화장실 문을 이리저리 본다. 티격태격하는 둘의 모습이 영락없는 형제 같은데 거실 한쪽에 있는 가족 사진은 수진(한예리)과 그녀의 두 자녀가 주인공이다. 대체 마크와 진기는 수진과 어떤 관계이기에 그녀의 집에 머물고 있는 것일까.

진기는 마크의 사연이 방송으로 나간 뒤 반응이 없는지 방송국 PD에게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만, 원하는 대답은 오지 않는다.
마동석, 권율, 한예리 세 배우가 오랫동안 잘 아는 사이라 큰 고비 없이 오케이 사인이 났다.

김용완 감독의 데뷔작 <챔피언>(제작 코코너·배급 워너브러더스코리아)은 8살 때 미국에 입양된 뒤 팔씨름으로 명성을 날린 마크가 자칭 에이전트 진기의 꾐에 빠져 팔씨름 대회에 참가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이야기다. 아이 둘을 홀로 키우고 있는 수진이 마크 앞에 나타나 자신을 여동생이라고 밝힌다. 마크는 자신을 입양 보낸 어머니의 존재가 궁금해 수진의 집을 찾는다. 지난 11월 29일 남양주종합촬영소에서 공개된 장면은 스포일러 때문에 자세하게 설명할 순 없지만 “마크가 낯설어하던 수진의 집을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하게 되는 55신”이다. “과거 어머니가 살던 공간에서 마크, 진기, 수진이 새로운 가족을 형성하게 되는 중요한 장면”이다.

한예리가 싱글맘을 맡은 건 이 영화가 처음이다. 한예리는 “아이 둘을 키우며 일을 하는 여성이지만 삶에 찌든 모습보다는 건강하고 밝은 면모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말했다.
권율이 토하기 위해 화장실로 가는 장면. 촬영 전, 권율과 김용완 감독은 나란히 거실 바닥에 누워서 연기 톤과 동선을 맞췄다.

물론 <챔피언>이 가족 드라마만은 아닌 듯하다. 촬영 전부터 마동석이 팔씨름을 하는 영화로 화제가 된 만큼 불끈불끈한 팔뚝들이 자웅을 겨루는 팔씨름 장면에 눈이 쏠릴 듯하다. 김용완 감독은 “캐릭터마다, 선수들마다 각기 다른 장기가 있다. 그 기술들을 다양한 앵글로 담아내고자 했다”며 “팔씨름 장면이 궁금하다는 말만 들어도 제작진이나 팔씨름 선수들에게 보람이 크다”고 귀띔했다. “무려 6회차나 공들여 찍었”(한동환 프로듀서)고, “월드컵 4강을 바라는 심정으로 마크의 승리를 응원했다”(권율)니 팔씨름 장면의 열기가 얼마나 뜨거웠을지 충분히 짐작이 된다. 영화는 지난 12월 17일 촬영을 끝냈고, 후반작업을 거쳐 2018년 극장 개봉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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