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율과 한예리가 연기하는 진기와 수진은 마크와 함께 <챔피언> 서사를 끌고 가는 인물들이다. 권율은 적극적인 태도로 영화에 기를 불어넣었고, 한예리는 조용히 아역배우들을 챙기며 현장의 중심을 잡았다. 두 사람에게서 진기와 수진에 대한 얘기를 자세히 들을 수 있었다.
-시나리오를 처음 읽었을 때 진기와 수진이 어떻게 다가왔나.
=권율_ 집안 사정 때문에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에서 진기는 마크와 함께 여러 팔씨름 시합을 거치면서 진짜 에이전트로 거듭난다. 진기는 다른 목적과 의도를 가지고 있지만 누군가를 곤란하게 하거나 해칠 생각은 없다. 두뇌 회전이 빨라 위기 상황을 기회로 바꾸는 능력이 있는 인물이다.
=한예리_ 수진은 생활력이 강하고 귀여운 여성이라고 생각했다. 아이 둘을 키우는 싱글맘이지만 고된 삶에 지치기보다는 건강하고 밝은 모습을 가진 여성이다.
-실제 에이전트 중에서 참고한 인물이 있나.
권율_ 캐릭터의 외양은 실제 프로모터들의 사진을 찾아가며 참고했고, <제리 맥과이어>(감독 카메론 크로, 1996) 같은 스포츠 에이전트를 소재로 한 영화들을 챙겨봤다.
-수진은 마크 앞에 갑자기 나타난 동생인데 실제로 마동석의 여동생이라고 하기엔 전혀 닮지 않았다. (웃음)
한예리_ 가족은 함께 살면 닮기 마련이다. 마크와 함께 살아온 시간이 적기 때문에 닮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웃음)
-진기 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김용완 감독과 어떤 얘기를 많이 나눴나.
권율_ 초반부의 유쾌한 모습과 후반부의 진정성 있는 모습을 어떻게 하면 잘 어우러지게 할 수 있는지 의견을 많이 나눴다. 상반된 면모를 대비시키기 위해 의상과 관련된 의견을 많이 냈다. 구체적으로 어떤 모습일지는 영화에서 확인하면 좋을 것 같다.
-싱글맘이라는 역할은 처음 맡는 게 아닌가. 수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가장 많이 고민한 부분은 뭔가.
한예리_ 영화의 성격상 싱글맘이 느끼는 힘든 점이나 생활의 고단함을 고스란히 전달하는 게 좋지 않다고 생각했다. 싱글맘으로서 수진이 안고 있는 현실적인 문제를 리얼하게 연기하기보다는 영화의 장르에 맞게 수위를 조절해야 했다. 무엇보다 수진의 딸과 아들인 준희, 준형을 연기한 아역배우들과 친해지는 게 중요했다. 아이들과 편한 상태에서 자연스럽게 연기해야 진짜 가족처럼 보일 수 있으니까.
-마동석과의 호흡은 어떤가.
권율_ <비스티 보이즈>(감독 윤종빈, 2008) 때 처음 만난 뒤로 지금까지 친하게 지내왔다. (마)동석 형이 많이 도와준 덕분에 호흡을 완벽하게 맞추며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한예리_ 마동석 선배뿐만 아니라 모든 배우들이 친절하고 좋아서 즐겁게 촬영하고 있다.
-지금까지 촬영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권율_ 팔씨름 선수들이 모두 모여 마크의 승리를 위해 응원했던 장면. 영화의 한 장면이지만 그 순간만큼은 월드컵 4강을 바라는 것만큼 뜨겁고 뭉클했다.
한예리_ 막바지 세트 촬영이 끝날 때쯤, 아이들이 처음 만났을 때보다 훌쩍 자란 것이 눈에 보였다. 기특하고, 기분이 좋았다.